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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엄마 냄새 나는 연극 한 편,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냄새 폴폴 나는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를 만나고 왔다. 그런데 이거, 이름만 들어도 가슴 먹먹해지고 코끝이 짠해지던 그 ‘엄마’가 아니다. 딸보다도 더 딸 같은 천방지축에 자신의 꿈, 자신의 사랑이 먼저다. 철이 없다고? 하지만 어쩌면 이 모습이 진짜 우리네 엄마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 철없는 엄마와 신경질쟁이 딸. 어라? 이거 내 얘기잖아!
민자씨는 화장실문을 활짝 열어놓고 볼일을 보면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쉬지 않고 쏟아낸다. 그러나 딸 미아는 엄마의 얘기는 안중에도 없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저건 박민자와 미아가 아니라 우리 엄마와 나의 이야기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무대 위에는 나와 우리 엄마가 함께한다. 그것이 어쩌면 가장 흔한 이야기를 그려낸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가 갖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싶다. 서로에게 가장 큰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또 유일하게 그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존재, 가족. 다시 찾은 딸 미아와 새로운 생명의 태동이 가져다 준 것은 탈 많던 민자씨 인생의 황금시대였다.

- 박민자, 인생을 노래하다.
배우 양희경씨의 노래는 매우 인상적이고 호소력이 짙었다. 이별의 아픔을 겪은 딸에게는 “사랑이란 꿈이 널 찾아오고 있으니...”라며 조용히 다독여주고, 세상 시름을 한잔 술로 잊어 보고자 카바레를 찾은 손님들에게는 패티김의 ‘무인도’를 열창하며 손님들의 ‘황금시대’를 기도해준다. 딸에게, 손님들에게 불러주는 노래는 사실 박민자 자신을 향한 노래였다. 그녀의 노래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상처투성이 속내를 웃음으로 감싸며 조곤조곤 노래로 마음을 다잡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 반짝이는 민자씨의 황금시대를 함께한 반짝반짝 빛나는 조연들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에는 양희경을 포함해 총 5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양희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가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은 쉽게 말하는 ‘조연’이 아니다. 각자 시인을 꿈꾸고, 인생대박 역전을 꿈꾸고, 소박한 세탁소 주인장을 꿈꾸는 인생의 ‘주인공’들이였다. 한 무대 위에 다양한 꿈들이 존재하기에 지켜보는 우리는 더 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민자씨의 황금시대’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이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 평범하기에 빛나는 민자씨의 이야기
미아가 만삭이 된 민자의 발톱을 깎아주며 “다음 세상에선 우리 다시 만나지 말자”고 하자, 민자는 “그때는 네가 내 엄마해라”고 말한다. 미아는 “나 소름 돋았어”라며 기겁을 하다가도 “그래 까짓 거, 내가 진짜 엄마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라고 신소리를 한다. 민자도 지지 않고 “그래 나도 착한 딸이 뭔지 제대로 보여줄게”라며 응대한다. 미아가 발톱 깎아주는 값으로 노래를 청하자 민자가 자장가처럼 나지막이, 추억에 잠긴 듯 느릿느릿 부르는 노래로 막이 내린다. “별도 우는 밤하늘에 푸른 비 내리고/ 별빛이 이슬처럼 반짝이고 있을 때/ 멀리서 저 멀리서 널 찾아오고 있으니/ 사랑이란 꿈이 널 찾아오고 있으니.” 민자씨가 꾸는 꿈을 세계 최고의 가수도, 남부럽지 않은 로맨스도 아니였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으로 끝을 맺은 연극 ‘민자씨의 황금시대’가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가슴에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조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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