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가 지난 3월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기존의 발레 ‘신데렐라’를 감각적으로 탈바꿈시킨 최고의 안무작으로 꼽힌다. 국립발레단이 선보인 이번 무대는 관객들에게 파격적인 신선함과 동시에 산뜻한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특히 작품 속 캐릭터를 변화시켜 ‘신데렐라’에 큰 생명력을 불어넣은 점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명실 공히 최고의 안무가임을 입증하는 증거다.
- 전체 극을 아우르는 친엄마(요정) 등장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작품에선 기존에 없었던 신데렐라의 친엄마와 아빠가 등장한다. 대부분 신데렐라는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자기 스스로 개척하지 못한 약자 캐릭터로 어찌 보면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신데렐라의 죽었던 친엄마가 요정으로 등장해 전체 극을 아우르며 작품에 힘을 불어 넣었다. 극 중 계모와 두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신데렐라에게 친엄마(요정)는 정신적인 지주가 된다. 요정은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 사랑하기까지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친엄마(요정)는 왕자의 눈을 안대로 가려 신데렐라 앞에서 다시 풀어지게 함으로써 이성적인 눈을 뜨게 만든다. 친엄마(요정)는 이렇게 신데렐라와 왕자의 사랑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전체 극을 지휘한다.
- 엄마로서의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준 친엄마(요정)
특히 극 중 친엄마(요정)는 신데렐라에게 앞으로 일어날 놀라운 일들을 극중극 형식으로 깔끔하게 보여준다. 온 몸에 붕釉� 감은 여러 명의 무용수(인형)에게 신데렐라와 왕자의 대역을 맡긴다. 그들은 요정의 지시아래 신데렐라가 왕자를 만나게 되기까지 그 과정을 몸으로 표현한다. 이는 친엄마(요정)가 보여준 딸에 대한 섬세한 배려로 진정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 장면이다. 또한 신데렐라가 무도회에 입고나갈 옷으로 친엄마(요정)는 자신이 생전에 입었던 흰 드레스를 선물한다. 이는 자신이 살아있었을 때 딸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엄마의 애달픔을 표현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드레스를 물려줌으로써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사랑’을 의미 있게 전달한 것이다.
-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 찡한 파드되로 대신한 친엄마(요정)
극 중 아빠는 신데렐라와 계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불쌍한 존재다. 그는 자신이 진정 사랑했던 신데렐라의 친엄마를 잃은 후 육감적인 계모와 함께 살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깊어만 갔다. 이번 작품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친엄마와 아빠, 신데렐라와 왕자의 파드되다. 대각선에 서서 4명이 함께 2명씩 짝을 이루며 춤을 추는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한 무대에서 펼쳐진 아름답고도 애절한 안무는 완전한 사랑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극 중 친엄마(요정)는 현세적 인물이 아닌 영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임무만 완성한 채 떠나가야 한다. 그래서 작품의 마지막에 또 한 번 아빠와 친엄마(요정), 둘 만의 파드되가 펼쳐진다. 이는 갑작스레 친엄마를 떠나보내야 했던 아버지의 서글픈 마음을 마지막 파드되를 통해 온전한 이별을 맛보게 한 것이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김고운 기자 vortexg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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