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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5연 맞은 ‘베어더뮤지컬’, 다시 생각해봐야 할 어른의 역할‘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여성’의 존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가톨릭 기숙사 학교 ‘성 세실리아’. 엄격하고 보수적인 가톨릭 학교의 학생들은 가능한 모든 일탈을 취한다. 섹스, 마약 등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그저 달려 나가기만 한다. 브레이크 고장 난 자동차는 어딘가에 부딪혀야 멈추는 법.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고를 당하고 만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사고일지, 예정된 운명이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극은 미사 시간으로 시작된다. 성스러운 기도 속에서 피터는 꿈을 꾼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주변의 친구들과 엄마에게 혐오 당하는 꿈이다. 꿈속 피터는 모두의 비난으로 벼랑 끝에 몰리지만, 현실의 피터는 조금 다르다. 학교의 킹카이자 자신의 남자친구인 제이슨과 자신이 사귀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하며 자신의 사랑 앞에 당당하다. 피터의 욕망은 또 다른 꿈으로 나타난다. ‘동성애’는 가톨릭의 교리와는 다르지만 성모 마리아는 현실적이고 코믹한 모습으로 피터에게 나타나 커밍아웃을 할 용기를 준다. 그러나 제이슨은 다르다. 우수한 성적에 훤칠한 외모로 모두에게 동경 받고 집에서는 완벽한 아들 역할을 다하는 제이슨은 피터를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이 게이라는 점은 그다지 알리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커밍아웃 문제로 피터와 제이슨은 서로 다투게 되고 잡음 속에 제이슨의 쌍둥이 동생 나디아와 두 사람의 친구 맷이 두 사람의 사이를 알게 된다. 학교의 퀸카 아이비는 제이슨을 유혹하고 제이슨은 피터와 싸웠다는 분노와 순간의 충동으로 아이비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 하룻밤으로 인해 아이비는 임신하게 되고, 아이비를 짝사랑하던 맷의 분노로 피터와 제이슨은 아웃팅을 당한다. 혼란스러워하던 제이슨은 아무에게도 대답을 듣지 못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베어더뮤지컬’은 2015년에 초연된 작품이다. 삼연은 달라진 공연장 때문에 무대의 규모를 좁힌 것을 제외하고는 이야기의 큰 틀을 바꾸거나 이렇다 할 변화가 있진 않았다. 우리는 이 공연이 5년 동안 ‘애틋하고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살펴봤다면 이제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 공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마주한 혼란 속에서 ‘어른’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극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존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베어더뮤지컬’에서 수녀, 신부, 엄마 중 피터의 커밍아웃을 이해하는 사람은 오직 수녀뿐이다. 피터의 엄마와 제이슨의 고해성사를 들은 신부는 그들의 커밍아웃을 외면한다. 신부와 엄마는 안 된다는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지만, 이야기조차 들어주려는 시도도 하지 않은 비겁한 어른 상을 그린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려는 아이들에게 어른은 어떤 지표를 가지고 아이들을 인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극 중 대표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 아이비는 극단적으로 표현해 피터와 제이슨의 사랑을 확인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제이슨과 피터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로 남지만 홀로 남은 아이비와 배 속의 아이,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는다. 나디아는 극에서 가장 성숙한 성장을 이룩한다. 못난 외모로 인한 질투에서 친구를 위로할 줄 알게 되며 비교적 완전한 인간상으로 자라난다.

‘베어더뮤지컬’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을 그린 청춘물인 만큼 극적이고 강렬한 록 음악과 절절한 감정을 담은 발라드가 오고 가며 불안한 인물들의 감정을 이어나간다. 본 리뷰에서 언급된 인물들 외에도 여러 학생이 등장하며 각자의 개성을 담아 성장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즐거워야만 하는 졸업식에 엄숙한 표정들로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면 위로와 응원을 함께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기세중, 오승훈, 정휘, 김리현, 문성일, 임준혁, 홍승안, 김진욱, 허혜진, 임예진, 이동환, 이봉준 등이 출연하며 오는 8월 23일까지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윤현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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