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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리뷰] 달빛아래 공존하는 한국춤의 세계, 국수호 디딤무용단 ‘月人 달의 사람들’

 

등장하는 무용수들의 프로필이 만만치 않다.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화려한 무용수들 틈으로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안무지도 이영일, 무용수 이원국, 류석훈. 다시 한 번 팜플릿의 표지를 확인하거나 의아해하는 관객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의 3대산맥들이 달빛아래 어울려 보여주는 춤판이란 어떨지, 상상만 해도 황홀하다.
작년 겨울 초연된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월인(月人)이 국수호의 춤 인생 45주년을 맞아 올해 아르코예술극장의 공동기획 프로그램 파트너(Arko Partner)로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랐다. 어린 시절 푸른 달빛 아래를 거닐었던 추억을 떠올리며 달의 기운을 인간의 몸으로 표현하고자 한 국수호의 의도가 무대 위에 여실히 펼쳐졌다.

- 달의 기를 담뿍 받은 그들, 월인(月人)
월인(月人)의 구성은 총7장으로,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에 따라 그 기의 흐름과 인간의 삶을 접목시켜 전통적인 한국인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무(序舞)에 등장한 광대는 다소 침잠될 분위기를 경쾌하게 해주며 극중에도 계속 등장했다. 푸른빛이 영롱한 달빛 아래 그 기를 담뿍 받고자 마을의 남녀가 모여 둥근 원을 그려 달맞이를 하는 장면은 가히 아름답다. 흰 소매 저고리가 투명하게 보일 만큼 빛이 하얗게 감도는 순간, 늘어선 남녀는 달을 모두 집어삼킬 듯 입을 벌리고 기를 빨아들인다. 정적이 멈춘 후, 담뿍 받은 정기의 힘을 빌려 춤을 추는 그들은 달의 기운을 받은 월인(月人)이 되었다. 한국무용의 춤사위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이고 자유자재인 몸놀림, 안무가 이영일의 그것을 닮아 한국춤에서도 빛을 발하며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 화려한 캐스팅, 기막힌 조화
월인(月人)은 달이 차고 기움의 7장의 시간동안 많은 무용수들의 독무를 보여주었다. 초승달 아래 월광검무는 다소 분위기와 동떨어진 느낌이었다. 무용수 장꽃잎의 춤은 흡사 사무라이의 검무를 보는 듯했으며 검을 다루는 모양새도 독특하지는 못했다. 다만 결의에 찬 눈매와 입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동정(童貞)으로 출연한 조재혁은 군무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유려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보름달의 사랑에서는 절절한 감정표현이 일품인 무용수 장현수와 연인으로서 호흡을 맞추어 흡사 발레의 파드두(pas de deux: 남녀무용수가 함께 추는 춤)와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국립무용단 주역무용수 다운 장현수의 춤은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유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밖에도 달(月)의 노래에서는 정가로 많은 상을 휩쓸었던 안정아의 노래에 맞추어 항아리모양 치마에 긴 나뭇잎모양의 띠를 머리에 얹은 여인들의 춤이 이어졌다.
이 날 공연의 단연 볼거리는 ‘블루문+적월’이었다. 최고의 발레리노 이원국과 뛰어난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인 류석훈의 만남은 보는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남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선과 감정의 표현이 눈에 띄었다. 누드팬츠만을 입고 무대 위에 나선 두 무용수는 서로 견제하는 듯 테크닉을 겨루다가도 어느새 화합하여 하나의 조합을 만들었다. 이 무대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달의 정기를 받은 남녀무용수들은 에로티시즘적인 군무를 선보였다. 남녀커플은 긴 막대를 매개로 서로 끊을 수 없는 연을 표현하듯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을 위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달은 어느새 기울어 그믐이 왔고 세상에 버려진 원부(怨婦)의 울부짖음을 표현한 무용수 이윤경이 감정의 극을 달하게 하였다. 그녀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절대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는 움직임과 연기를 보여주었으며 늘어서서 누운 남자군무들의 발 위에 몸을 맡긴 채 무대 뒤에서 앞으로 이동하는 고난이도의 동작에서도 표정연기를 잃지 않았다.

-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대안
달은 다시 풍만하게 차오른다. 광대가 이끄는 여인들은 모두 달의 정기를 받아 수태를 하고 자신의 남성들과 즐거운 춤을 추며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축복한다. 예로부터 생명을 점지 받고자 정안수를 떠놓고 달에 복을 빌었던 선조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유례없이 춤의 장르를 벗어버리고 만난 무용수들의 춤사위는 무대 한편에서 울려 퍼지는 경쾌한 국악 반주에 맞추어 더욱 빛을 발하였고, 서로 다른 듯 춤 인생을 살았지만 달빛 아래 한 무대에 오른 이들의 춤은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였다.
월인(月人), 달의 사람들은 그렇게 우리의 무대 위로 들어왔다.


홍애령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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