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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2004년 초연 이래 큰 호응과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두산아트센터 space 111 소극장’에서 다시 그 막을 올렸다. 이 공연은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연극인들의 사랑과 성공, 그리고 인생을 고전과 미묘하게 접목시킨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인생의 화두들이 있다. 그건 바로 젊음과 사랑, 그리고 죽음이다.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선정(줄리)’을 짝사랑하며 선정이 오필리어가 되길 바라는 ‘석동(햄릿)’과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선정을 통해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대한 아픔과 연민을 보여 준다. 또한 만년 조연인 ‘복순(줄리엣)’을 통해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성공의 고달픔을 이야기 하고 있다.

- 양면 객석으로 관객들이 또 다른 배우가 되다
그런데 이 공연, 참 특이하다. 일단 무대부터가 그렇다. 보통 공연들의 경우 관객들은 배우가 굳이 뒤로 돌지 않으면 뒷모습을 볼 수 없다. 하지만 ‘줄리에게 박수를’에서는 배우들이 뒷모습으로 연기하는 것까지 볼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줄리에게 박수를’의 공연장은 관객과 관객 사이에 무대가 놓여있다. 언뜻 보면 관객들이 무대를 두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기에 배우들은 앞으로도 옆으로도, 그리고 뒤로도 연기를 해야 했다. 사실 사람의 인격은 뒷모습에 묻어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양면 객석’으로 배우들의 인격까지 넘볼 수 있는 공연,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이다.

- 쓰디 쓴 젊은이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
첫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첫 사랑 남자는 불의에 사고로 죽어 그 여자의 가슴엔 언제나 응어리진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런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을 봐달라 외치지만 그 여자의 시간은 첫 사랑에 멈춰져 있다. 어떻게 보면 참 뻔한 얘기이다. 그렇다면 이야기의 큰 줄기는 결국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그 여자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인가? 뭐, 반은 맞고 반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이 공연, 그 과정을 풀어가는 방법이 좀 독특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나온다. ‘햄릿’과 ‘오필리어’도 나온다. 석동은 ‘햄릿’이고 선정을 ‘줄리’이며 선정의 첫 사랑 남자는 ‘로미오’이다. 석동은 선정이 ‘오필리어’가 되길 바란다. 자, 혼란스럽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보자. 이 등장인물들의 극 중 직업은 모두 연극배우들이며 이들은 모두 한 극단에서 만난다.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세기의 위대한 대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이라는 고전을 현대극과 접목시켜 셰익스피어 희극의 주옥같은 대사와 장면을 재현해냄으로써 관객들에게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간다.

-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주인공 ‘선정’은 이야기한다. “난 외모도 그저 그렇고 대학도 그저 그런데 나왔고 지금도 그저 그런 극단에 있고, 그러니깐 사랑이라도 특별해야 하지 않냐고” 말이다. 결국 선정은 어중간한 자신의 삶에 특별한 한 가지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며 선정의 첫 사랑 남자의 죽음을 자살로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런 모든 것들은 젊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젊은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지금의 위치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선정과, 석동, 복순 등 이 공연의 등장인물은 모두 그렇다. 연극배우로써의 꿈을 안고 극단에서 연기를 하고 있지만 언제나 삶이라는 무대는 어두움뿐이다. ‘줄리에게 박수를’에서는 양면 객석으로 관객들이 또 다른 배우가 된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도 각각의 등장인물이 되어 외치게 된다. 이들의 삶에는 언제쯤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질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언제쯤?!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 에서는 말한다. 이름없는 꽃은 진짜 이름 없는 꽃이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그 향기를 느끼지 못하고 알아주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어중간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너는 이쪽, 나는 이쪽이라고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한 방향과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겠는가? 사실 우리는 모두 어중간한 사람들이다. 항상 삶의 경계선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어둠뿐인 무대 위, 관객들이 모두 떠나버린 쓸쓸한 무대 위에서 우리들은 오늘도 ‘삶’이라는 공연을 한다.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몸이 끊어져라 안무를 추고 목에 핏대를 세우며 대사를 읊는다. 참으로 어중간하고 슬픈 인생들이다. 하지만 그게 곧 우리네 삶이 아닐까?

어떤 공연들은 관객들에게 깨달음을 주고 또 어떤 공연들은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준다. 이 공연을 보고있노라면 ‘양면 객석’으로 구성된 무대처럼 공연 전체가 관객들에게 ‘괜찮아’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지금의 삶이 힘들더라도, 괜찮아. 다시 일어설 수 있어’라고 말이다. 자, 오늘도 하루를 끈덕지게 살고 있는 세상의 어중간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아니, 기립 박수를! 연극 ‘줄리에게 박수를’은 2008년 3월 8일부터 5월 5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젊은이들의 고민과, 사랑 그리고 삶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에 노크한다.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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