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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되고픈 절대 복수자 공주, 마침내 무대에 오르다 '햄릿'202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 편견과 통념을 깨트릴 ‘악한 공주’의 재림

악한 공주의 재림, 증오에 찬 문제작, 국립극단(단장 겸 예술감독 박정희) '햄릿'이 마침내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극단은 7월 5일부터 29일까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의 <햄릿>(각색 정진새, 윤색·연출 부새롬)을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2019년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관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이듬해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라인업으로 전격 편성돼 제작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 확산세로 끝내 관객을 만나지 못했던 작품이다.

국립극단 온라인 극장에서 공개됐던 '햄릿'은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극의 전개와 압도적인 미장센, 광기로 치부할 만큼 파격적인 연기로 평단의 호평에 승선하며 끊임없이 관객의 재공연 요청을 받아왔다. 화면을 넘어 드디어 관객 앞에 서는 '햄릿'은 17세기 원작이 쓰인 당시 사회 관습과 통념을 완전히 벗어내고 현대적인 얼굴로 분했다.

1601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가장 먼저 집필된 '햄릿'은 작가의 비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대중적이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가 당시 주로 희극과 역사극에 집중해 작품 활동을 펼치면서 동시대의 다른 비극들과는 달리 '햄릿'에는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기질이 강하게 묻어있다.

국립극단 역시 앞서 두 번에 다른 '햄릿' 프로덕션을 진행한 바 있다. 2001년 첫 번째로 국립극단 무대에 오른 '햄릿'은 국립극단 출신 탤런트 김석훈이 ‘햄릿’ 역을 맡고, 민중극단의 정진수 연출이 번역 및 연출을 담당했다. 두 번째는 칼 대신 총을 든 파격적인 햄릿을 콘셉트로,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독일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가 연출을 맡았다. 2007년 <테러리스트 햄릿>이라는 제목으로 관객을 만난 공연은 숱한 화제를 낳으며 이듬해 앙코르 되기도 했다. 한편 한국 최초의 '햄릿'은 故이해랑의 연출작으로 국립극단의 모체가 된 민간 극단인 신협이 1951년 9월 한국전쟁 중에 공연했다. 당시 ‘햄릿’을 맡았던 故김동원 배우는 지금도 ‘영원한 햄릿’으로 불린다.

연출가 부새롬과 각색가 정진새는 원작이 가진 이러한 위상과 가치에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발단으로 새로운 시대를 반영한 '햄릿'을 탄생시켰다. 420여 년 전의 이야기는 정교한 심리묘사와 과감한 시대성의 반영, 창의적인 극작과 연출로 현 한국 연극계를 견인하는 두 예술가의 손과 머릿속에서 집요하게 해체되어 오늘날의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정진새 각색가는 “단지 원작이 대단하다는 이유로 이해가 되지 않는 연극을 수용해야 한다면 그것은 연극 본연의 매력을 외면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동시대의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여부를 기준으로 원작 숭배자와 타협 없이 마음껏 각색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원작이 따르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고대 서양의 원전을 출처로 하는 말들, 중세 유럽 왕국에서 나올법한 예법과 시적인 대사는 대거 수정됐다. 당시 사회 통념에서 비롯된 여성을 향한 차별과 혐오적 요소도 현대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판단하여 들어냈다. 각색으로 비워진 극의 행간은 연출가와 각색가가 함께 상상한 감각과 의식, 그리고 한국 사회의 현실을 촘촘히 덧입혀 고전 명작을 현대적 수작으로 안착시키고자 했다. 극작을 완성하는 데만 1년 이상이 걸렸다.

‘햄릿’의 성별 변화 역시 흥미롭다. 원작이 탄생한 당시 ‘당연히’ 남성이었던 왕위계승자 햄릿은 여성으로 바뀌었다. 성별은 변했지만 햄릿 공주는 여전히 ‘당연한’ 왕위계승자이자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햄릿의 상대역인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바뀌었고 ‘길덴스턴’, ‘호레이쇼’, ‘마셀러스’ 등 햄릿 측근 인물들에도 적절히 여성을 배치했다. 성별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잊게 하는 배우들의 농도 짙은 연기는 성별을 떠나 단지 한 인간으로서 인물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한다.

작품은 선과 악의 구분지도 제거했다. 햄릿의 대척점에 서 있는 ‘클로디어스’를 포함해 작중 인물들이 행하는 선택과 결단을 완전히 옹호하거나 비판할 수 없도록 각 인물의 행동마다 적절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좇아가는데 나름의 명분과 사리를 부여한 극화는 선인과 악인의 경계를 모호하게 흐린다. 극장을 떠나는 관객의 발걸음에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을 끊임없이 눌어붙도록 한다.

부새롬 연출은 “인간이 살면서 완벽하게 옳을 수만은 없고 서로 간의 명분과 옳음이 달라서 부딪히게 되는 것”이라며 “그 누구도 완벽하게 악인일 수 없고 선인일 수 없다는 지점이 작품을 더욱 암투적이고 재밌게 만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햄릿을 해석하고 연출하는 데는 모두 다른 생각이 있겠지만, 왕이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소위 ‘계승자 햄릿’을 나는 보고 싶었다”라며 특정 국민이나 민족, 계층을 대표하기보다 그저 왕좌의 게임에 임하는 진지한 플레이어로서의 햄릿을 그렸다.

사진 제공_국립극단

뉴스테이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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