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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이퀄’ 반복되는 일주일 속 인간, 존재 이유를 찾다11월 22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

먼저 이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보고 오길 바란다. 낯설게 느껴지는 연극의 진행이 앞으로 등장할 내용을 궁리하게 하며, 관객의 신경을 곤두서게 할 것이다.

18세기 초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 흑마술로 매일 처형당하는 사람들이 있는 시대. 어릴 적부터 폐병을 앓아온 니콜라는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다. 그를 극진히 보살피는 친구 테오는 니콜라를 위해 의학 공부에 매진하고 작은 진료소의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니콜라의 병세는 점점 깊어져 죽음이 가까이 와있음을 느끼게 되고 테오는 ‘영원한 생명’을 손에 넣고자 자취를 감춰버린 연금술에 다가간다. 7장으로 나뉜 연극은 두 사람의 일주일을 그렸다.

니콜라는 테오에게 함께 일하는 수간호사는 어떤지 일상적인 질문을 하고 자신의 동생 이야기, 과거 이야기를 꺼낸다. 단순한 안부 확인이나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니콜라에게 시시콜콜한 일상을 말해주는 듯한 이 대사들은 2장부터 일부 반복된다. 지루한 나열처럼 보여도 쉽게 넘겨서는 안 된다.

“신은 무슨 목적으로 인간을 만들었을까? 왜 인간에게 삶과 죽음을 줬을까?” 이 대사는 지나가는 대사의 일부지만 후반부 결말과 이어 생각해보면 좋다. 연금술사는 왜 호문쿨루스를 만들었을까? 영원한 삶이란 어떤 의미를 주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하는 이 극은 친절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자극이 되는 극임은 확실하다.

진짜 테오는 둘도 없는 친구 니콜라를 폐병으로 잃은 뒤 죽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연금술을 시작하지만, 자신도 니콜라와 같은 병을 앓게 된다.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을 구원하겠는가. 자신이 진짜 테오이고 상대를 실험체라고 우기는 장면부터 점차 누가 누군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시간의 흐름은 ‘니콜라를 살리겠다’라는 본래의 목적까지 잊어버린 듯 모호해진다.

결론부, 테오는 니콜라에게 칼을 건네며 테오 호엔하임은 한 사람이어야 하고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때 나오는 배경음악은 앞서 흑마술사의 처형식에 들리는 음악이다. 마치 스스로 사형 선고를 내리는 모양새다. 칼싸움 끝에 누군가는 칼에 찔려 쓰러진다. 이때 여러 갈래로 나뉘는 엔딩은 ‘이퀄’ 또 하나의 특징이다. ‘이퀄’의 다양한 엔딩 장면과 커튼콜을 모으기 위해 여러 번 관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이 공연의 대본이 영상매체로 실현됐다면 누군가의 시점으로 한 사람만 얼굴을 보여주다 두 인물이 같은 사람이란 것을 보여주고 흐릿한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이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효과적으로 표현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택적 클로즈업이 불가능한 장르 ‘연극’에서 이 작품은 관객의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 미묘하게 변하는 표정이나 억양, 목소리 높낮이 등의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려야 하고, 배우 역시 이런 차이를 전달하기 위해 섬세한 연기를 필요로 한다.

너무 섬세한 연기를 요구하다 보니 객석 끝까지 극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나름의 완급 조절로 공연 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흡입력을 점차 더해가는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품은 배우 김지휘, 안태준, 지호림, 조성윤, 최정헌, 이수웅이 출연하며 오는 11월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2관에서 공연된다.

윤현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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