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사노바 그리고 사기꾼이라... 아무래도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멋진 신사가 등장하는 이 뮤지컬은 참신함보다는 저런 흔한 캐릭터로 2시간을 어떻게 끌어갈지 시작부터 난감함을 느꼈다.
어쩌면 처음부터 ‘어떻게 하나 보자’며 팔짱끼고 비판적인 자세로 임한 것인 줄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최근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대부분 평준화 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재미는 있으나 거의 비슷한 느낌이랄까?
파격적인 것에 무뎌진 감각은 이 작품을 유머러스한 여느 작품이라 받아들이게 했다. 적어도 중반까지는 그랬다. 물론 심상치 않은 분위기는 감지했으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나 크리스틴의 등장 이후 이 작품의 특별함에 대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사기꾼이라는 이 배우들은 한 순간도 관객을 속이려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는 한국인인데 프랑스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등 미처 예상치 못했던 진실을 까발려 버리곤 했다. 그들의 뻔뻔함과 이상하게도 잘 속아 넘어가는 크리스틴의 순진한 행동. 은근히 긴장되는 순간의 양면성을 지켜보는 것이 관객들에겐 꽤 즐거웠던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배꼽을 쥐는 웃음에는 배우의 힘이 컸을 듯싶다. 여자들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파하고 있는 로렌스 역의 김우형, ‘닭다리 세 개는 바로 기적’이라는 어설픈 사기꾼이지만 온몸으로 즐거움을 주는 프레디 김도현,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두 남자의 혼을 빼놓는 크리스틴 윤공주, 이 세 배우의 호흡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순조롭게 이어진다.
특히 김도현의 몸을 던지는 재치가 빛났으며, 윤공주의 다재다능함이 빛났다. 크리스틴 역에 적격이었던 윤공주는 맑고 선명한 목소리와 ‘춤출 줄 안다’ 할 수 있는 몸의 언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쨌든 주인공의 넘치는 끼는 꽉 채운 관객들의 기를 모두 흡수한 듯 보였다. 관객들은 그들이 누를 때마다 그저 폭소를 금치 못할 뿐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하모니는 워낙 짜임새 있기에 오히려 다수의 앙상블보다 더 힘이 실려 있다. 물론 이는 주인공의 칭찬일 수 있겠으나 앙상블의 미약함을 지적하는 것일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앙상블의 역할이 미미한 편이었다. 무대는 자주 전환되나 그 구도에 있어 신선함이 떨어지고 동선은 부산했다. 게다가 합창이 하나로 모아지는 파워풀한 면모를 가지지 못했고, 군무는 오히려 주연들보다 정확성이 떨어졌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는 분명 ‘그것’이 있다. 이 뮤지컬은 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관심’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들의 능청스러움이 즐겁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대사를 통해 대중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통쾌함이 있다.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들, 그 막혀버렸던 웃음이 뻥 뚫려버리는 경험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물론 로렌스는 자칼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관객들은 이들의 비범함을 알아본 듯하다.
김유리 기자 yuri40021@hanmail.net
4월 7일자 기사를 재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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