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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상상력을 춘다! 안은미의 ‘봄의제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일환으로 안은미컴퍼니의 ‘봄의제전’이 지난 9월 18일,19일 양일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도전적인 안무가로 알려진 안은미의 이번 공연은 일찍이 니진스키의 혁신적인 안무로 유명해진 음악 ‘봄의제전’을 사용했다.

이번 안무는 선사, 그러니까 역사가 없던 시절 백성들의 삶을 표현했다. 공연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시작은 안은미의 단독무대다. 안은미가 무대 아래에서 솟아나온 이후, 음악은 없고 조명은 어둡다. 없는 것으로 치자면 움직임도 없다. 한껏 웅크림만 지속될 뿐이다. 한참 동안 품안에 무언가를 끌어안고 있던 안은미는 흰 가루를 밖으로 쏟아낸다. 동작이라기보다는 섬세한 떨림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밖으로 내쏟아진 흰 가루는 그가 앉은 자리 앞으로 둥글게 퍼진다. 그러나 바닥에 퍼진 가루 보다 그의 검은 옷에 퍼진 가루가 더 눈여겨 볼만 하다. 조명을 받은 그의 검은 옷은 흰 종이가 되기 때문이다. 그가 팔을 들어 움직이면 그의 가슴팍에는 그림자가 진다. 춤을 추는 안무가의 몸속에 또 다른 존재가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앉아있던 그는 무릎을 세우고 천천히 일어나 움직임을 시작한다. 역시, 정적이고 진중한 움직임이다. 음악 없이 진행되는 무대는 오로지 안은미의 몸짓과 조명만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조용하고 아슬아슬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그가 하는 모든 동작에 두 배의 힘과 그 이상의 상상력을 보탰다. 내면의 에너지가 밖으로 넘쳐 흘러나오는 듯, 혼자 추는 춤이지만 혼자가 아니었던 안은미 단독 무대는 이렇게 20여 분간 진행됐다. 선사시대, 농사 짓는 백성들에게 신과도 같았던 샤먼의 존재는 이렇게 표현됐다. 그 안에 있는 생명력과 신성함, 그리고 내면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로.

이후에는 리드미컬한 움직임과 동굴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무대가 인상적인 군무가 이어졌다. 과거 부족들의 삶을 표현하는 ‘야생의 안무’는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종전의 무대와 대조를 이뤘다. 안은미의 무대가 신과 접견하는 샤먼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의 군무는 자연과 자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노래와 춤이 노동과 삶과 분리돼지 않았던 과거가 비교적 전달력 높은 동작들과 ‘봄의제전’의 선율을 통해 그려졌다. 특히 원시성을 상징하는 동굴을 표현하는 거대한 커튼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조명 빛을 이용해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흰색은 차가운 얼음의 계절인 겨울을, 은은하고 따뜻한 노랑은 수확의 계저인 가을을, 건강한 초록은 신록의 계절 봄과 여름을 나타냈다. 사시사철 자연이야 말로 농사짓는 백성들에게 ‘신’이었을 터. 봄이 되면 씨를 뿌리게 하고 다른 음식을 먹게 하고 꽃을 피우며, 가을이 되면 먹을 것을 수확하게 하고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자연이 바로 신이며, 가뭄과 홍수는 신의 손길이었을 것이다.  

안은미의 ‘봄의 제전’은 백성들의 삶을 표현하는 원시적인 몸의 움직임과 자연을 표현하는 무대, 그리고 샤먼을 연상시키는 상상력으로 집약될 수 있다. 상반된 두 무대는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름과 동시에 고대 원시 사회의 삶을 두 측면으로 나누어 보여줬다. 후반부는 몸의 움직임과 음악, 무대 등 언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동원해 표현했고 전반부 무대는 음악도 움직임도, 눈에 띌 만한 무대 장치도 없이 오로지 상상력 만으로 표현을 시도했다. 하여, 안은미의 ‘봄의 제전’에는 무용의 본질이 모두 담겨져 있다 하겠다.


박혜진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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