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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리뷰] 동시대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벗겨낸다, 자그레브 무용단 ‘벗겨진(Striped)’

                     

 

자그레브 무용단의 ‘벗겨진(Striped)’이 지난 10월 27일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자그레브 무용단은 유럽 전역, 멕시코, 이집트, 이스라엘 등 세계주요 축제에 참가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하고 있는 무용단이다. 무용수일 뿐 아니라 연극, 오페라, 영화의 안무가이기도 한 예술 감독 ‘스녜자나 아브라모비치 말고비치’가 안무 하였으며, 완전한 허구 오페라를 통해 현대사회를 적나라하게 벗겨놓았다.

‘벗겨진(Striped)’은 일련의 이미지들로 씬 을 이루며 작품을 연결시킨다. 무대에 막이 오르면 오페라가 공기를 타고 어렴풋이 들려온다. 그리고 한 무용수가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으며 조심스레 무대를 건너간다. 과장된 움직임으로 곡예를 하듯 살금살금 무대를 건너는 무용수, 그 뒤를 따라 당당히 걸어오는 또 한명의 무용수로 첫 번째 이미지가 춤으로 영사되었다.

또 하나의 프레임에는 남녀 또는 남남이 쌍을 이루어 춤을 춘다. 그 움직임은 비속적이며 불가능한 듯 보이지만,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다. 코믹하며 요란한 움직임에 관객은 웃음을 터트리고, 바로 그 웃음은 진정한 감정이 고갈되어있는 현대인들을 향한 경고이다.  

뿌연 한줄기 빛이 무대를 사선을 가로지르고 그 빛을 가로지르며 무용수가 바닥에 엎드려 있다. 이어폰을 꽂고 오페라를 들으며 어딘가를 응시하며 무용수는 뒷걸음질 치며 바닥을 기어간다. 이윽고 그녀는 듣고 잇던 카세트의 안테나로 자신의 몸에 난 구멍들을 찌르기 시작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고 있는 대중매체의 허황됨. 그 허구의 오페箚� 세어 들어오는 모든 곳을 차단시키려는 움직임인 듯, 그녀는 다소 불편하고 거북해 보인다.

무대가 밝혀지고 음악이 소리를 감추었다. 무용수들도 무안한 듯 소극적이다. 그러나 오페라가 다시 소리를 키우자, 언제 그랬다는 듯 별난 움직임으로 허공과 몸을 섞는다. 그리고는 첫 씬 과 같은 움직임으로 돌아가 버린다. 다시 반복이다.

또 하나의 이미지를 담은 무대에서 무용수들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오페라를 입으로만 껌뻑이고, 의상과 동작들은 점점 화려해진다. 오페라를 비롯한 멜로드라마들의 허구성이 정점에 도달하며, 그 화려함으로 메시지는 더욱 확실해진다.

옷을 모두 벗어던진 한 남성 무용수, 나체의 모습으로 기어 나오는 그의 얼굴에는 관객을 향한 불편한 미소로 가득하다. 관객을 향해 미소 지으며, 벗겨진 인간들의 솔직한 혹은 추악한 실체를 고발하는 듯, 그들의 화려한 행진은 계속된다.

대중매체 속 허구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유형적인 인물과 사건들, 과잉된 감정의 바다로 넘쳐나는 대중매체 속 멜로드라마들은 통속적이고 진부한 남녀관계가 주를 이룬다. 화려함의 탈을 쓰고 우리 감정을 건조하게 말려버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대중매체들을 향해 ‘벗겨진(Striped)’은 질타의 웃음을 던진다.  


이정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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