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 막히는 스피드로 춤과 노래를 쏟아내었던 ‘파이브 코스 러브’는 자극적인 현대인의 입맛에 딱 맞는 뮤지컬이다. 배우 ‘김태한’이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라고 노래를 하는 작품 ‘파이브 코스 러브’ 속의 다섯 가지 매뉴얼을 만나 보자.
첫 번째 매뉴얼- 꽃다발을 드릴 건데요
웬만한 일은 돈이면 다 해결되는 세상에 돈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나이를 먹고 세상을 겪어볼수록 점점 속물이 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돈을 밝히는 사람과 만나서 식사를 하고 대화를 하게 된다면? 평소에는 잘 넘어가던 음식도 상대방의 속물스러움에 부대껴 잘 삼켜지지 않고 거북한 속에 꺼이꺼이 트림만 비어져 나올 것이다. 여기 뮤지컬 ‘파이브 코스 러브’의 첫 코스에서는 시골에서 상경한 ‘매트’가 속물중의 속물인 ‘바비’에게 딱 걸려들었다. 까만 뿔테 안경 속에서 분주하게 어리버리한 눈동자를 굴리고 있는 ‘매트’는 시카고의 한 레스토랑에서 ‘바비’라는 섹시한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원조 속물녀 ‘바비’는 ‘매트’를 변호사로 착각하고 가슴이 훤히 드러난 섹시한 드레스 차림으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 다짜고짜 들이대며 ‘매트’를 유혹한다. 그러나 ‘매트’가 자기는 변호사가 아닌 영양사임을 밝히자 ‘바비’는 속았다는 듯 길길이 날뛰며 ‘매트’의 뺨에 새빨간 손자국을 남긴다. ‘매트’는 여자랑 하는 첫 데이트라고 상대에게 바칠 꽃다발까지 준비한 순수한 청년인데 매정한 이 여자는 ‘매트’의 마음도 몰라주고 그를 쓸모없는 쭉정이 취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세상엔 돈 말고 중요한 것들이 많다지만 모든 게 물질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이 세상에서 돈 이외의 가치는 외면당하게 되는 것 같다. ‘바비’는 몰인정한 세속의 논리를 일찍이 몸소 체득한 인생 선배로서 ‘매트’에게 그 논리를 알싸하게 한 수 가르쳐 준다. 하지만 꽃다발을 내미는 ‘매트’의 손과 얄짤없이 꽃다발을 뿌리치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바비’의 손의 가치를 금전으로 환산해 본다면 어떻게 될까? 배우 김태한이 연기한 첫 번째 인물, ‘매트’가 주는 꽃다발의 진가를 알아줄 사람이 과연 뮤지컬 ‘파이브 코스 러브’ 안에 있을까?
두 번째 매뉴얼- 오이와 함께라면 어떤 일도 참을만하다구요
김태한이 연기한 두 번째 인물은 이탈리아 한 갱조직에서 말년 넘버투로 팍팍 썩고 있는 지노라는 녀석이었다. 지노는 두목의 부인 소피아와 사랑에 빠져있으며 어떻게 하면 두목 ‘니키’를 밟고 갱단의 일인자로 올라설까만을 생각하는 조폭이다. 라면이 보면 울고 갈만큼 뽀글거리는 자연산 컬헤어가 인상적인 남자 지노는 한손에는 소피아의 허리를 잡고 한 손에는 오이를 쥐고 사방팔방을 뛰어다니며 오이와 함께 분노를 토한다. ‘김태한’은 꼬불꼬불한 머리와 걸맞게 혀를 한껏 꼬고 끝을 올린 억양으로 이탈리아어의 느낌을 살려 대사를 뱉어내었다. 열변을 토하는 그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러운 오이를 기꺼이 즐겁게 맞으며 성난 말과도 같은 지노의 몸짓에 환호를 보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코스에서 다시 한번 ‘김태한’이 ‘지노’가 되어 오이와 함께 등장하게 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극에서 별첨소스같은 역할을 하며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오이를 뿜어준다. 그 때 배우 ‘김태한’은 오이 폭격에 자지러지는 관객들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이것은 두 번째 코스에서 좋지 않은 결말을 맞았지만 또다시 오이를 손에 쥐고 부활한 ‘김태한’과 오이세례에 중독된 관객들은 이미 그 오이의 포로가 되었다는 증거이다.
세 번째 메뉴얼- 이런~‘엉엉엉’한 느낌을 보았나?
세 번째 코스는 독일식 호프 ‘하임리히 식당’에서 펼쳐진다. 세 남녀의 알딸딸한 삼각관계를 그린 이번 러브스토리에서는 ‘김태한’이 제복을 입고 “하일 히틀러!”를 외친다. 그는 여군인 ‘그라첸’과 다리가 불편한 장교 ‘하임리히’의 사이를 오가며 사랑을 탐닉하는 양성애자 ‘클라우스’역을 맡았다. 다른 코스에 비해 역할의 비중은 적지만 ‘그라첸’과 ‘하임리히’의 요구에 지고지순(?)하게 응하는 ‘김태한’의 교태스러운 연기에 몸서리를 친 관객이 한 둘은 아니다. 그들 셋이서 추는 ‘엉엉엉’ 춤이 어떤 춤인지는 그의 질척한 몸짓만 떠올려도 누구나 쉽게 “아~ 그 느낌”하고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네 번째 메뉴얼- 추잡한 변태라고? 아니. 솔직한 터프가이지!
때는 1888년 쾌걸 조로가 살았던 멕시코. 멕시코 시티의 한 레스토랑에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기예르모’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 코스에서 ‘김태한’은 욕망에 막 눈을 뜬 아리따운 아가씨 ‘로살린드’에게 “(잠자리에서)널 죽여주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는 노골적인 색골로 변신을 했다. ‘기예르모’는 예전부터 ‘로살린드’에게 일편단심의 애정을 쏟아온 ‘에스네스또’로 부터 추잡한 변태 취급을 받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열정을 보여주겠다며 ‘로살린드’에게 집요하게 들러붙는 그가 가증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솔직하고 끈덕지게 자신의 ‘슈퍼사이즈’를 자랑하며 유혹을 하는 ‘김태한’의 뻔뻔스러운 연기가 관객들에게는 밉지 않은 매력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섯 번째 매뉴얼- 오~내 사랑. 당신이 안 보여요
마지막 다섯 번째 코스는 다시 맨 처음의 미국 시카고의 식당으로 돌아간다. 그 곳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키티’의 짝사랑 상대로 등장하는 ‘김태한’이 맡은 역할의 이름은 ‘크런치’이다. 뮤지컬 ‘그리스’의 남자 주인공같이 엘비스 머리를 한 ‘크런치’가 채팅으로 만난 ‘나의 그녀’를 찾기 위해 만남의 장소인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한껏 멋을 냈지만 바로 눈앞의 그녀를 놓치고 마는 ‘크런치’를 연기한 ‘김태한’은 검은 선그라스 속에 얼굴을 묻고 시종일관 “안.보.여.요.”를 외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고받은 비밀스런 사랑에 눈 멀은 그는 아얘 시력까지 상실한 듯 코 앞의 ‘그녀’에게 끝까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김태한’의 장님 아닌 장님 연기는 많은 관객들의 애간장을 녹이며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녹아들었다.
이렇게 다섯 개의 이야기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다섯 가지의 캐릭터를 깔끔하게 소화한 ‘김태한’의 폭발적인 연기는 정말 최고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앞으로도 배우 ‘김태한’의 연기는 이번 작품 뮤지컬 ‘파이브 코스 러브’를 기점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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