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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우는 가슴 하나씩을 달고서 창작춤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를 감상하다

 

지난 2008년 8월 6일과 7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는 장지영 안무자의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가 공연되었다.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는 국립무용단에서 주관하는 ‘바리바리촘촘디딤새’의 무대 안에 기획된 공연이다. ‘바리바리촘촘디딤새’는 선발된 7명의 한국춤 전공자들이 전통춤과 연계된 자신의 창작춤을 관객들에게 선보임과 동시에, 그 작품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는 실험적인 무대다.

창작춤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의 공연에 앞서 이 춤의 모토가 된 이매방류 살풀이춤에 대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바리바리촘촘디딤새’는 워크숍 진행을 그날 공연의 안무자가 직접 맞는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이매방류 살풀이춤 역시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의 장지영 안무자가 직접 설명하였다. 장지영 안무자는 ‘살풀이 춤의 무속적 의미와 동작 표현연구’라는 주제를 가지고 살풀이 춤의 장단, 의상, 동작 등의 설명을 통해 이 춤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했다. 약 15분간의 워크숍과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간단한 시연이 끝난 뒤, 본격적인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장지영 안무자가 살풀이춤 특유의 한(恨)스러움에서 뽑아낸 주제는 얼마 전 한국을 흔들었던 어린이 유괴사건에서 출발했다. 장지영 안무자는 실제로 두 아이를 둔 한 명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내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은 아이들을 잃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다”라며 살풀이 춤에서 가장 중히 여겨지는 한(恨)에 ‘아이를 잃은 부모의 한’을 접목시켰다.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의 도입부는 고통을 예고하는 행복에서 시작되었다. 전통 살풀이춤에서처럼 흰 옷(한복은 아니었으나)을 차려 입은 무용수는 자신의 옷을 뭉쳐 아이의 형상을 만든 뒤 그것을 끌어 안고 있었고, 어린 아이의 행복하게 자지러지는 웃음이 배경 음으로 흘러나왔다. 이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은 곧 저 아이가 사라질 것이며, 부모로 보이는 무용수는 고통에 몸을 떨게 될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무대 위는 아이를 잃은 어미와 그 주위를 현란하게 맴도는 네 명의 무용수들에 의해 공포와 슬픔의 아수라장으로 변모했다. 절망에 몸부림치는 듯한 무용수들의 격한 움직임은 초반부에 보여주었던 주역 무용수의 정(靜)한 동작과 갑작스런 대비를 이루는 것이었다. 이처럼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는 정(靜)과 동(動)의 반복이 확연히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관객들은 격렬히 몸을 떨다가도 힘없이 주저 앉는 무용수들을 보며, 울다 지쳐 더 이상 울지 못할 정도로 슬픈 당사자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슬픔이 찾아왔을 때, 그 슬픔과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시간은 혼자 멍하니 있는 시간이다. 그것을 표현하기라도 하는 듯 무대 위에는 조용한 시계추의 음만이 흘렀고, 혼자 앉아 있던 무용수는 가슴과 바닥을 치거나, 자신의 몸을 비틀며 어찌 할 수 없는 감정을 발산했다. 그녀는 이러한 움직임을 통해 혼자 있을 때 방문하는 미칠듯한 고통을 전달해주고 있었다. 한편 주역 무용수 주변을 맴돌던 네 명의 무용수들은 현란한 퍼포먼스 같은 움직임을 취했다. 그들은 마치 그녀를 더 깊은 고통으로 옭아매는 타자처럼 느껴지기도, 혹은 그녀의 고통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또 다른 자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작품의 후반부, 계속되던 거친 움직임이 끝나고 비명 소리와 함께 모든 무용수들이 순간적으로 정지했다. 이어 네 명의 무용수들은 각자의 뒤에 세로로 놓여있던 종이를 손톱으로 갈랐다. 시원하게 뜯겨지는 종이소리와 함께 주역 무용수의 고통도 얼마간 누그러지는 듯 보였다. 공연이 끝난 후 장지영 무용수는 이 부분을 “아이를 잃은 어미의 마음”이라고 설명하였다. 이후 반주 없는 슬픈 노랫소리가 흘러 나왔는데, 어떤 시련에도 초연해 보이는 그 침착한 목소리가 무대 위에 만연해있던 슬픔과 분노를 일순간 덮어주었다. 음악과 함께 홀로 남은 무용수는 바닥에서 무엇인가를 쓸어모으는 동작을 취했다. 그것은 분명 죽은 아이의 유골이었으리라……. 특히 이 부분에서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참지 못했다. 그렇게 공연은 관객들 모두에게 ‘너로 하여 우는 가슴’ 하나씩을 던져주고 막을 내렸다. 공연 내내 슬픔에 몸을 떨던 무용수 역시 하염없는 눈물만을 흘리며 정지하고 있었다.

창작춤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가 던지는 어린이 유괴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굳이 화두에 올리지 않고서라도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중차대한 일이며, 근절 돼야 할 범죄라는 것임을 알고 있다. 물론 ‘너로 하여 우는 가슴이 있다’는 유괴방지라는 캠페인적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장지영 안무자가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일은 억울하게 죽은 아이들의 넋을 기리는 것, 아이를 잃은 부모들을 위로하는 것, 다시는 이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액(厄)’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심보람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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