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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63] 뮤지컬 ‘백범’백범 김구의 ‘아직 끝나지 않은 소원’의 무한동력 확인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0.15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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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백범’은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이 ‘박물관 우리 역사 시리즈’의 일환으로 기획 제작한 첫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4월 낭독 공연을 시작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올해 9월 정식 개막했다.

뮤지컬 ‘백범’은 ‘백범일지’(1876~1949)에 근거하여, 73년 동안의 백범 김구의 인생을 다룬다. 소년 김창일부터 청년 김창수를 거쳐 여러 이름으로 바뀌어 마침내 백범 김구로서 살았던. 특히, 머나먼 중국 땅에서 30여 년의 독립운동가 삶의 모습들과 만났던 인연들, 그리고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해방 후, 독립된 조국이 이념대립에 분열되어가는 조국의 상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그의 끝나지 않는 소원을 되새기고 되짚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또한, 이봉창과 윤봉길 의사의 순국 장면,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사살 등 근,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포함했으며 총 2막 20장으로 장마다 총 18명의 배우가 다양한 측면에서 백범 김구로 분한다.

작품은 동시대인 누구라도 김구가 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부여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백범 김구를 상징하는 흰색 두루마기와 검은 뿔테 안경을 공통으로 착용하며 젠더프리로 김구의 캐릭터를 한 층 풍성하게 표현했다. 근저에는 김구의 호 ‘백범’은 백정에서부터 범부까지 모든 평범한 사람을 모두 아우른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더불어 결코 어떤 위치에 있거나 주목받는 영웅이 아니더라도 고국을 향한 평범한 사람들의 존엄함과 위대함을 마음 깊게 담을 수 있도록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은 역사적인 인물이라서 혹은 지난 과거의 이야기라서 다소 진부하고 묵직할 거라는 선입견을 단번에 타파했다. 동시대인의 관점으로 동참하게 한 것은 단연코 음악과 안무였으며 그 위에서 호방하게 존재하며 즐기는 배우들의 호기로운 기상이었다.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에서도 강조한 경제 대국, 군사 대국, 문화강국이 되기를 소원했던 백범의 소원과 준비, 행동 지침은 그대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놀라운 선 지력의 실행과 혜안에 감탄할 뿐이다.

모든 정치인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누구라도 다시 한번 음미하고 각성하고 실행해야 할 ‘백범일지’의 나의 소원 대목을 인용해 본다. 백범 김구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물으시면 내 소원은 대한독립이다라고 할 것이다.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 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자주 독립이다할 것이요, 또 그다음 소원이 무엇이냐 하는 세 번째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또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하게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소 묵직하고 먹먹한 주제의 나열들, 즉 과거 가장 암울했던 시대에 가장 치열하게 저항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느닷없이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눈과 귀가 번쩍 뜨이게 하는 것은 호쾌하고 강렬한 랩과 전통적인 라인을 살린 세련된 의상에 깊게 누르는 호흡을 얹어 드라마의 정서를 리드하는 다채로운 동작을 서슴지 않게 가미한 안무와 음악, 일사불란한 스태프들의 합과 결코 몸을 사리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까지, 전체 프로덕션의 앙상블의 합을 끌어낸 연출까지 작품은 동시대인들과 함께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백범 김구의 결의와 소원을 함께 풀어내야 하는 소명과 오늘날의 무대로 소환한 백범 김구의 ‘아직 끝나지 않은 소원’의 무한동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뮤지컬 ‘백범’ 작품을 보면서 소재나 음악면에서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티켓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었던 뮤지컬 ‘해밀턴(HAMILTON)’이 떠올랐다. 기존 뮤지컬에서는 활발하게 활용되지는 않았던 랩, R&B, 힙합 등을 역사물에서 과감하게 활용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작품과 결을 함께하지만, 또 다른 호흡과 재치 있는 형식을 가미한 원미솔 작곡과 음악감독은 뮤지컬 해밀턴의 작사 작곡자이기도 한 린 마누엘 미란다 (Lin Manuel Miranda)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음악성과 그녀만의 위트와 기지가 가미 된 작품 속 특별한 넘버들을 창작한 것에 대해 그저 놀랍고 자랑스러웠다.

원미솔 작곡가는 이미 힙합 뮤지컬 ‘인더하이츠’의 음악감독도 한 경험이 있었지만, 당시 분노와 좌절을 넘어서고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독립을 갈망하고 자유를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과감히 힙합이라는 음악적 장르를 꺼내 들고 폭포수 같은 랩까지 분출했다. 한을 넘어선 의지를 북돋우며 희망의 빛을 향해 끝까지 행진하며 울분과 바램을 넘어 곳곳에 위트와 기지가 넘치는 새로운 힙합 리듬을 창안하며 그녀만의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 냈다. 하루라도 빨리 뮤지컬 ‘백범’의 재연 소식이 들려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사진제공_국립박물관 문화재단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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