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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89] 뮤지컬 ‘차미’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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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차미’는 지난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시아 플렛폼: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미, 마이셀프 앤 차미> 라는 제목으로 처음 개발된 작품이다. 2017년 3월 내부 리딩 쇼케이스를 거쳐 2017년 7월 첫 번째 트라이아웃, 2019년 4월 두 번째 트라이아웃 <차미:리부트>까지 거치며 4년간의 단계적 개발 과정을 거쳐 PAGE1에 의해 제작되었다. 2020년 4월 충무아트센터 블랙에서 초연 후, 2021년 9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의 라이선스 공연을 거쳐 관객들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2022년 4월 대학로 플러스 시어터에서 두 번째 시즌을 개막해 7월 그 막을 내렸다.

 

뮤지컬 ‘차미’는 보통의 평범한 ‘차미호’와 보정되고 선별되어 꾸미고 치장한 SNS 속 분신 ‘차미’와의 대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한의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해 가는 모습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는 호기심인 ‘완벽한 나’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극은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무한 위로와 더불어 진정한 자아,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할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고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로서 일탈을 넘어 해피 엔딩으로, 모두가 유쾌하고 신나게 박수 칠 수 있게 마무리된다.

 

작품 속에는 기억할만한 네 가지 각별한 키워드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현대인이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생활필수품인 #휴대폰이다. 휴대폰은 모든 삶의 처음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불가결한 존재다. 휴대폰을 통한 정보와 생활이 보편화되고,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를 통한 사회활동이 급속도로 번지며 절대 불명의 필수적인 휴대폰 속 각양각색의 상태들을 담아낸 휴대폰이다.

두 번째는 #레디메이드 인생이다. 1934년 5월부터 7월까지 연재된 채만식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레디메이드(ready made)는 특정한 사람을 위해 맞춘 것이 아닌, 일정한 규격대로 미리 제작하여 파는 기성품을 뜻하는 단어로 좁게는 식민지 시대의 인텔리, 넓게는 당시 한국인 전체의 궁핍한 삶의 양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뮤지컬 ‘차미’는 독한 취업난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가 바라는 스펙을 쌓고 여전히 선택되기만을 기다리는 취준생들의 애환과 방황하는 현시대의 젊은 세대를 소설 속 레이메이드 인생에 투영한다.

세 번째는 조선시대 고대소설 #옹고집전이다. 가짜 옹고집과 진짜 옹고집이 서로 본인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우화 같은 ‘옹고집전’과 맞닿아있다. 극 중에서 가짜 오진혁과 진짜 오진혁의 관계는 물론, SNS에서 현실 세계로 나온 차미와 차미호의 관계는 옹고집전을 연상하게 하며 진정한 자아의 모습을 찾아 진정한 자아를 스스로 발견하게 된다.

 

네 번쩨는 #옛날 TV다. 주인공 차미호가 실수로 떨어뜨린 핸드폰의 깨진 화면을 뚫고 나온 SNS 속 완벽한 분신 차미. 오진혁 역시 차미와 같은 방식으로 옛날 TV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인물이다. 1997년 ‘달은 내 가슴에’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이자 차미호가 꿈꾸는 백마 탄 왕자, 즉 이상형의 모습을 한 오진혁. 차미와 오진혁이 세상에 나오게 된 미디어는 다르지만 두 캐릭터 모두 당시의 사회와 미디어가 그려낸, 현대인들이 원하는 완벽한 꿈의 이상형으로 그려낸다.

시대에 따라 원하는 미디어는 변화하겠지만 사람들은 차미와 오진혁처럼 언제나 그 속에 등장하는 타인을 보며 자신과 비교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닮고 싶고 더 진화하려다, 비교할 수 없는 비교로 이내 현실과의 괴리로 빚어진 좌절 속에서 결국 자존감을 잃고 허황한 꿈에 지쳐 쓰러져 갈 것이다.

뮤지컬 ‘차미’는 이렇듯 더 돋보이고 완벽해질 수 있는 나를 꿈꾸며, 부럽거나 또는, 더 좋아 보이게, 화려한 겉모습을 맹목적으로 추종만 하다가 결국 인생의 낙오자가 되기보다는, 남들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을 쟁취하라는, 스스로와 모두에게 위로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한, SNS를 통한 데일리 착장을 알리는 #OOTD 트랜드를 등장시켜 최신 패션 유행 트랜드와 결부시키며 동시대적으로 공감할만한 사회적 이슈나 트랜드를 향유하며, 한국뿐 아니라, 언제 어느 곳에서도 시대를 초월해 동시대의 이야기로 재생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지나 프로듀서와 송현정 연출을 중심으로 조민형 작가와 최슬기 작곡자의 청춘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자존감을 찾아가는 메시지에 요소요소에 오소독소하고 과감한 동작으로 활기를 끌어낸 심새인 안무, 초연부터 합을 맞춰 온 주소연 음악감독과 김필수 음향 디자이너의 찰진 호흡은 작품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 주었으며, 전작과 확연히 다른 LED를 활용하고 휴대폰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최영은 무대 디자인과 환상 콤비를 끌어낸 감각적이고 산뜻한, 더러 동화 같은 영상미를 구축해 SNS에 익숙한 세대들을 대변하듯, 매 순간의 상태를 도드라지게 공감대를 끌어낸 이수경 영상 디자이너, 장면별 변환을 매끄럽게, 때로 도드라지게 포커싱한 원유섭 조명디자이너의 깔끔한 마무리, 백마 탄 왕자 같거나 로망의 주인공 같은 오진혁과 망고 빛 알바생 같은 김고대, 더불어 환상적인 로망의 몸매를 도드라지게 한 매력적인 실루엣의 차미와 후줄근한 평상복 차림을 고수한 차미호와의 대비를 그려 낸 도연 의상 디자이너의 합으로, 작품은 이내 활기찬 웹툰을 보는듯한 세련된 무대 미장센을 구축해 냈다. 이번 시즌은 뮤지컬 매니아 뿐만이 아닌 일반 관객들에게도 ‘즐겁고 재미있다’라는 관극평이 대다수로 어필되며 차후, 오픈런 공연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모든 작품에서 마찬가지지만 작품에서 배우들의 우애와 호흡은 확연히 좋은 기운으로 발산했다. 차미호역의 유주혜와 이아진은 작품 자체의 장인이 되어있었고 새롭게 합류한 홍나현의 캐릭터 구축 또한 각별했으며 뮤지컬 어워즈에서 차미역으로 여주조연상을 받았던 이봄소리의 명료한 캐릭터 구축과 더불어 이번 시즌에 확연한 성장을 끌어낸 정우연, 새롭게 합류한 홍서영과 이채민의 도드라진 매력의 차미들.

지난 시즌보다도 연기적으로나 가창적으로 놀랄 정도의 성장으로 힘껏 포효한 황순종과 안지환, 거기에 새로 동참하여 독보적인 음색으로 사랑받을 수밖에 없었던 기세중과 오진혁으로 분해야 할 것 같은 잘생긴 외모의 피지컬인데, 소품 안경 하나로 완벽 고대로 빙의한듯한 조풍래의 김고대들, 마지막으로 백마 탄 왕자이자 모두의 로망을 선망하는듯한 오진혁역의 박영수는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놀라운 춤 선과 순간 다이나믹한 동작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으며, 마치 방금 TV를 뚫고 나온 오진혁의 현신 같은 쾌남 고상호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적 투혼과 매력적이다. 

댄디하다가 더러 터프하기까지 한 진태화의 반전 매력이 만개한 듯한 로맨틱 가이로의 캐릭터 소화, 친근하고 소탈한 듯하다 넘사벽 같은 매력을 뿜어낸 몸태와 연기적 찰진 호흡에 어느새 매료될 수밖에 없는 차서원까지 오진혁 역의 배우들이 모두가 같은 듯 다른 팔색조 매력을 뿜어내며 적재적소에서의 기발한 타이밍에 재기발랄한 애드리브까지 여느 작품 보다도 모든 출연 배우들의 찰진 호흡으로 열일했다.

이제, 다음 시즌이든 오픈런 공연이든 빠른 다음 공연 소식을 기대하며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및 전 세계에서 뮤지컬 ‘차미’ 가 공연 되어질 당찬 공연 소식을 더 기대하게 된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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