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6.8.27 목 10:30
상단여백
HOME 댄스
[취재기] 서로 다름이 상생으로, 허용순과 박호빈의 만남 ‘Crossing the Dance’

                       

 

지난 11월 7일과 8일 양일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두 안무가 허용순과 박호빈이 만났다. 두 안무가의 각기 다른 개성으로 하나가 된 무대에는 한국의 현재와 미래가 투영되어 있었다.


박호빈 ‘만월 (Full Moon)’

박호빈의 ‘만월’은 달빛을 따라 인간 내면에 침체되어있는 광기의 앙금을 피어오르게 한다. 무대는 전반적으로 완전하게 부풀어 오른 보름달부터 날카롭게 촉을 세운 초생달까지 중천에 떠있는 다양한 형태의 달빛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 달빛에 취한 내면의 원초적인 본능들이 춤으로 형상화되었고, 실험적인 무대기술들은 달빛의 기운을 세차게 하였다.

# Fiesta
달이 비치는 무대, 그 빛의 광기를 쫒아 하얀 가운을 입은 무용수들이 줄지어 의식적인 춤을 거행한다. 그 사이 달그림자는 점점 더 몸집을 키운다. 초생달이 점점 부풀어 올라 보름달이 되고 월식이 되면 달의 흔적조차 가려진다. 피둥피둥 살쪄가는 욕망과 광기처럼 말이다.

#Black Moon 집착
어둡고 황량한 달그림자. 그 달빛 안에 갇혀서 두 남녀가 춤을 춘다. 만남은 서서히 사랑이 되고, 사랑은 서서히 서로에게 서로를 집착하게 만든다. 빗나간 사랑의 순수했던 미소는 찢어질 듯한 혹은 불편한 듯한 현악기소리를 타고 검디검은 달빛에 가려진다.

#White Moon 결벽
바닥에 새 하얀 종이를 깔고 새 하얀 옷을 입은 무용수가 있다. 계속해서 자신의 손을 닦아내는 강박적인 행동 안에는 완벽하기를 추구하는 고통의 몸부림이 담겨있다. 하지만 피 묻은 손은 닦아내려하면 할수록 온몸을 피 로 물들인다. 결국 온 몸은 피투봉隔� 되고야만다. 강박하고 집착하면 할수록 가속적으로 절규의 늪에 빠져 들고야만다.

#Red Moon 퇴폐
상반신을 드러내고 거대한 치마를 입은 무용수의 움직임이 유혹적이다. 그 치마는 새 빨갛고 풍성하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킬 듯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어떠한 모습이 있을지 우리는 모른다. 달은 인간 주변을 끊임없이 돌고 돌지만, 달의 반대편을 본 사람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이 우리에게도 내면 저 깊숙한 곳에 알 수 없는 양면성이 존재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단지 그것을 의식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름다움이나 퇴폐의 이면에 무엇이 숨 쉬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Yellow Moon 변태
사회적이고 관습적인 성의 억압들은 성을 더욱 퇴폐적으로 만들어간다. ‘yellow moon’에서 보여 지는 변태적 행각에 나타나듯, 자연스럽지 못한(여기서 자연스럽지 못함이란 사회가 규율해놓은 성의 옳고 그름의 개념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행위들은 결국 사회가 부추긴 이상병리증 중 하나일 뿐이다. 흔들리는 달과 흔들리는 비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 시대 피해자들의 자화상 일지도 모르겠다.

#Blue Moon 살욕
시간의 개념이 무대를 이등분하였다. 무대의 왼편에는 사건이 있기 전 피해자의 공포가 몸부림 치고 있고, 오른편에는 파괴를 시작하는 살기어린 몸부림과 희생양의 그림자가 드리워있다. 살인을 하며 최대치의 쾌감을 느낀다는 사이코패스의 광기가 그리고 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광기의 본능들이 전해진다.


이정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공연문화의 부드러운 외침 ⓒ 뉴스테이지 www.newstage.co.kr]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개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