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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플래시댄스’, 흥겹고도 찡한 추억소환의 시간원작영화 그대로 재현, 강렬한 커튼콜의 여운

선머슴 같은 옷차림에 꾸미지 않은 얼굴, 하지만 음악만 나오면 돌변하는 그녀의 파워풀한 댄스에 전 세계 수많은 관객들이 홀리듯 스크린에 빠져들었다. 특히 천장부터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춤을 추는 장면은 과감한 연출로 영화 ‘플래시댄스’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80년대 개봉된 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명장면들을 다시 재현하며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값진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7월 대구국제 뮤지컬페스티벌(DIMF) 공식초청작으로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던 뮤지컬 ‘플래시댄스’가 웨스트엔드 오리지널팀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히트팝과 댄스의 흥겨운 만남

원작영화 ‘플래시댄스’가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과감한 댄스씬의 연출덕분만이 아니다. 이제는 첫소절만 들어도 몸이 반응할 정도로 유명해진 원작영화의 OST도 한몫을 한다. 대표곡인 ‘What A Feeling’, ‘I Love Rock and Roll’, ‘Maniac’, ‘Manhunt’ 등의 히트팝들이 그 시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플래시댄스’는 그 히트팝들을 명장면들과 함께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특히, 80년대 당시 원작영화와 음악을 기억하고 있는 중장년층 관객들에게는 더 없이 흥겨운 추억소환의 체험을 선물한다.

공연은 원작영화의 서사를 그대로 따라가면서도 뮤지컬의 특성답게 듣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도 다채롭게 채워넣었다. 그 당시 패션을 재현한 댄서들이 주인공과 함께 군무를 추는 장면은 영화로는 볼 수 없었던 뮤지컬만의 매력이다. 낮에는 용접공으로 일하면서 꿈을 좇는 여주인공이 상류층의 남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신데렐라식 단순 서사도 히트팝과 댄스, 다양한 조연들의 개성적인 매력이 더해져 다채로운 볼거리로 재탄생됐다. 원작의 서사를 모르는 관객이라면 히트팝 중심으로 연출된 무대가 주크박스 뮤지컬처럼 서사연결이 부자연스럽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무대전환이 관객이 보는 앞에서 이뤄지는 덕분에 시간이 지연되는 순간도 있다. 그런 점들을 보다 더 자연스럽게- 보완한다면 서사에 더 몰입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에너지 넘치는 ‘샬롯 구찌’, 감미로운 ‘앤디 브라운’

영화에서는 원조 걸크러쉬 캐릭터로 등장해 신선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여주인공 알렉스. 뮤지컬에서 알렉스를 맡은 ‘샬롯 구찌’는 극 내내 서사를 이끄는 동시에 쉬지 않고 노래와 춤을 열정적으로 선보여 그 에너지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영화팬들이 강렬하게 기억하는 물이 쏟아지는 장면이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검은색 무용복은 격렬한 춤과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을 다시금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상류층의 백마탄 왕자님 캐릭터라 할 수 있는 닉을 연기한 ‘앤디 브라운’은 훤칠한 키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원작 캐릭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했다. 음색의 특징 때문에 극 초반보다는 사랑에 빠진 이후의 노래들이 더욱 잘 어울렸다.

‘샬롯 구찌’과 ‘앤디 브라운’의 조합이 가장 빛을 발하는 대목은 알렉스의 집에서 둘이 함께 부르는 노래 ‘here and now’다. 올드팝을 세련되게 느껴지게 하는 ‘앤디 브라운’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샬롯 구찌’의 카랑카랑한 하이톤의 목소리가 만나 극 전체에서 가장 로맨틱한 하모니를 들려준다. 여기에 조연들의 연기와 노래도 좋은 감초 역할을 해준다. 알렉스의 친구 글로리아 역의 ‘시오반 디핀’은 애교섞인 어린아이 목소리 같은 독특한 음색이 개성적이었고, 극에서 코믹하고 따뜻한 캐릭터인 한나 역의 ‘안드레아 밀러’는 안정적이면서도 성숙한 연기가 단조로운 서사에 감칠맛을 더해줬다.

-꿈을 향한 청춘들의 도전과 열정,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

80년대 원작영화를 알지 못하는 젊은 관객들도 와닿는 부분이 있다면 ‘꿈을 향한 청춘들의 도전과 열정’이라는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다. 서사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녹아든 대사들은 가슴을 울리는 것들이 많다. 밤마다 클럽 무대를 서는 댄서들은 옷을 벗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스트립걸들과 자신은 다르다고 말하면서 “우린 예술을 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알렉스 또한 생활전선에서 용접공 일을 하며 제대로 된 댄스교습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지만, “뛰었다 떨어지는 편이 낫다, 뛰어보지 않은 것보다”라고 말하며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모두가 성공하기에 도전이 값진 것이 아니다. ‘백만분의 일의 가능성’에 도전하는 삶에 대한 열정, 자신의 꿈에 최선을 다하는 순간순간들이 그들의 삶을 빛나보이게 한다. 과거 무용수였던 한나가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하는 “무대에 작은 배역이란 없다”는 말은 모든 이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는 듯한 따뜻한 감동을 안겨준다.

등장인물들이 꿈을 향해 시행착오를 겪는 동안 얻는 소중한 깨달음도 있다. 알렉스와 함께 유명한 댄서이자 스타가 되고 싶은 글로리아는 기회를 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스트립걸로 전락하고, 코미디언을 꿈꾸었던 지미는 꿈을 안고 대도시로 갔다가 차디찬 실패의 좌절을 맛본다. 하지만 둘은 결국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고 자신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글로리아-지미 커플에게 진정 소중한 것은 “못 웃겨도 미소 짓던 사람들”과 “내 곁에 누가 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부르는 ‘Where I Belong’은 꿈을 좇으며 무수한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고 있는 오늘날의 젊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만한 따뜻한 힐링송이었다.

대극장 뮤지컬 특유의 화려함이나 드라마틱한 서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단조로운 무대구성이나 원작과 다를 바 없는 서사가 아쉬울 수 있다. 극 중간에 자막 실수나 등장 타이밍을 놓치는 등 소소한 실수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 작품의 호불호를 가르는 것은 명백하게 작품 자체의 볼거리가 아닌 원작영화와 히트팝이 가지는 추억의 힘에 달린 듯하다. 추억은 보이는 것에 자신의 기억과 낭만을 덧대어 재구성되는 체험이기 때문이다. 80년대 ‘플래시댄스’의 추억을 가진 관객이라면 8분간의 커튼콜을 통해 짜릿한 추억소환의 흥겨움을 최고조로 즐길 수 있다. 작품 속 유명 넘버들만 쏙쏙 뽑아 메들리로 구성된 커튼콜이 객석 모두를 기립해 춤추게 한다. 흥겨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건 추억을 공유한 자들끼리만 맛보는 특별한 묘미가 아닐까.

사진 제공_예술기획 성우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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