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딸을 찾으며 마주하는 진실, 연극 ‘태풍이 오던 날’

연극 <태풍이 오던 날> 포스터

예술집단 순의 연극 ‘태풍이 오던 날’(작/연출 홍순섭)이 오는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연극 ‘태풍이 오던 날’은 실종장애아동의 어머니가 어느 해안 마을에 도착하여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안개가 걷히며 수면 위로 천천히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는 인간의 심연을 비춘다.

‘태풍이 오던 날’은 주인공 박은희가 11년 전 잃어버린 딸과 닮은 아이가 살았다는 해안 마을에 도착하며 시작한다. 딸 오연경은 자폐스펙트럼을 앓았던 아이로, 박은희가 운영하던 치킨집이 월드컵으로 주문이 폭주하던 날 고양이를 보러 나갔다가 실종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그곳에는 딸과 닮았다는 김하린이라는 아이도, 또 그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는 노인도 보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뭔가 감추려 하는 듯 보인다. 박은희는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안개 속에 감추고픈 내 안의 비뚤어진 욕망

‘태풍이 오던 날’은 실종아동, 자폐, 소아성애 등 범상치 않은 소재들을 다루고 있음에도 그 이야기가 독특하거나 기이하다기보다는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비뚤어진 욕망을 끌어내고 있다.

이 작품을 직접 쓰고 연출한 홍순섭 연출은 “안개 속에 가려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욕망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한 번쯤은 가져봤을 악한 마음에 대해 돌아보도록 한다. 이 연극을 보며 관객들이 수많은 질문들을 떠올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순섭 연출은 오페라연출가로 시작하여 연극 ‘달려’, ‘아르바이트’, ‘파란별 이야기’ 등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으며, ‘제 7회 대한민국 신진연출가전’, ‘월드 2인극페스티벌’ 등에 참가하였고, 직접 쓴 작품 ‘한나 도일’은 ‘2022년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의 발견’에 선정되는 등 괄목할만한 활약을 펼쳐왔다.

연극 <태풍이오던날> 홍보사진 (고훈목, 김설)

작품은 수도권 어느 작은 재래시장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하였다. 연출이 가끔 들르곤 하던 시장의 어느 가게가 폐업을 하게 되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사람들이 잘 오지 않던 시장 안에 자리한 노인정 지하실에서 가게 노인과 정신지체장애 여성 사이에서 지속적인 성폭력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출은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심연의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장애아동 장기실종 및 실종아동 부모의 파괴된 삶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 중이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왜 실종되는가’ ‘왜 아이들이 이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가’라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홍순섭 연출은 “처음 대본을 쓸 때는 아이의 진실을 추적하지만, 결국 자신의 진실이 드러나는 모순과 인간 내면 깊은 곳의 근원적인 악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좀 더 인간적인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가식과 이기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연극 ‘태풍이 오던 날’에는 극단 뚱딴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2019년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 신인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배우 김설이 주인공 박은희 역을 맡아 섬세한 감정연기를 보여주며, 35회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에 빛나는 배우 이태훈, 연극 ‘심청전을 짓다’로 주목받았던 배우 고훈목, 박현미, 조하석, 유종연 등 잔뼈 굵은 배우들과 신예 이혜민 배우가 출연하여 인간 내면의 비정상성을 표현한다.

2022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 지원사업 A트랙에 선정된 연극 ‘태풍이 오던 날’은 인터파크와 플레이티켓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자료 제공_예술집단 순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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