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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렁스’ & ‘그라운디드’, 다양한 소재 중 꺼내든 한가지 카드 ‘임신’개인이 맞닥뜨리는 새로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

 

임신. 하나의 생명이 잉태된다는 것. 누군가에겐 철저한 계획하에 이루어지는 일이고 누군가에겐 예상치도 못했는데 갑자기 일어나는 일이다. 아이가 생긴다는 것은 여성의 신체적으로 가정의 여러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하나, 아니 그 이상의 세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이 소재의 연극이 동시에 상연됐다. 바로 ‘렁스’와 ‘그라운디드’다.

‘렁스’와 ‘그라운디드’는 이런 ‘임신’을 화두로 극을 시작한다. 내용은 이렇다. ‘렁스’의 ‘남자’는 ‘여자’에게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아이를 낳자는 제안을 한다. 갖은 실랑이 끝에 두 사람은 아이를 갖게 되지만, 앞으로 남은 두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다. ‘그라운디드’의 ‘소령’(역할 명이 없으므로 편의상 이렇게 지칭하겠다.)은 전투기 조종 업무를 마치고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지내게 되고, 그녀는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령의 복귀는 하늘이 아닌 회색 컨테이너 안. 군부대용 드론을 조종하게 되며 소령에게는 군부대 속 생활이 아닌, 매일 돌아가야 할 ‘집’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복되는 전쟁과 일상 속에서 소령은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물론 두 이야기가 모두 ‘임신’과 ‘출산’, ‘아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그라운디드’는 경력단절, 전쟁의 PTSD, 직업병, 몰래카메라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고 ‘렁스’는 환경문제와 더불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다룬다. 하지만, 이야기의 분기점이 ‘임신’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사실이다.

현재 한국은 2018년 기준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 0.977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 우리나라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는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출산 장려를 권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렁스’처럼 호르몬 혹은 환경문제나 ‘그라운디드’처럼 경력단절 문제 등이 그렇다. ‘렁스’와 ‘그라운디드’ 역시 계몽이나 반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어느 개인이 맞닥뜨리는 새로운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아이를 가졌기에 얻는 행복 역시, 확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2인극, 모노극인 두 작품의 무대는 같은 듯 다르다. ‘렁스’의 무대는 런웨이 식의 일자 무대로 아무 소품도 등장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오로지 ‘신발’로 두 사람의 일생의 발자취를 남기듯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그라운디드’는 활주로를 연상시키는 방사형 무대로 의자를 이용해 공간의 이동을 설명한다. 이 무대의 비밀은 후반부에 밝혀진다. 무대가 열리면 강렬한 조명이 객석을 향한다.

특별할 것이 없는 간단한 무대에 배우들의 연기가 가득 채워진다. ‘렁스’는 쉴 틈 없는 두 사람의 대화와 빠른 화제 전환으로 보는 이의 넋을 빼고는 하지만 탁월한 강약 조절과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들의 일생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라운디드’의 차지연은 이루 말할 것 없는 탁월한 연기자로 간단한 조명과 배우의 행동으로 이 사람이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지, 어느 상황에 처해있는지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에 오열하는 연기가 압권으로 공연장 전체를 전율케 했다.

‘그라운디드’는 지난 5월 23일 서울 성수동 우란문화재단에서 막을 내렸다. ‘렁스’는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오는 7월 5일까지 공연되며, 김동완, 이동하, 성두섭, 이진희, 곽선영이 출연한다.


사진제공_렁스=연극열전, 그라운디드=우란문화재단

윤현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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