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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한글춤 2350’, 온 몸에 한글의 혼을 실어 세계를 향해 발돋움하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 중 누군가가 세계 곳곳에서 한국을 알리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디자이너 이상봉은 ‘한글’이라고 답했다. 그는 ‘세계인에게 한글을 입히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프랑스 파리에서 한글패션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또 한사람, 밀물현대무용단의 예술 감독이자 안무가인 이숙재이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서 한글을 몸으로 표현해내는 독특한 안무를 시도했다. 이렇듯 이상봉이 ‘한글’디자인으로 세계를 물들였다면, 안무가 이숙재는 ‘한글’의 혼을 온몸에 담아 세계를 울리고 있다.

우리가 쓰는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독창적인 글자이다. ‘한글춤 2350’에서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인체가 가진 가장 아름다운 실루엣으로 그대로 표현해낸점이 돋보였다. 피부색과 가까운 팬츠와 탑을 입고 몸 그대로를 드러낸 무용수들은 서로 2사람씩 짝을 지어 ㄱ, ㄴ, ㄷ, ㄹ, ㅁ, ㅂ 등등의 자음과 ㅏ, ㅑ, ㅓ, ㅕ, ㅗ, ㅛ 등등의 모음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자음과 모음은 우리 인체의 비례와 균형감각과 잘 맞아떨어졌다. 우리 인체는 그만큼 이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도 경이롭게 여겨질 정도로 완벽함을 추구한다. 그 완벽함의 일치가 한글의 우수성을 입증한 셈이다.


한글의 시작은 훈민정음이라고 쓰여진 흰 천을 통해 나타내주었다. 하얀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은 궁중제례무악에 맞추어 잔잔하게 춤을 춤으로써 그 역사적 배경을 짙게 표현해냈다. 무대에서 한글의 시작을 음악과 춤으로 알렸다면, 한글의 위기는 그 흰 천이 무대 뒤쪽으로 물러나감과 동시에 검은색 양복과 정장차림의 무용수들을 등장시킴으로써 색채의 변화를 준 것이다. 흰색과 검은색의 극과극 대조로 한글의 시작과 위기를 나타낸 점은 지금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신종언어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고유의 한글을 좀 더 사실적으로 나타내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나 ‘한글춤 2350’에서 한글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사용된 캘리그래피는 한국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큰 효과를 발휘했다. 캘리그래퍼 이상현이 붓으로 글을 쓸 때마다 무대는 온통 그의 감성적인 언어로 가득차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캘리그래피는 글에 담긴 뜻을 글꼴에 고스란히 담아내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을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한글이 위기를 맞은 이때에 캘리그래피를 작품에 사용함으로써 한글의 미를 알리는 것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진보적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강하고 역동적인 무용수들의 안무는 작품에서 통일감과 일체감 즉 합을 중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4명의 전체 무용수들이 부채를 들고 추는 춤이나 의자를 변형시켜가며 움직이는 의자무(椅子舞)는 절도 있는 군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주었다. 특히 의자를 들고 한 손으로 돌려 바닥에 놓고 쿵쿵 소리를 내 박자를 맞추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가슴속까지 탁 트이게 하는 역동적인 울림이었다. 이렇게 44명의 군무진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한글의 끈끈한 응집력과 통일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한글춤 2350’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올해로 18번째, 꾸준히 ‘한글춤’을 만들어온 안무가 이숙재의 앞날이 밝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신종언어를 만들겠지만, 또 누군가는 이렇게 끊임없이 세계 속의 ‘한글’을 알릴 것이기 때문이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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