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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60] 뮤지컬 ‘제이미’조권,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 적재적소에서 에너지 뿜어내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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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이미’는 2011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제이미, 열여섯 살의 드랙 퀸‘(Jamie Drag Queen at 16)을 바탕으로 뮤지컬화 했다. 2017년 영국 북부 쉐필드 극장에서 초연 시작과 동시에 매진되는 사례를 기록했고,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오픈 런 공연은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힘든 인기로 순항 중이었다. 2020년에는 영화화까지 확정되었으나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재개를 알 수 없는 잠정적인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2018년 영국 올리비에 어워드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우수 신작 뮤지컬 상을 포함하여 남우주연상, 조연상, 안무 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영미 비평가와 관객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고의 뮤지컬이다. 이번 한국 공연은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서 선보인 것뿐 아니라,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중단된 공연이 한국의 절대적인 K-방역과 관객들의 솔선수범하는 질서와 협조로 가능했다. 2020년 현재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서울에서만 뮤지컬 ‘제이미’가 공연되고 있다.

‘더 필링’의 리드보컬이자 뮤지컬 ‘제이미’의 작곡가인 댄 길레스피 셀즈,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앤드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 중인 연출가 조나단 버터넬, 영국 TV ‘닥터 후’의 작가이기도 한 톰 맥레 극본의 오리지널 창작진과 국내에서 ‘스위니토드’ ‘마틸다’ ‘렌트’의 번역과 개사를 담당했던 김수빈 번역가의 합류로 지금 이곳, 한국에서 동시대적인 청소년들이 쓰는 어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오늘날 우리의 이야기로 새롭게 거듭나게 되었다.

비록 무대가 스펙터클 하진 않지만 세련되고 기능적이며 다분히 감각적이다. 레플리카 방식으로 원작 그대로인 라이센스 뮤지컬의 재미와 묘미가 요소요소에 묻어나는 무대 미쟝센이 특징이다. 특히 김문정 지휘자가 이끌며 통통 튀는 펑키리듬과 팝적인 음악, 브릿지의 경쾌하고 신나는 드럼 비트 등 생동감 넘치는 음악과 더불어 뛰어난 재능과 기량을 갖춘 뛰어난 배우들을 만나 오리지널 무대를 능가하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 냈다.

작품은 영국 세필드의 공립학교를 배경으로 드랙 퀸을 꿈꾸는 당찬 17세 소년 제이미가 주인공이다.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조금은 유별난 꿈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향한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세상의 편견에 맞서야 한다. 미래에 대한 확신보다는 두려움이 크다. 하지만 남들이 뭐라 하든 ‘네 갈 길을 가라. 넌 너 자체로 아름답고 완전 소중하다’라는 엄마의 극진한 이해와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그나마 위로와 생기를 얻는다. 제이미는 아빠의 이해와 사랑도 확인하고 싶지만, 아빠는 아들인 자신을 이해하기는커녕 심지어 역겹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커다란 상실감과 슬픔을 넘어 자기혐오까지 더해진다. 제이미는 그야말로 치유될 수 없는 파국의 실의에 빠진다. 그러다 전설적인 드랙 퀸 로코 샤넬을 영접하고 자신의 멘토로 삼으며 나아갈 길을 확신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나 그를 믿고 사랑과 응원으로 독려하는 엄마 ‘마가렛’과 이모 ‘레이’ 그리고 무슬림 출신 친구 ‘프리티’의 응원과 지원으로 드디어 제이미만의 제이미, 드랙 퀸 ‘나나나’로 거듭 태어난다. 모든 차가운 시선들을 무릅쓰고 당당하게 졸업파티에 빨간 하이힐과 드레스를 입고 가기로 한다. 17살의 제이미는 수많은 편견과 냉한 시선 속에 자기혐오마저 더해져 자칫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다. 이후 몰아치는 후폭풍 같은 역경을 헤쳐가는 제이미의 행보는 자신의 꿈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순탄치 않은 삶의 여정이다. 결국 제이미는 갖은 핍박과 눈치 속에서도 자기혐오를 스스로 떨쳐낸다. 눈치 보지 않고 그저 가고자 하는 길을 용기 내서 걸어간다. 그렇기에 자신감과 도전, 행복, 사랑, 평등, 존중, 포용의 꿈 꾸던 무지갯빛 미래를 스스로 쟁취한 것. 이제 그 자체로 당당하게 빛나고 아름다운 행보가 이어진다. 화려하게 재탄생한 제이미의 드랙 퀸 ‘나나나’! 편견에 맞선 모든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의 화신으로 부활하며 모두가 ‘제이미를 얘기해’(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를 함께 노래한다.

관객은 제이미처럼 당당히 나만의 여행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당당하게 걸어갈 힘을 얻는다. 제이미의 여정을 보고 있자면 혹여 나에게도 불편하거나 예기치 않은 어떠한 상황에 놓일 수 있고 그러하더라도 나 자신의 꿈과 내가 원하는 진정한 삶을 찾을 수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다짐할 수 있다.

뮤지컬 ‘제이미’가 처음 영국에서 공연되고 화제의 중심에 있을 때 몇몇 제작사에서 라이센스의 가능성을 타진하러 가서 본 뒤 “만약 한국에서 뮤지컬 ‘제이미’가 공연되어 진다면 과연 누가 ‘제이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려 섞인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된 네 명의 제이미는 모두의 우려를 일순간에 불식시켰다. 그동안 강도 높은 연습의 대가다. 관객들의 엄청난 환호로 보답받고 있으며 더불어 공연도 순항 중이다. 내가 봤던 제이미 역의 ‘조권’은 이미 다수의 뮤지컬에 출연한 경험도 있어서겠지만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무대 적재적소에서 장면에 딱 맞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되고 몰입되어 시종일관 작품을 리드했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하이힐과 현란한 의상까지도 너무도 자유롭고 완벽하게 소화하며 누가 봐도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제이미로 재탄생했다.

거기에 한국 뮤지컬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한 지 이미 오래지만, 엄마 ‘마가렛’ 역의 김선영은 시선 하나 손끝 하나까지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엄마의 심정과 표상을 너무도 깊이 있게 표현했다. 자식을 응원하고 사랑 가득한 자애로운 모습의 엄마로서, 작품의 든든한 인물 축을 확고히 구축했다. 어떠한 일이 닥치고 어떠한 경우라도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겠다는 ‘he’s my boy’ 넘버 하나만 들어도 절절한 감동과 위로에 목이 메고 세상 모든 근심 걱정도 다 사라져 간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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