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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이것이 인생이다! 재즈뮤지컬 ‘더 라이프’

 

재즈뮤지컬 ‘더 라이프’는 80년대 뉴욕 정화 운동으로 섹스 산업의 끝물을 살아가는 3류 인생들의 죽음과 삶, 배신과 믿음, 그리고 절망과 희망의 이야기를 재즈의 선율에 녹여낸 블랙코미디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탤런트 겸 뮤지컬 배우 ‘유준상’과 ‘전수경’ 그리고 가수 ‘소냐’등이 출연하여 한층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뮤지컬 ‘더 라이프’는 한마디로 화려한 공연이었다. 80년대 타임스퀘어 거리가 그대로 재현된 무대는 색색의 조명과 함께 화려한 의상을 입은 배우들로 반짝반짝 빛났다. 게다가 1980년대는 본격적인 컬러와 글리터의 시대이기에, 배우들의 메이크업이나 머리 또한 현란하고 자극적인 원색들이 주를 이뤘다.

모든 것이 화려했던 시대, 하지만 사실 그 안을 들춰보면 타임스퀘어 거리는 시궁창 그 자체였다. 섹스 산업의 끝물인 이 거리에서는 모든 것에 돈을 지불해야 했다. 고로 이 거리의 최대 가치는 ‘돈’이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순수한 사랑이나 우정, 혹은 믿음 따위의 가치들은 씹다버린 껌만큼이나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뉴욕 뒷골목에서는 결코 아무도 믿을 수도 아무도 믿어서도 안 되었다.

뮤지컬 ‘더 라이프’에는 전성기가 지난 만년 창녀 ‘소냐’, 그리고 전직 유치원 교사이자 어두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퀸’, 그리고 베트남전 참전 군인이었던 그녀의 남자친구 ‘플릿우드’가 등장한다. 또한 이들을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게 만드는 사기꾼 ‘조조’와 뉴욕에서 제일 잘 나가는 포주 ‘멜깁스’가 주를 이루며 극을 이끌어나갔다.

극의 초반 부분 뮤지컬 ‘더 라이프’는 화려한 조명 아래, 끈끈한 재즈 선율과 배우들의 시원한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은 파격적인 의상과 함께 펼쳐지는 매춘부들의 섹시한 몸짓과 포주들의 거친 안무에 눈길을 빼앗겼다. 한 치의 여유도 주지 않는 이 공연은 그렇게 관객들을 80년대 타임스퀘어 거리로 이끌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어느덧 관객들의 얼굴에는 묘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뉴욕의 뒷골목, 매춘부와 포주들의 3류 인생들은 암흑 그 자체였다. 그 안에서 희망이란 부질없는 것으로 치부되며 사랑은 한낮 감정의 소비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도 철저한 약육강식의 시대 속에서 살고 있었다. 강한 자는 더 강한 자에게 늘 굽실거리기 마련이고 약한 자들은 타다 남은 재처럼 점차 사그라져갔다. 그리고 타임스퀘어 거리의 모든 것은 ‘돈’으로 통했다. 모든 것이 돈, 돈, 돈, 돈이었다. 이 거리에서 순정과 꿈을 가졌던 이들은 모두 무너져 내려갔다. 만년 창녀 ‘소냐’도,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퀸’도, 그리고 마약에 찌든 ‘플릿우드’까지도 모두 이 거리의 절대적인 ‘돈’의 논리 속에 권력의 노예로 전락해 갔다.

극이 후반부에 달할수록 관객들은 이들의 3류 인생을 바라보며 때론 눈물짓기도 혹은 동정심을 갖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느덧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이들의 삶이라는 게,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들은 매춘부나 혹은 포주로 돈의 논리 속에 지배되어 있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것, 꿈을 좇고 꿈을 찾아가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좌절하고 그래도 다시 희망을 안고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들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자주 해일같이 몰아치는 시련과 고난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따금 생각한다. ‘왜 인생은 이다지도 쿨 하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인생을 ‘아메리카노’처럼 그저 담백하고 깔끔하게 살 순 없을까? 매번 울고 상처받는 것 없이 그저 웃으며 모든 것을 깨끗하게 맺고 끊으며 말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이란 게 쿨(cool)하고 싶지만 사실은 핫(hot)하다. 우리의 삶은 늘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고 그리고 하루에도 몇 번씩 넘어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가 있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아니 사실은 너무 자주, 검게 다가오는 폭풍우 속에 길을 잃곤 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또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그렇게 삶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며 오늘도 계속된다.
뮤지컬 ‘더 라이프’는 이렇게 끈덕진 우리네 삶을 재즈 선율에 잘 녹아내었다. 인생의 반 이상을 매춘부로써 살아온 ‘소냐’의 왈츠풍의 노래 속에서, 그리고 ‘퀸’의 고통과 절망이 가득한 슬픔의 아리아 속에서, 그리고 ‘플릿우드’의 펑키 스타일 음악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삶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공연의 배우들이 온 몸의 수분을 다 쏟아내듯 열연하는 그 모습 속에서 관객들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온 몸으로 ‘이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 재즈뮤지컬 ‘더 라이프’는 6월 15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우리네 삶의 노래를 끈덕진 재즈 선율과 함께 이야기한다.


이종미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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