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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로빈’ SF 판타지와 가족의 사랑 사이깊게 고찰하고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 존재

‘통 속의 뇌’라는 회의주의 사고 실험이 있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모든 일은 사실 외부에서 입력하는 정보일 뿐이라면 과연 사고(思考)하고 있는 내가 진짜로 실존하는 나인지, 아니면 통 속의 뇌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실험. 뮤지컬 ‘로빈’을 보면서 이 실험을 떠올렸다. 물론 이 실험만큼 난해한 주제를 담고 있지는 않다. 우주선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과학적인 사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야기다.

배경은 어느 미래의 우주, 지구의 방사선 피폭을 피해 도착한 행성 위의 벙커 안. 과학자 ‘로빈’, 딸 ‘루나’, 로봇 ‘레온’이 한 가족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다. 벙커를 떠나온 지 10년, 벙커의 수명도 10년이다. 지구로 돌아가야 하는 날은 멀지 않았는데 귀환 신호는 오지 않는다.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천재 과학자 로빈은 꾸준한 시도 끝에 벙커 수명 일주일 전, 지구 귀환 신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로빈은 주기적으로 체크하던 건강 키트를 통해 자신의 수명이 일주일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로빈은 마지막을 준비해보려고도 하지만 제 눈에는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딸을 혼자 둘 수가 없다. 사춘기를 맞은 딸은 아빠에게 개인 공간에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하고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도 않는다. 로빈은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신을 복제하는 것.

섬세하고 예민한 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뼛속까지 이과형 인간인 로빈과 친구도 없는 공허한 우주에서 상상과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루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인간의 모든 행동을 학습해가는 로봇 레온이 있다. 로빈은 복제된 자신인 ‘뉴빈’을 만들며 가장 어려운 것은 ‘감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뉴빈은 묻는다. ‘감정은 꼭 필요한 것이냐’고. 로빈은 뉴빈에게 감정을 주기 위해 ‘기억’을 전한다. 같은 기억을 공유하면 같은 감정이 생길 것이라는 점을 토대로 말이다.

4차 산업 등 날로 발전하는 로봇 산업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이 극의 이야기는 머지않은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은 단순 작업을 위한, 하나의 노동력을 위해서 로봇을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더 넓은 범위로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면 우리는 ‘감정’이 있는 로봇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될까? 소재를 미래로 잡은 만큼 깊게 고찰하고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이 극은 SF의 관점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따뜻한 극이다. 단지 소재를 그렇게 설정했을 뿐, 부성애와 가족 간의 사랑에 대해 절절히 말하는 작품이다. 심지어 ‘감정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말하는 로봇 레온마저 ‘아들’이라고 불리며 로빈과 루나의 따스한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배우 김대종, 김종구, 정상윤, 임찬민, 최미소, 박정원, 최석진, 유현석이 출연하며 오는 8월 2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윤현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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