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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92]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10.2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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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픈 날들을 참고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세계적인 대문호, 러시아의 소설가이자 시인, 근대문학의 창시자인 알렉산드로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모티브로 지대한 영향을 받은 러시아의 낭만과 예술가를 모티브로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가 탄생했다.

세계적인 러시아 작가 푸시킨은 당시 서유럽에 비해 문화적으로 뒤떨어졌던 19세기 러시아 인간과 인권을 중시하고 휴머니즘과 이후 토대가 되는 인문 정신 및 사회사상의 탐구 등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당시 전쟁과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푸시킨은 유럽의 모든 문학 장르를 도입시켰다. 서정시, 서사시, 소설, 단편, 에세이, 희곡 등 모든 장르에 창작의 불꽃을 피워 올렸으며 이후 러시아의 많은 예술가에게 신선한 영감과 자극을 준 모체가 되었다.

차이코프스키 역시 러시아의 민족적인 것과 서유럽적인 것의 절충을 통해, 러시아의 센티멘탈리즘을 바탕으로 자연적이고 낭만적인 현상들을 음악적으로 세련되고 매력적으로 표현해 커다란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작으로 ‘예프게니 오네긴’,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비창’ 등의 명작들이 있다.

작품은 예술과 전쟁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에 푸시킨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며 러시아 민족협회 일원인 세자르는 푸시킨의 문학이 곧 러시아 민족을 대표하는 예술이니 작곡가인 차이코프스키에게는 국가를 위한 음악과 시인이자 문학잡지 편집장인 안나에게도 그에 맞는 민족주의적인 문학을 요구하나 거절당하자 이들의 활동을 비판하며 억압한다. 이 와중에 차이코프스키의 유일한 위안이었던 비서이자 제자인 알료사가 군대로 떠나고, 전사 소식을 접하자 세상의 모든 것을 잃은 슬픔을 가눌 수 없어 세상과 멀어지기 위해 수도원에 머물게 된 차이코프스키는 그곳에서 우연히 안나를 만나게 된다. 모든 작품을 포기하고 세상과 잠적하려고 한 차이코프스키를 안나가 가까스로 설득하게 되고 이내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위로와 응원을 넘어 함께 작업하며 많은 부분을 헤아리게 된다. 그리하여 알료사와 작업했었던 그에 대한 그리움과 애통함으로 마무리 짓지 못한 장면을 안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오네긴 고백 부분의 마지막 장면을 완성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뮤지컬 ‘안나, 차이코프스키’에서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명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오페라 ‘에브게니 오네긴’이 언급된다. 발레곡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차이코프스키와 알료사의 작업 과정을 담은 넘버 ‘음악노트 1’에 등장한다. 발레 작품에 등장하는 지혜, 재치,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요정들과 사악한 요정과의 음악적 대비를 통한 뮤지컬적 어법으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으로 꼽히는 ‘호두까기 인형’도 등장해 차이코프스키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게 하는 환상적인 동화 같은 장면으로 거듭났다. 또한,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은 오페라로 거듭난 과정 속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겪는 정치적 불안과 여러 사회적 현상이 빚어낸 비현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정서를 거듭 되새기게 한다.

국내 대표적인 창작자로 등극한 대학로의 세익스피어 오세혁 극작과 클래식을 기반으로 뮤지컬 어법으로 빚어낸 독보적인 작곡자이자 전방위적인 음악가 이진욱의 작곡, 뮤지컬을 넘어 연극, 영화까지 그 영역을 펼치고 있는 바쁨의 대명사 이현정 안무자의 협업부터 큰 기대를 모으게 했고, 최근 ‘루드윅’,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등을 연거푸 흥행에 성공하며 불굴의 불도저 같은 뚝심과 섬세함을 겸비한 허강령 대표 과수원뮤지컬컴퍼니의 제작과 실력 있는 9인조 연주자들과 실력과 성실로 중무장한 정상급 배우들의 열연으로 대학로에 알차고 깊이 있는 작품개발의 새로운 ‘문화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에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 역의 ‘에녹’ 배우는 훤칠한 외모에 강인함과 로맨틱한 분위기, 따듯하고 지적인 음색에 중저음과 고음을 매끄럽게 유영하듯 운영하는 안정적인 발성과 어투는 누구나 매료되는 천상 예술가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고뇌하고 사랑받을 훈남 차이코프스키 역으로 재탄생했다.

안나 역의 김소향 배우는 말해 무엇하리. 작품마다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고 그 배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태도와 생활 속에서 늘 배우로서의 선구자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늘 상대 배역을 배려하고 최고의 앙상블을 빚어내기 위해 솔선수범으로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며, 장면마다 작품에 깊고 자연스럽게 동화되며 김소향이 출연하는 작품은 어떤 작품이든 믿고 볼 수 있게 한다.

세자르 역의 배우 안재영의 절도 있고 카리스마적인 역할을, 음악적 완성도까지 찾아내면서 강인하고 비열하기까지 한 역할을 멋지고 찰지게 해내며 안나와 차이코프스키, 알료사의 입지를 확연히 솟아나게 해 주었다. 알료사 역의 김리현의 순수한 열정과 모나지 않은 섬세함과 신뢰받을만한 선한 눈빛과 태도 또한 사랑받을 수 있는 태도를 인정받게 했으며 앞으로의 배우 행보를 응원하게 한다. 그 외에도 송상훈과 조은진, 곽나윤과 홍기범의 최선을 다해 열연하는 모습도 작품의 완성도와 깊이에 제대로 큰 몫을 해냈다.


사진제공_과수원뮤지컬컴퍼니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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