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레의 ‘떼아뜨로 시네마(Teatro Cinema)’가 선보이는 ‘신 상그레(Sin Sangre)’가 이번 ‘제 7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 초대되어 지난 12일과 13일에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와 ‘떼아뜨로 시네마’와의 만남은 올해로 두 번째 이다. 지난 2007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는 ‘떼아뜨로 시네마’의 대표작인 ‘헤멜로스’가 공연되었고 이번에는 ‘신 상그레’라는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 것이다. 하나의 극 안에 영화적 기법과 연극적 퍼포먼스를 동시에 아우르며 새로운 연극적 언어를 제시하는 ‘떼아뜨로 시네마’의 이번 공연은 한국 공연 예술계에 다시 한 번 새로운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낸 공연이었다.
- 영상 안에 연극을 담고 연극적 감각을 살린 영화, ‘신 상그레’
요즘은 영상을 이용하여 극적 효과를 높이고 다양한 장면전환을 시도하는 공연이 많아 ‘극과 영상의 결합’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떼아뜨로 시네마’의 ‘신 상그레’가 국내에 까지 소개되며 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한 영상의 사용을 넘어 그 안에 극을 담아낸 새로운 연극적 시도 때문이다. ‘신 상그레’의 배우들은 완벽하게 편집된 영상을 무대 삼아 연기하였고 그들의 연기는 한 폭의 스크린 안에 담겨 관객들에게 전달되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신 상그레’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영화와 연극의 경계에 서 있었으며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는 연극을 보여주고 연극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는 영화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또한 ‘신 상그레’가 보여준 고도의 테크닉은 영상의 평면성과 그 안에 스며든 연극적 입체성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고 이를 본 관객들은 ‘신 상그레’가 영화인지 연극인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만 꿈뻑거릴 뿐이었다.
- 이것이 전쟁이다
20세기의 정점에 서 있었던 지난 1945년의 이래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던 날은 약 3주. 이는 우리가 자유를 위해, 또는 그것의 쟁탈을 위해 약 60년의 세월동안 고작 3주 만의 휴가만을 보내고 그 나머지의 시간은 모두 ‘적을 무찌르는 일’에 몰두해 왔다는 이야기이다. 이 통계학적인 사실에 우리는 쉽사리 전쟁에 대한 회의에 빠지지만 그것을 깨우친다 한들 전쟁이 끝나는 법은 없었다. 이탈리아의 주목받고 있는 작가 ‘알레산드로 바리코(Alessandro Baricco)’, 그리고 그의 소설 ‘Senza Sangue(Without Blood)’는 아버지와 오빠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할 수밖에 없었던 어린 딸 ‘니나’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이라는 담론을 정면에 꺼내드는 작품이다. 그는 ‘신 상그레’에서 전쟁이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피해자가 가해자되고 가해자 역시 피해자가 된다는 ‘전쟁의 동시성’을 말하고자 한다. 이는 ‘니나’의 아버지와 오빠를 죽였던 일당 중 한명이 평생을 죄악감에 시달리며 ‘니나’가 자신을 복수하러 와주기만을 기다려왔다는 사실에서 더 명확히 드러난다. 죽인자도 죽은자도, 빼앗은 자도 빼앗긴 자도 모두 동시에 받는 고통, 결국 전쟁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신 상그레’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온 ‘신 상그레’는 영상과 연극의 결합이라는 사실 뿐 아니라 대사에 담긴 시학성과 감각적인 영상 기법, 그리고 농익은 철학이 한데모인 깊은 작품성으로 한국 공연 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또한 칠레 ‘떼아뜨로 시네마’의 이러한 실험적인 시도는 우리의 문화 예술 역시도 계속적인 도전과 진보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교훈을 일깨워주었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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