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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일상의 답답함을 과감히 던져버리자,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의 엄은진

 

국립무용단의 기획공연 ‘바비바리 촘촘 디딤새’가 오는 8월 14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그 중 지난 7월 26과 27일에는 국립무용단 엄은진의 ‘진도씻김굿 중 영돈말이 지전춤(전통춤)’과 ‘사이다(창작춤)’가 공연되었다.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란, 예쁘게 솟은 버선발이 잦게 앞뒤로 움직이며 춤추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한국춤의 과거(전통)와 현재(창작)를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된다.

먼저 엄은진은 ‘진도 씻김굿 중 영돈말이 지전춤-의미와 춤사위 동작연구’에 관하여 프리젠테이션을 보여주며 “진도씻김굿은 ‘중요무형문화제 제 72호’로써 죽은 사람이 이승에서 풀지 못한 원한을 풀어주어 극락에 가도록 기원하는 무제(巫祭)의 하나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중요무형문화재 제 72호 진도 씻김굿 전수자’ 공민선이 ‘진도 씻김굿 중 영돈말이 지전춤’을 보여주었다.

무대의 뒤편에는 병풍이 놓여 있고 왼편에는 해금, 대금, 아쟁, 징, 장구를 치며 소리를 내는 악사들이 돗자리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그러자 병풍 옆에서 백색 한복과 고깔을 쓴 무용수가 지전을 들고 춤을 추면서 등장했다. 무용수는 지전을 들고 펴서 어깨에 얹고 얼러주는 일명 ‘길 열기’ 춤사위를 선보이며 무대의 중앙으로 다가왔다. 지전을 어깨에 걸치고 굽신을 하면서 춤을 추는 무용수의 모습은 절제되면서도 정적인 인상을 심어주었다. 진도 씻김굿은 그에 따른 절차가 따로 정해져 있고 춤사위에도 각각의 명칭이 붙는다. 그 절차는 누구를 위한 굿을 한다고 조상들에게 알리는 ‘안땅’, 불러들인 영혼들을 즐겁게 해주고 흠향하게 하는 ‘쳐올리기’, 한과 원을 풀어주는 ‘고풀이’ 등 약 17개 정도의 절차로 진행된다. 특히 이 절차들 중에서 ‘이슬털기’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마르고 깨끗해야 환생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 앞에서 3개의 목 그릇을 차례대로 놓았다. 이는 각각 쑥을 담근 쑥물, 향을 담은 향물과 청계수이다. 무용수는 빗자루에 그 물을 묻혀 무대 가운데 짚으로 둘러쌓아 세워 놓은 ‘영돈’ 이라는 물건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는 축귀적(逐鬼的) 의미를 지닌 물로 ‘영돈’을 깨끗이 씻어서 극락왕생하도록 기구하는 하나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무용수는 이러한 절차를 밟으며 다양한 춤사위를 선보였다. 그 중 지전을 뿌리고 어깨에 얹는 ‘바람막이 춤사위’, 지전을 태극무늬처럼 돌려서 빠르게 추는 ‘태극무늬 춤사위’, 지전을 든 두 손을 좌우로 흔들며 추는 ‘좌우치기 춤사위’ 등 다양한 동작을 설명과 보여주어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간 점이 돋보이는 공연이었다.

그 다음은 엄은진이 창작한 ‘사이다’라는 춤이다. 엄은진은 춤을 선보이기 전 ‘사이다’라는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먼저 ‘사이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하나는 사이다를 마실 때처럼 일상의 답답함을 잠시나마 풀어주기 위함이고, 그 다음은 여러 사람과의 관계의 의미로 나와 너 사이라는 것이다.

다섯 명의 무용수들은 모두 회색바탕에 반짝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무대 양쪽에 설치된 검은 색 줄에 손과 발이 묶인 채 앞으로 달려가다가 그 줄로 인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모습을 반복했다. 무용수들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보이며 관객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잠시 후 시계의 초침 소리가 울리고 무용수들을 묶었던 줄이 풀어졌다. 반전이 된 듯 음악소리도 신나는 테크노 음악으로 바뀌고 무용수들의 모습도 어느 덧 개구쟁이로 변해 있었다. 그들은 뒤로 돌아서서 엉덩이를 흔들다가 장난스런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미소를 짓기 도하고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 발을 동동거리며 이리저리 옮겨 다녀 주위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무대 중앙에 조명이 비춰지자 무용수들은 그 안으로 들어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그러자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들려와 관객들은 모두 놀라는 기색을 보이며 그 소리에 집중했다. 또 구두를 신고 걸어오는 소리, 꼬르륵 소리, 병뚜껑을 따는 소리, 전화 벨 소리, 트림하는 소리 등 이번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다양한 소리들을 통해 표현해준 점이 독특했다. 이어 무대에는 여러 개의 줄이 양쪽으로 연결되었는데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려고 애 쓰는 무용수들의 모습 또한 너무나 천진난만해 보여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게 해 준 점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엄은진은 이 작품에서 사용된 줄을 두 가지로 해석했다. 첫 번째로 보여진 줄은 뭔가를 선택할 때 가족과 주위환경을 바라보게 되어 어쩔 수 없이 고민하게 되는 마음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보여진 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우리가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장애물이 아니라 하나의 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연된 ‘진도 씻김굿 중 영돈말이 지전춤’인 전통춤과 ‘사이다’라는 창작춤은 모두 ‘풀어버림’의 의미를 가진다. 굿을 통해 죽은 영혼의 한을 풀어주고, 사이다처럼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는 안무자의 의도가 작품의 주제와 잘 맞게 어우러져 보는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 뜻 깊은 공연이었다.


박하나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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