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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당신의 아픈 맘을 우리가 말려줄께요, 뮤지컬 ‘빨래’

 

날씨가 참 좋다. 창가로 스며드는 햇살은 따스하고 지나다니는 이들의 얼굴에도 유난히 밝은 표정들이 어려있는 요즘이다. 날씨가 좋으니, ‘빨래’라도 하고 싶은 나날이다. 왜, 날씨가 좋아서 깨끗하게 잘 말려진 빨래를 보면 기분이 좋지 않나? 여기, 보고나면 마음까지 하얘지는 일상의 묵은 먼지 떼와 같은 걱정과 근심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공연이 있다. 바로 ‘당신의 아픈 맘을 우리가 말려줄께요’라고 다정스레 이야기하는 뮤지컬 ‘빨래’이다.

서울에서 산다는 건 누구에게든 참 쉽지가 않다. 서울에서 3년을 살았건 5년을 살았건, 또 40년을 살았건 누구에게나 아픔 없이 상처 없이 산다는 건 불가능할 정도이다. 게다가 서울이라는 곳은 참 차가운 느낌이다. 우리는 우리의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타인에게 관심조차 갖지 않으며 그렇게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관점 안에 갇혀 살아간다. 이웃간의 정도 풋풋한 사랑도, 사라진지 오래이다.

뮤지컬 ‘빨래’의 주 무대는 반지하방과 옥탑방이다. 이 공간적 배경은 마치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상처의 깊이를 나타내주듯 깊고 어둡다. 그리고 이 곳에는 사지가 절단된 장애인딸의 기저귀를 빨며 억척스레 살아가는 ‘주인할매’가 있다. 또한 동대문에서 옷가게를 하며 애인을 사귀며 근근히 살아가는 ‘화정엄마’와 잃어버린 꿈을 찾아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27살의 ‘서나영’이 산다. 옆집에는 외국인노동자 ‘솔롱고’와 ‘낫심’이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한국에서 어려운 노동자 생활을 한다.

참 고단한 인생들이다. 이들은 빨래들 중에서 가장 손때 묻은, 그냥 빨아서는 잘 지워지지도 않는 묵은 떼가 쌓인 빨래들이다. 모두들 저마다 꿈을 안고 서울살이를 시작했지만 돌아오는 건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멸시, 그리고 가난뿐이다. 과연 언제쯤 이들의 상처는 잘 말려진 빨래처럼 깨끗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희망은 있다. 그들의 하루하루의 고단한 삶은 결국, ‘빨래’를 통해 모두 모아진다. 27살의 서나영은 고된 서울살이로 인해 자신의 꿈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지만, 외국인노동자 ‘솔롱고’와의 만남과 사랑을 통해 희망을 얻게 된다. 또한 ‘주인할매’와 ‘희정엄마’역시 그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서로서로 함께함으로, 그들간의 끈끈한 정을 통해 또 하루를 살아낸다.

뮤지컬 ‘빨래’는 이야기한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에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 내 어서”라고 말이다. 이 공연을 보고 나면 ‘그래,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희망의 마음이 든다. 2006년도에도 ‘빨래’공연을 본 입장에서는 이번에 또다시 무대에 올리면서 추가된 관객들을 위한 이벤트성 장면들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뮤지컬 ‘빨래’가 주는 메시지는 봄날처럼 참 따뜻했다.

자, 뮤지컬 ‘빨래’를 통해 오랜만에 세탁기의 ‘윙윙’돌아가는 소리 대신, 빨간 세수대야에 빨랫감을 풍덩 넣은 후 극 중의 장면처럼 발로 힘껏 밟아 보는 건 어떨까?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라고 얘기하는 뮤지컬 ‘빨래’처럼 말이다. 게다가 요즘 날씨는, 그야말로 ‘빨래하기 좋은 날’이다. 그렇게 빨랫감을 힘껏 밟다보면 아마 당신의 묵은 떼같은 걱정, 근심도 빨래와 함께 바람에 실려 날아갈 것이다. 뮤지컬 ‘빨래’는 2008년 3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원더스페이스’에서 펼쳐진다.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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