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일부터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진행중인 ‘의정부음악국축제’의 여덟 번째 날인 5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대극장에서 가족뮤지컬 ‘신데룰라’가 열렸다.
이 뮤지컬은 극의 나레이터 격인 ‘노리야리’ 마을의 할머니가 무대가 아닌 객석 사이의 중간 통로에서 입장하며 시작되었다. 할머니역을 맡은 배우는 뮤지컬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노리야리’ 마을을 소개하기 전에 “아이고~ 여기 어린이들이 다 모였구나. 어찌 그리 이쁜고~”라고 능청스럽게 운을 띄우며 관객석에 앉은 어린이들에게 인사말을 건넸다. 할머니의 복장은 진한 핑크색 날개옷이었는데 멀리에 있는 관객들에게도 한 눈에 뜨일 정도로 현란한 의상이었다. 또한 머리에는 나비모양의 모자를 쓰고 엉덩이에는 알록달록한 열매모양의 동글이들을 포도송이처럼 방울방울 달아 진짜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처럼 보였다. 할머니는 관객석의 곳곳을 누비며 꼬마 관객들과 굉장히 능숙하게 대화를 주고 받았는데 이는 무대와 객석 사이를 뜨겁게 달구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의정부예술의 전당 대극장’ 무대 위에 길게 드리워진 커튼이 열리는 동안 할머니는 구성진 목소리로 ‘노리야리’ 마을을 노래로 소개하며 어린이들과의 호흡을 맞춰갔다. 어떤 공연이든지 어지간히 자극적인 장면이 아닌 이상 공연이 일어나는 동안 어른관객들은 배우들의 연기나 주문에 시원찮은 반응으로 응수하거나 냉담한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어린이 관객들은 달랐다. “장래희망이 뭔지 얘기할 사람?”이라는 짧은 질문하나에도 많은 어린이들은 여기저기에서 “저요. 저요.”를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뮤지컬 ‘신데룰라’는 제목을 보아서도 느낌으로 알 수 있듯이 남녀노소가 다 아는 동화 ‘신데렐라’를 각색한 작품이다. 못된 계모와 새언니들의 구박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신데렐라’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과 달리 ‘신데룰라’ 이야기에는 ‘노리야리’ 마을에 사는 말썽쟁이 주인공 ‘신데룰라’가 등장한다. ‘신데룰라’의 아버지가 죽자 새 엄마는 혼자서 갖은 고생을 다 해가며 ‘신데뽈라’, ‘신데꼴라’, ‘신데룰라’ 세 자매를 키우게 된다. 그 중 셋째인 ‘신데룰라’는 마을 사람들의 불편사항에 늘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발명품을 제작하는 꼬마 발명가이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까닭에 늘 엉터리 발명품을 만들어내어 ‘노리야리’ 마을 사람들에게 원성을 사곤 한다 . 그래서 ‘신데룰라’의 본의와는 다르게 발명품 때문에 골탕을 먹는 마을 주민들에 의해 집안 물건이 압수되어 ‘신데룰라’의 집은 가뜩이나 없는 살림이 다 거덜나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는 ‘신데룰라’의 기특한 마음을 몰라주고 결과적으로 자기네가 본 손해 때문에 ‘신데룰라’를 구박덩어리로 취급한다. 이런 ‘신데룰라’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그는 신분을 속이고 ‘노리야리 ’마을에 내려온 이 나라의 왕자로 물질과 외모만을 중시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신데룰라’의 엉뚱하지만 착한 성격에 반해 마을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신데룰라’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이윽고 왕자의 신부감을 뽑는 무도회에 온 마을의 아가씨들이 초대되어 아가씨들은 저마다 몸단장에 분주해 보였다. ‘신데룰라’의 첫째 언니 ‘신데뽈라’는 온 마을이 알아주는 미인이지만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얼굴 크기를 줄이기 위해 얼굴에 물에 적신 가죽끈을 동여맸다. 또 둘째인 뚱뚱한 ‘신데꼴라’는 갑자기 살을 빼려고 철로 된 코르셋을 입고 동생에게 “더 꽉 조여!”라고 외쳤다. 이 부분은 현대의 외모지상주의를 잘 표현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누구나가 자신의 모든 것에 만족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싫어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표면적인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육체에 학대에 가까운 성형 시술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자신만의 고유한 육체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뮤지컬 ‘신데룰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평상시에 입는 옷은 한복과 기성복이 결합한 듯한 독특한 분위기의 의상이었다. 그들을 자세히 보면 여자들은 과거 삼국시대의 고구려인들이 입었을 법한 수수한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고 남자들이나 아이들은 상의는 남방과 조끼를 걸치고 하의는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는데 묘하게 과거의 우리네 농민들이 입던 생활한복의 분위기가 풍겼다. 또한 ‘신데룰라’의 아버지와 계모는 중앙에 닭을 놓고 식을 치르는 ‘전통혼례’방식으로 재혼식을 했다. 작품 안에 튀게 한국적인 이미지를 집어넣은 것은 아니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우리 전통문화의 뉘앙스가 풍기는 소품들이 의외로 많았다. 이처럼 뮤지컬 ‘신데룰라’는 서양의 동화 안에 은근하게 한국적인 맛을 녹여내었다. 어린이들의 마음 속에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가족 뮤지컬 ‘신데렐라’는 공연을 찾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 것은 물론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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