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월 1일과 2일 국립발레단의 ‘지젤’이 충무아트홀의 재개관을 축하하며 페스티벌의 첫 무대를 장식하였다. 단풍잎이 만발한 이 날의 무대는 객석을 가득 채운 열기만큼이나 풍성한 공연이었다.
‘지젤’은 초연부터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레로 칭송 받아온 낭만발레의 대표작이다. 특히 ‘지젤’의 여주인공 ‘지젤’역은 세계 모든 발레리나들이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와 함께 가장 선망하는 배역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지젤’이 가진 다양한 매력에 있다. 청순한 시골처녀에서 비련의 여인까지 폭 넓은 변신을 선보여야하는 캐릭터는, 무용가로서 기량과 더불어 배우로서의 연기력까지 필요로 하기 때문에 흔히 발레계의 ‘햄릿’으로도 불리 운다.
배경은 포도수확이 한창인 독일의 한 시골마을이 주를 이룬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만 평소 심장이 약한 시골 처녀 ‘지젤’은 마을을 찾아온 청년 ‘로이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설레는 마음으로 꽃 점을 보지만 꽃잎의 수는 앞으로의 불행을 암시하고, 불안해하는 지젤 몰래 ‘로이스’는 꽃잎을 한 개 떼어내어 그들의 사랑이 진실임을 믿게 한다.
이날 ‘지젤’을 연기한 ‘김주원’은 아름다운 상체라인을 돋보이며 가냘픈 ‘지젤’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켜주었다. 그녀의 청순가련한 이미지는 여리고 순박한 시골 처녀의 청순함과 설레는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으며, 꽃 점을 보며 불안해하는 마음부터 사랑에 빠져 수줍고 행복한 지젤의 솔로까지 ‘지젤’의 사랑스런 감정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한편, 지젤을 짝사랑하던 사냥터 관리인 ‘힐라리온’은 ‘로이스’의 정체를 의심하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로이스’가 평범한 청년이 아닌 귀족 ‘알브레히트’임을 폭로하고 만다. 게다가 자신에게 선처를 베푼 귀족 아가씨 ‘바틸다’가 알브레히트의 약혼녀임이 밝혀지고, 그제서야 ‘지젤’은 ‘알브레히트’가 자신을 속였음을 깨닫는다. 충격으로 점점 광란에 빠져드는 지젤은 결국 심장 마비로 죽고 만다. 사랑의 배신으로 광란의 춤을 추다 자결 하고 마는 비운의 여인 ‘지젤’. ‘김주원’은 어느 때 보다 성숙해진 연기로 극의 긴장을 고조 시켰으며, 페전트 파드되를 춘 ‘전효정’과 ‘이원철’또한 탄탄한 실력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젤의 묘지가 있는 숲속의 깊은 밤, 무덤에서 ‘윌리’(처녀귀신)의 여왕 ‘미르타’가 나타나 잠들어 있는 ‘윌리’들을 깨운다. 잠에서 깨어난 ‘윌리’들은 의식을 거행하기 위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얀 로맨틱 튜튜를 입고 혼령의 춤을 추는 ‘윌리’들, 한 층 성숙해진 실력의 코드르 발레와 피아노 줄을 이용해 ‘윌리’의 너울이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대장치 등은 신비로운 낭만발레의 진수를 보여주기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마르타’가 주관하는 의식에 따라 ‘지젤’도 ‘윌리’가 된다. 남자들을 지칠 때 까지 춤추게 하여 희생시키는 ‘윌리’들의 행동에 따라 ‘지젤’도 ‘알브레히트’를 유혹하는 춤을 추게 된다. 하지만 ‘지젤’은 ‘마틸다’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브레히트’를 보호하는 춤을 춘다. 싸늘한 영혼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슴속으로는 숭고한 사랑을 간직한 슬픈 영혼 ‘윌리’. 그 애절함과 정령으로서의 공기 같은 몸짓은 ‘김주원’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으며, 알브레히트를 연기한 ‘장운규’ 역시 뛰어난 테크닉과 연기력으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마침내 새벽이 밝아오고 ‘지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알브레히트’는 그녀의 무덤 앞에서 깊이 참회한다. 진부해 보일 수 있으나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지젤’은 국립발레단을 통해 감동의 춤으로 재탄생되었다. 클래식 발레 전막을 공연하기에 다소 좁은 무대가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무대세트와 무용수들의 열연은 더욱 빛을 발하였다. 2008년 ‘최태지’ 단장의 취임과 함께 더욱 발전하는 국립발레단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정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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