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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뮤지컬 ‘찬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로또가 되는 살맛나는 세상

 

유난히도 직장인들 대상의 실용서가 많이 팔렸다는 작년, 한 해를 마감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비좁은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의 꿈은 무엇일까? 월급봉투 앞에서 직장과 꿈의 연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자의 헛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언론과 매스컴을 통해 들었다 할지라도 일과 이상 그리고 돈, 이 삼박자를 모두 이룬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꿈을 현실로 바꾸어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뮤지컬 ‘찬스’는 바로 그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찬스’는 여섯 명의 남녀가 지긋지긋한 사무실에서 사랑도 하고 꿈도 이루는 직장인들의 판타지를 그린 오피스 뮤지컬이다. 프랑스 원작이지만 책상 뒤로 병풍처럼 펼쳐진 사물함과 컴퓨터 주변에 가득 쌓인 서류더미는 한국의 여느 회사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도 이제 막 퇴근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무대 세트를 보고 한숨부터 내뱉을지도 모른다. 답답한 사무실을 벗어나 모처럼 뮤지컬 한 편 보려 했더니 하필 또 사무실 얘기인가. 그러나 ‘찬스’는 매월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을 위해 일하는 관객들의 꿈이 피어오르는 곳을 정확히 상기시켜 바로 그곳에서 현실을 뒤집을 꿈이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바로 지금 내 옆에 앉은 사람들과 함께.......  

우리 주변에는 직장에서의 하루를 견디기 위해 시간을 마법처럼 쓰는 케이트 같은 사람도 있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돈줄만 쥐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변호사 앙리도 있다. 보통의 직장인들은 이런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하기 위해 수십 권의 처세서를 뒤지며 부딪치지 않기 위해 고심한다.
그러나 찬스는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너무도 옳은 방법이라 실천하기 어려운 그것, 바로 서로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바로 옆 자리에서 앉아 눈을 흘기는 직장 동료와 상사에게도 꿈이라는 건 있다. 그들은 아무도 서로에게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지 않지만 기회만 되면 언제든 책상을 박차고 뛰어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래서 먹고 사는 문제에 찌든 그들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저축을 하고 펀드에 가입하고 또 가끔은 로또를 사기도 한다. 그러나 대박이란 그냥 입버릇처럼 꿈만 꾸다 마는 그야말로 판타지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뮤지컬 찬스는 자꾸 속삭인다. “로또만 맞아봐. 그러면......”

물론 뮤지컬 ‘찬스’의 후반부는 대박을 맞은 뒤 더 성숙해지는 여섯 남녀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로또를 통해 삶이 더욱 불행해졌다거나 강도를 맞았다거나 하는 물질주의를 배격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찬스’는 오히려 그들이 맘껏 돈을 쓰고 꿈을 실현하고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기회를 준다. 너무도 쿨하게 진행되는 ‘찬스’의 차별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찬스의 주인공들은 왜 일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다. 로또를 맞는 순간, 그들은 다시는 사무실에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뿔뿔이 흩어진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멋있고 섹시한 여섯 명의 변호사로 거듭난다. 도대체 왜? 그 이유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뮤지컬 ‘찬스’가 관객에게 전하는 진정 짜릿한 대박이라 할 수 있다.

일하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고로 우리는 타인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야 한다. 뮤지컬의 배경이라 하면 어딘가 지금 내가 일하는 곳과는 너무도 먼 곳이라 생각하는 관객들에게 찬스는 지금 당신이 있는 바로 그 곳에서 마법과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그 마법은 로또에 당첨돼 돈벼락을 맞는 것도 아니고 그 돈으로 오래 전부터 벼르던 꿈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지금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에게 커피와 서류 대신 당신의 마음을 전할 무언가를 한번 생각해보라. 그 마음이 바로 한 장의 로또보다 귀한 ‘찬스’가 될테니....  


정효진 객원기자 dugong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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