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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86] 뮤지컬 ‘아몬드’20개국 수출되어 작품성 입증받은 원작소설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4.2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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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몬드’는 영화감독이기도 한 소설가 손원평의 2017년 발표된 청소년 성장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보다 강렬하고 드라마처럼 팽팽한 한국형 영 어덜트 소설의 탄생이라는 극찬받았다. 월드 스타 BTS가 출연한 방송에서 RM(김남준)이 읽은 책으로 소개되어 팬들의 필독 도서로도 알려졌으며 제10회 창비 청소년 문학상을 받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 출간과 동시에 단박에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출간 이후 누적 90만부 판매, 미국 아마존 ‘Best Book of May 2020’ 선정, 아시아 최초 ‘2020 일본서점 대상’ 번역소설 수상 등의 화려한 이력과 더불어 영미 유럽권 주요 국가 및 아시아, 멕시코, 이스라엘 등 해외 20개국으로 수출되어 작품성을 입증하였다.

뮤지컬은 공감 불능의 시대에 던지는 따듯한 위로를 전한 원작을 바탕으로 4년간의 탄탄한 개발과정을 거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고 콘텐츠 제작사 ㈜라이브가 주관하는 창작뮤지컬 공모 프로그램 ‘2019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사업’의 일환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 4를 통해 개발되어 새로운 웰메이드 뮤지컬로 거듭난 것이다. 2022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중장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완성도 높은 K-뮤지컬로 기획 제작, 중장기 플랜을 통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 뮤지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주인공 윤재는 ‘알렉시티미아라(Aiexithymia)’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윤재는 어떠한 감정, 특히 공포심을 느끼지 못했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을 보고서도 옆 가게에 들어가 무표정하고 무감정으로 ‘죽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했을 뿐 공포와 두려움이라는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못했다. 그런 윤재를 알아차린 엄마와 할머니는 윤재에게 감정을 가르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애를 쓴다.

그러던 열여섯 생일이자 크리스마스이브에 사건이 일어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로 윤재의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엄마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감정을 조절하거나 표현할 줄 모르고, 깨우치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윤재 앞에 늘 분노로 가득한 곤이가 나타난다. 소년원까지 다녀온 곤이는 윤재 앞에서 거침없이 화를 내고 분노를 표출하지만, 감정동요 없이 무표정한 윤재의 언행은 곤이에게 소통 불능, 극단적일 거라는 짐작만 남긴다. 그동안 각자 다른 이유로 ‘괴물’이라 불렸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알 수 없는 관심과 이끌림으로 진정한 우정을 시나브로 쌓아가게 된다. 윤재와 곤이는 조금씩 선한 내면의 변화를 겪게 되고, 마냥 불합리하게만 여겨졌던 세상의 작지만 소중한 밝은 면들과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해 가는 과정을 통해 하나둘씩 시나브로 진실한 화해하고 그렇게 적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소통하고 이해하는 진행 과정을 보고 들으며 어느새 뭉클한 감동과 새롭고 따듯한 삶의 의지를 발견하고 응원하게 된다.

원작과 더불어 작품의 기획 의도와 제작사의 신실하고 건실한 작업 방식, 창작자와 배우들의 참된 창작 열의는 이 세상에서 결코 사랑받지 못했던 사람일지라도 이해와 사랑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해 따듯한 시선과 진정성 있는 관심과 배려를 베푼다면, 누구라도 선한 영향력이 스며들어 원작의 정서처럼 작지만 평화롭게 변해갈 수 있고 어느새 화해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을 노래한다.

거기에 적절한 음악적 구성과 브릿지를 통해 작품의 결을 한층 공고히 하며 깊이 있고 감동적인 아리아로 감동을 배가시킨 ‘이성준’ 작곡의 음악적 배치 또한 작품의 결을 공고히 했다. 

뮤지컬 ‘아몬드’를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감동으로 이끌었던 배우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알고 있던 윤재 역의 ‘문태유’ 배우의 재발견은 새삼 놀랍고 즐겁다. 소년에서 청소년, 성인으로까지의 폭넓은 연기적 마력뿐 아니라 극적 상태에 따른 보이스 톤과 색감까지 카멜레온처럼 다양하게 변주하고 변색할 뿐 아니라 미세한 연기적 표현의 변화로 천상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 배우의 재발견은 벌써 그의 다음 작품이 사뭇, 궁금하게 했다.

곤이 역의 ‘조환지’ 배우야 말해 무엇하랴. 매 작품 거침없는 가창력과 캐릭터에 이입된 몰입도만으로도 늘 감탄을 자아냈던 배우였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놀랍도록 거칠고 파괴적이고 야생적인,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 차, 세상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반항아로 거듭났다. 특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더불어 윤재와 대비되면서도 어느 접점에서는 다르지만 같은 부분을 찾아내고 인간성의 회복을 보여 준다. 또 애써 다르게 포장해버린 팔색조 연기가 더해져 윤재와의 완벽 캐미를 창출해 냈다.

윤재를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키우고자 온 사랑과 정성을 쏟은 엄마 역의 ‘오진영’ 배우 또한 그동안의 다양한 경력을 모아 맡은바 캐릭터를 완벽 구현하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해 몰입하고 열연했다. 대사나 가창, 외형적인 것뿐 아니라 사소한 손동작이나 시선, 상대를 배려하고 아우르는듯한 절제된 호흡까지 철저하게 계산되었지만 자연스럽게, 장면마다 시선만으로도 빈 곳을 채워주며 따듯하고 각별한, 버겁지만 헌신적인 어머니상으로서 윤재를 더더욱 도드라지게 해주었다.

할머니 역의 ‘유보영’의 존재감은 늘 여전해서 그 또한 놀랍고 반가웠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작품마다 정성을 쏟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이번 작품에서 비중이 크진 않아도 작품의 중심인물로서 그야말로 슈퍼 히어로 같은 존재감으로 각인되어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등장하지 않아도 많은 장면에 존재하는듯한 마력의 매소드 연기를 선보여 새삼 놀라게 했다.

또한, 육상선수를 꿈꾸며 윤재의 마음을 몽글거리게 한 도라 역의 ‘송영미’ 배우의 당차고 활기차며 거침없는 가창력은 한여름 시원한 ‘사이다’처럼 상큼했다. 곤이의 아빠이자 전형적인 기성인을 연기한 ‘김수용’ 배우의 노련하고 능숙한 깊은 열연의 존재감은 작품의 또 다른 중심축을 확실히 살려냈다. 엄마의 친구이자 윤재의 말을 묵묵히 들어주는 심박사 역의 ‘정상윤’ 배우 또한 등장만으로도 무대에 안정감과 신뢰감을 전파하며 전체 프로덕션의 결을 더욱 깊고 공고히 해 주었다.

 

사진제공_(주)라이브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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