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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문학이란 세계를 깨트린 뮤지컬 ‘데미안’, 어디로 날아갈까?방탄소년단(BTS)의 ‘피·땀·눈물’의 모티브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위 구절로 알려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작가가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판했던 소설로, 주인공 싱클레어가 데미안을 만나 성장하며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성장 서사를 담은 이 작품은 청소년기 필독 도서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설을 관통하는 철학적 요소와 칼 구스타프 융의 분석 심리학에서 영향받은 내용은 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쉽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기 필독 도서로 읽었던 ‘데미안’은 세월이 지난 후 성인이 되어 또 다른 의미를 찾은 사람들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피·땀·눈물’의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져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공연계에서 ‘데미안’을 새롭게 해석해보려고 한다.

지난 3월 7일 개막한 ‘데미안’은 고정된 배역이 없는 젠더프리 2인극을 내세우며 관객들의 주목을 이끌었다. 배역은 극의 주인공 싱클레어와 데미안을 포함한 크리머, 피스토리우스, 알폰스, 에바부인 등 다양한 멀티를 맡는 데미안으로 나뉜다.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맡음으로써 상대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몰입이 깊어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이뤘지만 남남페어나 여여페어가 구성되지 않아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극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싱클레어’의 과거 회상으로 시작한다. 거짓을 종용하는 크리머, 조언자로 등장하는 데미안, 또 하나의 조언자 피스토리우스, 싱클레어의 경외와 애정의 상대 에바부인 등 소설과 같은 인물들을 만난다. 성인 ‘싱클레어’의 시점으로 시작하는 극이다 보니 일부의 시점이 바뀌었다. 그 외에도 극적 생략 혹은 극적 강조가 더해졌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스토리 진행이 친절한 편은 아니라 낯섦을 느낄 수 있겠고, 원작을 아끼는 사람에게는 원작과는 다른 캐릭터 해석의 등장으로 낯섦을 줄 수 있겠다. 

그러나 가장 낯섦을 느끼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음악이 아닐까. 구어체의 말들, 쉽게 말하자면 너무 멋 부린 대사들과 명암이 깊게 대조되는 조명 등 분위기상 루즈하게 진행될 수 있는 공연에서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은 집중의 효과는 줄 수 있겠다. 그러나 그 간격이 너무 벌어진 듯 무대나 이야기와 어울리지 않는 넘버들은 극의 몰입도를 해치는 듯하다.

’전쟁에서 싸울 때는 다 같은 얼굴이었는데, 죽을 때는 모두 다른 자신만의 얼굴이었다’는 내용을 읽으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말한 오세혁 연출의 말처럼 극은 각기 다른 목소리가 싱클레어에게 유혹하거나 도움을 주는 등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내 자기 자신의 내면을 찾는 데 가장 집중한다. 

객석에 들어서자마자 꽉 찬 무대 미장센은 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경사진 무대와 숲, 책상과 책장이 조화롭게 배치되었고 극의 배경이나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점에서 어우러져 보였다. 조명 역시 뮤지컬 ‘데미안’이 가진 분위기를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뮤지컬 ‘데미안’은 내달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윤현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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