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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소통과 관계의 장(場) 지붕 들여다보기, 2008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 ‘지붕 아래’

 

우리에게는 많은 지붕이 있다. 그만큼 지붕의 의미는 광범위 하다. 가족, 사회, 국가……. 어쩌면 수많은 속성을 소유한 나 자신 역시 하나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자아와 자아, 자아와 타자, 타자와 타자간의 집합과 소통, 그리고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그 무엇’이 손인영의 작품에서는 ‘지붕’으로 환치됐다.

손인영 안무의 ‘지붕 아래(Under the Roof)’는 한국과 아일랜드간의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4차례에 걸친 안무가와 제작진들의 상호방문, 3달 동안에 걸친 무용수, 연주가들의 합동 연습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2008년 9월 20일 한국 초연 이후 18회에 걸쳐 한국, 아일랜드에서 순회공연 된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초청작으로 꼽힌 손인영의 ‘지붕 아래’는 역시 한국-아일랜드의 공동제작 작품인 ‘평행한 지평선’과 함께 지난 9월 24일, 25일 양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지붕 아래’에서 중심이 되는 드라마는 지붕과 지붕의 소통이다. 처음 무용수들은 네모난 지붕을 들고나와 그것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싼 채 등장했다. 이는 소통의 단절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작품이 결말을 향해 나아갈수록 무용수들 각자가 들고 있던 지붕과 지붕은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두 명의 무용수들이 서로의 몸을 주고 받았지만, 이내 모든 무용수들이 각자의 지붕을 엮어 하나의 거대한 지붕을 만들었다. 이처럼 작품이 단절에서 소통으로 나아가기까지 무용수들은 그 과정에서 인간이 겪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을 나열한다. 즉, 개인과 개인이 만나 서로를 알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쾌감, 동질감, 협동심과 같은 감정에서부터 서로간의 충돌, 지붕의 해체를 원하는 개인주의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소통 끝에 완성된 거대한 지붕은 곧 손인영이 ‘지붕 아래’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타성’의 문제와 닿아있다. 각자의 지붕을 소유하던 고요한 상태를 벗어나 서로의 지붕을 엮어 관계를 형성한 무용수들은 개인의 고독을 피하기 위해 타인과의 충돌을 감수하였고, 혼자였을 때보다 더 큰 지붕과 공간을 확보하는 이로움을 얻었다.

더불어 손인영의 작품 ‘지붕 아래’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독무가 모여 형성된 군무다. 무대라는 한 공간 위에 흩어진 무용수들은 개인 혹은 한두 명씩 짝을 지어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그것이 뿜어내는 전체적인 아우라는 미묘한 통일성 또한 발산하고 있었다. 이렇듯 무용수들 모두가 한 덩이로 모였으나 저마다 다른 춤을 추고 있던 것은 지붕이라는 거대 서사 안에 웅크리고 있는 각 개인들의 개성표출이다. 즉, 손인영의 작품 ‘지붕 아래’에서 나, 집단, 사회 등을 총체적으로 설명하는 시각은 지붕이라는 거대 서사인 것이다. 아울러 작품에 출연한 무용수들이 각자 색색의 의상을 입고 있었던 것도 개인의 개성을 상징하는 일환이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도 지붕이라는 거대 서사 안에 함몰되기는 마찬가지다. 무용수들은 저마다 빨강 혹은 노랑 등 화려한 색의 의상을 통해 자신만의 매력을 표출하였으나, 그들은 ‘색’이라던가 ‘의상’이라는 거대한 구조 안에 속해있었던 것이다.

지붕은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속성 외에도 공존과 구속이라는 정 반대의 개념을 동시에 함축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는 수많은 지붕아래에 살며 타인과 공존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얽혀 구속되고, 또 구속하지 않는가? 그러나 구속이라는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부정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과거로부터 오늘날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수많은 지붕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고 나와 네가 만나는 그 순간부터가 바로 지붕이기 때문이다.

▽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후 한국 공연일정
- 9월 27일 오후 7시 30분, 9월 28일 오후 16시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
- 9월 30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마포아트센터
- 10월 3일 오후 5시 의정부문화예술의전당
- 10월 4일 오후 5시 노원문화예술회관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 박하나기자 pha5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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