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순원의 『소나기』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읽어봤을 국민 대표 문학이다. 누구나 산골 소년과 소녀의 조약돌 사랑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심지어 소설 『소나기』를 토대로 한 ‘어느 작은 산골 소년의 슬픈 사랑 얘기’라는 노래도 만들어진 바 있다. 2008년 봄, 우리의 사춘기를 풍부한 감성으로 흠뻑 적셔왔던 황순원의 『소나기』가 뮤지컬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다.
- 서낭당, 돌탑과 결부된 조약돌 상징
뮤지컬 ‘소나기’가 소설 『소나기』의 핵심 포인트였던 조약돌 상징을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까? 이를 위해 뮤지컬 ‘소나기’는 서낭당과 돌탑이라는 상징물을 끌어들였다. 서낭당이나 돌탑은 예로부터 우리네 조상들의 간절한 소망이 깃든 곳이었다. 뮤지컬 ‘소나기’의 소년과 소녀는 돌탑에 조약돌을 올리면서 자신들의 소박한 소원과 순수한 사랑도 함께 쌓아올린다. 이는 소녀의 대사를 통해 더욱 명확히 전달된다. “이제부터 나의 소원은 네가 갖는 거고 너의 소원은 내가 갖는 거야.” 소설 『소나기』에서 조약돌은 단순히 소녀의 마음이 확인되는 장치였다면 뮤지컬 ‘소나기’에서는 그들의 소망이 추가되고 그것의 교환이 담기면서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했다.
- 시대의 변화
황순원의 『소나기』와 뮤지컬 ‘소나기’의 시대 배경은 약간 다르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5, 6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뮤지컬 ‘소나기’는 서태지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90년대인 듯싶다. 그렇기 때문인지 그들이 사랑하는 방식도 원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는 소년, 소녀의 만남과 사랑이 약간 소극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뮤지컬 ‘소나기’에서는 더 적극적인 감정의 표현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풋풋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소설에서는 그리도 숙맥이던 소년이 뮤지컬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성격으로 표현되어 그 시대적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 아버지에서 형으로
황순원의 『소나기』에서는 소년의 가정이 엄마, 아버지, 소년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뮤지컬 ‘소나기’에서는 아버지 대신 형이 투입되었다. 단순히 아버지에서 형으로 교체된 것뿐이지만 이 변화가 공연을 더 풍성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다. 특히 서울로 공부하러 갔던 형이 돌아온 장면은 형과 소년의 재회가 너무도 천진난만하게 그려져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자아냈다. 막내 동생이라는 작품의 설정은 소년의 귀여움과 순수성을 더 살려주기도 했다. 또 운동권학생으로 등장하는 형의 이야기가 새롭게 추가됨으로써 소년과 소녀의 사랑만을 중심으로 하던 원작보다 더 풍부한 느낌이 들었다.
- 산골 소년이 된 ‘승리’
뮤지컬 ‘소나기’의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빅뱅의 ‘승리’는 이번 공연에서 기대 이상의 연기력과 가창력을 보여주었다. 특히 ‘승리’의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가공되지 않은 듯한 순수한 목소리였다. ‘승리’가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자면 정말 소설 속의 소년이 튀어나와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또한 소녀역을 맡은 배우 ‘이연경’의 맑고 청량한 목소리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그들의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순수한 사랑이 묻어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귀염성 짙은 그의 연기와 리액션은 ‘승리’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주는 요소였다. 아마 관객들은 그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동생 하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때론 그의 귀여움이 소년과 소녀의 가슴시린 사랑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감정의 몰입을 방해는 것 같은 아쉬움도 남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골 소년의 순수함을 잘 살려낸 그의 캐릭터 소화능력에 높은 기대를 걸고 뮤지컬 배우로서 앞으로의 ‘승리’를 지켜보고 싶은 공연이었다.
- 무대연출의 서정성과 섬세함
뮤지컬 ‘소나기’는 특히 서정적인 무대연출, 그 섬세함에 박수를 표하고 싶은 공연이었다. 뮤지컬 ‘소나기’는 ‘저게 무대야, 그림이야’ 할 정도로 아름다운 배경들이 한 권의 동화처럼 펼쳐지며 감수성을 자극했다. 특히 모든 관객들이 다 느꼈겠지만, 무대 위로 소나기가 내리는 장면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오두막으로 달려가는 배우들의 연기는 한편의 영상물처럼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전달됐다.
뮤지컬 ‘소나기’는 원작 황순원의 ‘소나기’가 가진 문학적 깊이를 뮤지컬로 탄생시키며 대중성을 획득한 작품이다. 뮤지컬에서 약간씩 각색된 스토리는 덜함도 더함도 없이 원작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뮤지컬만의 색채를 뚜렷이 품고 있었다. 특히 소설에서 사용되었던 수많은 복선과 상징을 유기적으로 무대와 결합해낸 뮤지컬 ‘소나기’는 그 연출가의 깊은 고뇌가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어느 산골 소년과 소녀의 작은 사랑이야기가 쏟아져 내리는 뮤지컬 ‘소나기’는 5월 5일(월)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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