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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현재 속에 미래, 미래 속에 현재를 춤춘다, 유니버설발레단 ‘ 모던발레 프로젝트’

 

지난 17부터 19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모던발레 프로젝트’가 공연되었다. 이번 공연에는 전혀 다른 세 가지 작품을 한 무대로 구성하여 흥미로운 모던발레를 선보였다. 모던발레는 안무가의 독특한 개성으로 현대인의 감성을 자유롭게 담아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공연은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한스 반 마넨, 윌리엄 포사이드, 크리스토퍼 휠든 총3인의 안무가를 초청하여, 그간 고전 발레 속에 감추어져 있던 유니버설발레단의 색다른 매력과 끼를 보여주었다.

한스 반 마넨, ‘블랙 케이크(Black Cake)’


‘한스 반 마넨’의 ‘black cake’는 상류층의 와인 파티에서 벌어지는 커플들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살아있는 전설이라고도 불리는 현대 발레의 거장답게 재치 있는 안무가 돋보였다. 그는 현재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와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상임안무가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유럽의 10여 개 발레단이 그의 탄생 75주년을 맞아 ‘한스 반 마넨 페스티벌’을 열고 25개 작품을 공연하기도 했다.

상류층의 우아한 와인파티, 화려하게 차려입은 남녀 커플들이 등장한다. 검고 세련된 옷을 입은 무용수들은 저마다의 음악에 맞추어 개성 있는 커플을 묘사한다. 그들의 유쾌한 움직임은 일상적이며 인간적인 감정들, 누구나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스 반 마넨’의 ‘black cake’는 무용도 음악처럼 편안하게 감상하게 하는 매력으로 넘쳐난다. 마치 무용수들은 음표가 되어 오선지를 뛰어 다니듯 훌륭한 리듬감을 보여주었으며, 움직임은 청각을 비롯한 감각들로 스며들어 어렵다고 만 느껴졌던 모던발레의 벽을 허물어주었다. 또한 그의 무용은 유쾌하고 즐겁다. 차이코프스키, 야나첵, 스트라빈스키등 음악이 주는 고유의 이미지와 ‘한스 반 마넨’의 위트적 움직임의 만남은 절묘하게 웃음을 터트린다. 허세로 가득 찬 파티 장에서 술에 취해 숨겨진 감정을 드러내는 커플들의 모습에는 해학적인 웃음이 더해진다.


윌리엄 포사이드, ‘인 더 미들…(In the middle, somewhat elevated)’


윌리엄 포사이드는 전 슈투트가르트 발레단과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의 상임안무가이다. ‘발레를 미래로 쏘아올린 안무가’, ‘클래식 발레를 해체하고 21세기로 끌어온 장본인’라는 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몇 년 전 ‘세계 발레 스타 갈라’를 통해 파리오페라 주역무용수에 의해 2인무가 소개된 적이 있다. 작품 전체가 공연되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포사이드 작품의 트레이드마크는 금속성 강한 음악, 날카롭게 각이 진 발동작, 하체의 팽팽한 긴장감과 그에 대비되는 유연한 상체동작, 심플한 의상과 무대로서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관객으로 하여금 무용수의 몸을 순수한 악기(pure instrument)로 인식하게끔 한다.

막이 오르고, 건조한 조명이 가로지르는 심플한 무대는 금속성 강한 음악과 팽팽한 기운으로 바짝 조여 온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수직적이며, 바닥으로 부터의 중력을 거부할 수 없는 듯 보인다. 긴장되고 날카로운 하체의 움직임과는 달리 유연한 움직임의 상체는 연속적인 동작들로 연결된다. 신체의 각 부위는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클래식 발레와는 다른 듯 비슷한 움직임으로 사인 코사인 그래프를 그려나갔다. 온몸을 이용한 수학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대는 처음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함으로 가득했다. 의상 또한 인상적이었다. 단조로운 레오타드와 까만 타이즈로만 몸을 가린 무용수들은 날렵하고 탄력적인 근육까지 다 드러내 보이며 초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었고, 시선은 오직 움직임만으로 집중되었다.

크리스토퍼 휠든, ‘백 스테이지 스토리(Variations Serieuses)’


‘크리스토퍼 휠든’은 27세의 나이에 뉴욕시티발레단의 상임 안무가가 된 젊은 천재이다. ‘신고전주의 발레’ 기법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그만의 ‘HOT & FRESH’ 스타일을 창조해낸다는 평을 받고 있다.

‘Back stage story’는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무용수들의 연습장면과 숨겨진 무대 뒷이야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원제는 작품에 사용된 음악인 멘델스존의 ‘베리에이션 세리외즈’(Variation Serieuses·엄격 변주곡)였으나, 무대 뒤와 연습실 장면을 고스란히 옮겨오면서 제목을 이해하기 쉽게 바꿨다. 발레 공연이 오르기 전, 콧대 높고 이기적인 주역발레리나의 부상으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고 있다. 무용수들의 질투와 경쟁, 연습실 장면 등 숨겨진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무용 만화를 보는듯한 웃음을 선사해준다. 백조 같은 발레리나들의 수면 밑 고된 훈련과 일상들을 엿보는 무대는 사실적이고 참신하였다. 관객의 입장을 떠나 무용수의 입장으로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이었다.


글_ 이정연 기자 / 사진_ 장선경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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