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연극
[공연 취재기] 바로 오늘을 죽도록 살라고 외치는 ‘무모한 이학순씨’

 

공연이 시작되기 전 사회자가 나와 퀴즈를 냈다. ‘연극에 등장하는 이학순, 맹사성, 김종문의 나이는 몇 살일까요?’ 정답은 바로 46세이다. 연극 ‘무모한 이학순씨’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46세의 일상을 그려냈다. 이 연극은 극적으로 과장된 대사나 몸짓 없이 그저 46세인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을 표현한 작품이다. 사실적이어서 더 재미있고, 더 슬픈 이 연극은 ‘무모한 이학순씨’의 무모한 도전을 이루는 과정을 재치 있게 엮어냈다.

요즘 공연 중인 연극이나 뮤지컬에는 나이가 어린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들에게 젊음의 기운이 느껴질지는 몰라도,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연극 ‘무모한 이학순씨’에는 진짜 아줌마, 아저씨들이 등장해 농익은 연기를 펼쳐냈다.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얼굴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너무도 잘 표현해 자신의 진짜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허름한 곱창집에 가면 언제든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누나의 곱창집에 모여 앉은 3명의 친구들은 관객들과 함께 곱창전골을 안주로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듯 했다.

작은 무대는 장면에 맞게 순식간에 완벽한 변신을 거듭하여 관객들을 놀래게 만들었다. 무대는 곱창을 파는 식당 안이었다가 후미진 뒷골목으로, 또 아스팔트가 무너져 내린 사고의 현장으로 모습을 바꿨다. 여느 연극에서와는 달리 연극 ‘무모한 이학순씨’의 무대 전환과 음향 효과는 뮤지컬에 비할 만큼 수준급이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무대 세트의 기술력을 더해 작품은 관객들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곱창집에 내걸린 ‘오늘은 현금, 내일은 외상’이라는 간판은 연극 ‘무모한 이학순씨’의 간판이나 다름없다. 내일이 그 다음날의 오늘로 돌아와 결국은 매일 현금만 받겠다는 가게 주인의 주장처럼 주인공‘이학순’이 죽음을 불사하며 외치는 말이 바로 ‘오늘’인 것이다. 보험금을 노리고 죽기로 결심한 주인공을 돕는 두 친구가 너무 천진난만해서 관객들은 자꾸만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죽으려고 애를 써도 죽지 못하고, 살려고 결심을 하고서야 주인공은 사고를 만났다. 주인을 기다리는 웨딩드레스를 뒤로 하고 ‘이학순’은 ‘죽도록 살아라!’를 외쳤다. 블랙코미디 작품인 연극 ‘무모한 이학순씨’을 보던 관객들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나다가, 정말 슬퍼서 눈물을 닦았다.

3월 2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물에서 계속된다.


이은민 객원기자 ssunny84@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