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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처럼,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

 

한국 최고의 대중적인 무용예술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안무가 ‘안은미’와 스위스 ‘링가 무용단’의 ‘카타지나 그다니에치(Katarzyna Gdaniec)’가 함께했던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가 6월 6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는 여러 가지 이념과 관습이 혼탁하게 섞인 현대 사회 속의 여성의 존재를 표현한 작품이다. 끈적한 질감이 느껴지는 ‘뮤커스(점액질)’라는 단어와 천진한 이미지의 ‘앤젤스(천사들)’ 라는 단어가 만나서 탄생한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라는 제목은 이 작품이 공연을 통해 어떤 새로운 관념을 관객들에게 심어 줄 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여러 개의 특이한 내용으로 엮어진 무용 공연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를 옴니버스 영화를 감상하듯 여섯 개의 신(Scene)으로 나누어 접근해 보았다.

Scene no.1 (첫 번째 신)
막이 오르고 무대 전체가 어두운 가운데 사각 판에 8개의 전구가 열 맞추어 붙어있는 조명이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안은미’를 비추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안은미’는 앞뒤로 흔들리는 조명에 따라 오뚝이처럼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곧이어 ‘안은미’의 뒤로 ‘카타지나 그다니에치’가 등장하여 ‘안은미’와 박자를 맞추어 몸을 움직이며 관객들을 최면상태처럼 아득한 세계로 빠지게 했다.

Scene no.2 (두 번째 신)
조명이 밝아지고 서로 간격을 두고 떨어져 선 ‘안은미’와 ‘카타지나 그다니에치’는 한 손으로 자신의 몸을 강박적으로 더듬고 윗옷을 끌어올려 얼굴에 뒤집杵껜� 등 불안한 행동을 보였다. 특히 증폭된 굉음 속에서 ‘카타지나 그다니에치’가 스판덱스 재질의 무용복을 잡아 늘여 발끝까지 내리는 동작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동작은 사회의 억압 속에서 여성이 보이는 극한의 자기 방어 표현으로 여겨졌다.

Scene no.3 (세 번째 신)
단조롭게 높은 톤으로 반복되는 멜로디가 울려 퍼지고 ‘안은미’가 검은 하이힐을 신고 한 손에는 빨간 하이힐을 들고 무대로 걸어 나왔다. ‘카타지나 그다니에치’는 빨간 하이힐을 건네받아 신고 ‘안은미’와 무대를 어슬렁어슬렁 누볐다. 두 무용수는 발목을 꺾으며 절름거리는 스텝으로 위태롭게 걸었는데 그 모습이 다소 우스꽝스럽게 비춰졌다. 비뚤어진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립시키기 힘든 여성이라는 상실계층을 상기시키는 장면이었다.



Scene no.4 (네 번째 신)
‘안은미’와 ‘카타지나 그다니에치’가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무대 위에 서 있었다. 앨비스 프레슬리의 감미로우면서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웃음을 띤 두 무용수의 귀여운 연기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이어 무대 위의 ‘안은미’가 관객석으로 넘어와 관객들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Scene no.5 (다섯 번째 신)
흥분으로 달떴던 무대가 전환되고 윗면에서 환한 불빛이 나오는 두 개의 검은 박스 위에 ‘안은미’와 ‘카타지나 그다니에치’가 각각 올라가 있다. 장엄한 연주의 ‘북치는 소년’이 배경음으로 깔리고 두 무용수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힘없이 몸을 흔들었다. 망연자실한 듯한 그들의 몸짓은 화가 ‘베이컨’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머리 없는 육체 덩어리들을 연상시켰다. 그 모습은 살덩어리의 몸뚱이는 있지만 정신과 의지가 잘려나간 존재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Scene no.6 (여섯 번째 신)
분홍색 의상으로 갈아입은 ‘안은미’와 ‘카타지나 그다니에치’는 방금 전의 심각했던 분위기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머리에는 키치스러운 분홍색 단발머리 가발까지 쓰고 무대를 향해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두 무용수는 코믹한 음악에 맞추어 바닥에 나란히 앉아 앙탈부리는 아이마냥 다리를 앞뒤로 밀며 발랄하게 움직였다. 이렇게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는 그들의 상기된 얼굴과 유쾌한 몸짓으로 마무리 되었다.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는 ‘안은미’와 ‘카타지나 그다니에치’ 두 예술가가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개인적인 경험을 보여주고 나누기 위해 마련한 공연이다. 분명 이 공연은 확연한 기승전결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안은미’와 ‘카타지나 그다니에치’는 자신들의 경험을 단편으로 추출해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냈기에 그 각각의 단편들은 공통된 핵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실제적인 경험이 상징적으로 녹아든 ‘뮤커스 앤 앤젤스(Mucus and Angels)’는 노련한 두 예술가의 기량이 엿보이는 공연이었다.


연분홍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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