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뮤지컬
[취재기] 뮤지컬 ‘이블데드’, 호러와 코믹을 넘나드는 피의 전주곡

 

비상! ‘로맨스’이야기로 연일 핑크빛으로 물들던 뮤지컬 시장계에 새로운 피바람이 몰려왔다. 뮤지컬 ‘이블데드’가 한국에 상륙하여 연신 피 비린내를 내뿜고 있다. 하지만 대피할 필요는 없다. 뮤지컬 ‘이블데드’의 피바람 안에는 코믹과 컬트를 넘나드는 재기발랄한 바람도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샘 레이미(Samuel Marshall Raimi)의 1983년작 B급 컬트 호러무비‘이블데드’를 원작으로, 숲 속 오두막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명의 대학생들이 그 곳에서 만나는 악령들을 퇴치한다는 이야기이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한마디로 뛰어난 무대장치와 소품 및 무대효과의 승리이다. 뮤지컬 ‘이블데드’에는 뮤지컬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좀비’라는 특이한 소재의 등장, 스타성 있는 배우들의 기용, 표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다는 스플래터존(Splatter Zone)설치 등의 성공요인들을 뽑을 수 있지만 역시 가장 눈여겨 봐야할 점은 무대효과이다.

무대에 좀비가 등장한다. 무대는 영상물과 다르다. 웬만큼 잘 표현하지 않고는, 관객들에게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 ‘이블데드’의 좀비는 각각의 캐릭터에 맞는 강렬한 주제 음악과 마치 ‘좀비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배우들의 몸짓과 표정들로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또한 뮤지컬 ‘이블데드’에는 사람과 좀비 이외에도 악령이 씌워진 살아있는 나무나 사람의 말까지 하는 사슴과 작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 역시 매우 실감나는 소품 사용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하지만 결점 없는 공연이 어디 있겠는가? 뮤지컬 ‘이블데드’는 강렬한 음악과 시종일관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하는 죽고 죽이는 살육의 현장 속에서 ‘이블데드’ 본연의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긴 쉽지 않았다. 극 초반부는 마치 우리말로 더빙된 외화 드라마를 보는 듯 외국어 어순을 그대로 사용한 배우들의 대사가 조금은 어색하게 들렸고, 중반부에 갑작스레 튀어나온 ‘애니’와 말더듬이 ‘에드’의 등장 부분부터 관객들은 혼란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왜 등장하고,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납득이 갈 만한 설명 없이 갑작스레 등장한 두 인물들의 모습에 연일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황당하게 등장한 ‘제이크’의 역할 의미성도 부여하기 힘들었다. 악령을 퇴치할 열쇠를 가지고 있는 ‘애니’의 역할이 굳이 필요하다 주장하면 할 말이 없겠지만 말더듬이 남자친구인 ‘에드’까지 등장하며 극을 전개해나가야 할지 그 필요성에 관해선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 물론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중점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은 스토리가 아니다. 원작인 영화 ‘이블데드’에서도 냉정하게 말해 별 줄거리라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뮤지컬도 관객들을 위한 하나의 공연예술이다. 비록 줄거리에 중점을 두지 않았다 한들, 최소한 관객들이 막힘없이 각각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이야기의 커다란 줄기 정도는 잘 따라갈 수 있게 관객들의 호흡을 맞춰주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뮤지컬 ‘이블데드’에는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호러와 코믹, 컬트의 세 가지 색깔을 매우 적절히 버무려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소리를 지를 만큼 소름이 끼치기도 하지만 그에 발맞춰 웃음도 끊이질 않았다. 관객들은 억지웃음을 지을 필요가 없다. 굳이 배우들이 오버하지 않아도, 그 상황과 극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마치 ‘로맨스’이야기의 전유물 같은 뮤지컬 시장에서 과감하게 호러, 코믹, 컬트라는 퓨전 뮤지컬을 내놓으며 뮤지컬계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무대라는 한정적 공간의 한계를 비웃듯 여느 영상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무대장치와 소품 사용의 탁월함을 드러냈다. 이제 우리 뮤지컬도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 뮤지컬은 아름다워야 하고 감동적이어야 하며, 때론 진지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틀 속에서 조금은 벗어날 필요가 있다. 물론 뮤지컬 본연의 의미성을 잃어버려도 안되지만 말이다. 뮤지컬 ‘이블데드’는 좀 더 다양성을 추구하며 무대라는 한정적 공간을 극복하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러와 코믹을 넘나드는 피의 전주곡, 뮤지컬 ‘이블데드’가 한국 뮤지컬계에 피바람을 몰고 오며 ‘조낸 재밌는’(뮤지컬 ’이블데드‘를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말이다)뮤지컬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보자. 뮤지컬 ‘이블데드’는 3월 18일부터 6월 1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펼쳐진다.

이종미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