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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시각적 탐미가 빛나는 홍신자의 ‘순례자’

 

안무가 홍신자의 작품 ‘순례자’는 그 이름처럼 인간의 삶과 여정을 순례로 비유한 무용작품이다. 그러나 하나의 몸짓이라고 하기엔 보는 이의 시각을 너무나 다양한 색체와 미(美)로 사로잡았다. 조명, 의상, 무대, 효과가 어우러져 시각적 쾌락을 극대화 하면서도 무용의 기본인 몸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다.

- 의상과 조명의 만남
이번 공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의상과 조명의 만남이다. 1997년 발표한 ‘순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힘을 합친 디자이너 이상봉의 의상과 조명감독 마사루 소가의 색채가 살아있는 조명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상봉의 의상은 절제되어 있으나 화려함을 잃지 않았다. 2미터에 달하는 의상은 길고 풍성했지만 단순한 패턴과 빛을 담은 소재를 사용해 실루엣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3막에서 사용한 의상은 조명과 어우러져 영롱하게 빛나며 각각의 무용수가 하나의 별이자 무지개와 같이 느껴지는 효과를 주었다. 이는 3막의 주제인 순례의 끝에서 찾아온 환희와 기쁨을 극대화하여 주제를 쉽게 드러내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무용은 어렵고 추상적이다’란 인식도 탈피하게 하였다.

- 다양한 시도와 효과
의상과 조명이 극대화된 아름다움이었다면 반투명 스크린을 사용하여 주제를 부차적으로 드러낸 것은 새로운 시도의 참신함 이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중간 중간에 반투명 스크린을 사용하여 빗방울과 빛의 소용돌이를 비추었다. 빗방울이 비추어질 때는 마치 무용수들이 물속에 잠기어 몸부림조차 치지 못하며 가라앉은 모습이 떠오른다. 순례자들이 자신의 삶과 목적을 위한 순례 중에 겪는 고통과 침잠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었다. 반대로 빛의 소용돌이가 비추어 질 때는 의상에 머금어진 빛과 미려히 빛나는 조명이 더해져 순례의 끝에 찾아온 환희와 기쁨이 시각적으로 생생히 살아났다.

- 무거우면서도 아름다운 주제 ‘삶의 순례’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을 순례에 비유한다. 그러므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순례자이다. 이것은 너이기도 하고 나이기도 하다. 인간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기에 그 끝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환희가 존재한다.

- 그러나 아직은 98%
이 작품은 시각적 탐미자들에게 참으로 매력적인 공연이다. 무용수들의 몸짓 하나하나가, 흘러내린 옷자락이, 반짝이는 치맛단에 내리 쪼이는 조명이, 무용수들이 이루는 그림자들 마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철저히 잡아매고 있다. 그러나 무용수들의 잦은 실수와 군무를 출 때 제대로 정렬되지 않아서 오는 부조화는 그런 아름다움을 놓치게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좋아지리라 기대한다.


조아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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