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이조 춤 인생 55주년 기념 대공연 ‘무의舞衣’가 지난 7월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됐다. 이번 무대는 임이조의 승무와 조월경운, 춘설을 비롯한 살풀이, 한량무, 대감놀이(이매방류 무당춤), 교방 살풀이가 공연되어 전통춤의 세계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2부에서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춤으로 승화시킨 ‘이야기와 춤이 있는 복식전’으로 꾸며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더욱 뿌듯하게 해주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바로 임이조의 ‘승무’였다. 청색의 긴 장삼을 입고 흰 고깔을 쓴 임이조는 무대 위에 한껏 힘을 실었다. 그는 긴 호흡으로 손끝을 떨어뜨리며 장삼을 뿌릴 때도 한층 여유로웠다. 그만큼 대가다운 깊이와 에너지가 느껴졌다. 그의 인자한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푸근하게 만들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일품인 것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그의 춤사위다. 굽신을 하거나 발 디딤새를 보일 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만큼 춤이 간결하고도 섬세했다. 또 장삼을 뿌리고 어깨에 얹어 허리를 감쌀 때는 절로 흥이 났다. 무대에서 춤을 추며 관객들의 마음까지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선운 임이조. 그의 혼이 담긴 춤은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대가의 힘이었다.
다음은 아쟁 명인 김일구와 장고 명인 김청만의 아쟁산조에 맞추어 추는 즉흥무, ‘조월경운(釣月耕雲, 달과 구름을 벗 삼아 자연 속의 삶을 즐거워 함)’이다. 달 밝은 밤하늘 아래 깊고도 잔잔한 아쟁산조는 너무나도 잘 어우러졌다. 임이조는 신선다운 모습으로 바위틈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즉흥무는 섬세한 발놀림의 향연으로 이뤄진다. 그의 몸짓은 새털처럼 가볍고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무대를 움직였다. 그래서 그의 춤은 언제나 살아있고 여유가 느껴진다. 움직이지 않는 듯 하면서도 모든 가락을 마음으로부터 받아들여 깊게 내보내는 그의 춤사위. 이는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맑혀준다.
2부는 위엄 있고 화려한 궁중의상과 세련되고 모던한 기녀의상, 청색과 홍색이 주를 이룬 혼례의상, 4계절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고풍스런 의상까지 다양하게 선보였다. 전반적으로 디자이너 이서윤의 의상은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튀지 않는 조심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색체가 자연을 닮아 원색대비 느낌으로 고급스러웠다. 또 너무 밋밋하지 않게 갖가지 문양을 넣어 고고함을 더해주었다. 특히 무용수들의 머리는 곱게 땋아 올린 큰 가발을 씌워 독특함을 자아냈다. 이는 현대적인 감각에 한국의 멋을 그대로 살린 조화로움이었다. 더구나 임이조는 자신의 호에 맞게 검은 한복에 구름문양이 새겨져 더 위엄이 있어 보였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멋과 아름다운 몸짓이 어우러진 품격 높은 무대였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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