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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객석 사로잡은 홍지킬의 야성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역대급 지킬 캐스팅, 새로운 엠마와 루시로 눈길

강력한 캐스팅으로 이미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2018년에도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이번 공연에는 ‘지킬앤하이드’라는 브랜드를 완성했다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세 명,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가 모두 모여 개막 전부터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선과 악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을 한 명의 배우가 변주하는 파격적 연기와 스릴러와 로맨스가 결합된 독특한 서사는 여전히 객석을 사로잡는다. 특히 10년이 넘는 동안 객석에 각인된 명장면들은 공연 시작부터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여 독특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더욱 화려해진 무대와 함께 돌아온 전율 돋는 순간들. 그 중앙에는 7년여 만에 돌아온 홍지킬이 있었다.

홍지킬의 야성적 연기, 관객들이 숨죽이다

‘지킬앤하이드’의 주인공 역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캐릭터를 오가며 연기해야하는 데다가 감정 연기에 깊이가 있고, 다양한 음역대의 노래를 관객의 기대감 속에서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런 점에서 홍광호는 앞선 시즌에서 충분히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기에 오랜만에 더욱 성숙해져서 돌아올 홍지킬에 대한 관객의 기대감이 높았다. 명불허전 홍지킬답게 1막의 명곡 ‘지금 이 순간’은 그의 풍부한 성량을 드러내기에 충분했고, 객석의 큰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지점은 하이드로 변신한 후였다.

‘지킬앤하이드’에서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역시 지킬이 하이드로 바뀌는 부분인데, 홍지킬은 부드러운 음색에서 거칠고 야성적인 음색으로 단번에 무대 분위기를 바꾸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월드투어의 무대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화려한 실험실 장면이 더욱 장면을 극적으로 느끼게 했다. 하이드로 변신한 홍지킬이 무대를 휘저으며 타락한 귀족들을 응징하며 부르는 노래 ‘얼라이브’는 극 전체에서 홍지킬의 능력이 십분 발휘되며 스릴러 장르의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광기어린 명장면이었다.

앙상블이 만들어낸 명장면, 새롭게 바뀐 루시와 엠마

‘지킬앤하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앙상블이다. 1막에서는 여러 번 리프라이즈되는 ‘가면’과 2막 서두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살인, 살인’은 앙상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명장면들이다. 특히, 2막의 ‘살인, 살인’은 음산한 분위기에서 펼쳐지는 우산을 활용한 퍼포먼스가 중독적인 가사와 결합해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1막에서는 앙상블의 합이 좀 아쉬웠지만 2막의 ‘살인, 살인’은 지난 월드투어의 앙상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인상적인 무대를 보여줬다.

‘지킬앤하이드’의 여성캐릭터인 루시와 엠마의 새로운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호소력 짙은 연기와 가창력으로 여주인공을 섭렵해온 윤공주는 ‘루시’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무대를 보여줬다. 다만 1막에서 환락가 여인으로 쇼를 선보일 때의 도발적인 매력보다는 사랑에 빠진 후 2막의 절정인 ‘시작해 새 인생’을 부를 때가 더 호소력 있게 다가왔다. 언뜻 캐릭터의 사연이 비슷한 맨오브라만차의 ‘알돈자’와 겹쳐보이기도 했지만 윤공주만의 매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엠마’로 새롭게 캐스팅된 민경아는 다른 배우들과 듀엣을 할 때는 상대적으로 성량이 부족해 보이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외모와 특유의 맑고 고운 음색만큼은 충분히 캐릭터와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

인간에 대한 탐구와 연민, 깊은 공감과 여운 남겨

‘지킬앤하이드’의 서사적인 매력이 단순히 스릴러와 로맨스의 결합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지킬과 하이드의 내면에 있는 갈등과 고통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연민을 바탕으로 한 탐구정신과 저항정신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다. 작품의 전반부 지킬은 모든 인간의 내면에 있는 선함과 악함을 분리할 수 있다면 본성을 선택하여 악함으로부터 인간이 자유로워질 것이라 믿었다. 지킬의 믿음에는 죽어가는 자신의 아버지를 보고 느낀 육체적 한계와 수많은 악행을 보고 느낀 정신적 한계라는 인간의 본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애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하이드 또한 잔혹한 악행에도 관객의 마음을 끄는 이유가 있다. 하이드는 겉으로는 존경과 칭송을 받으면서 뒤로는 부패와 탐욕에 젖어 추한 이면을 드러내는 귀족층의 위선을 폭력적으로 응징한다. 법질서로 응징하거나 구원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교정적 정의의 극단적인 실현은 하이드의 내면에 있는 약자에 대한 연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런 극단적인 폭력성이 약자가 아닌 강자를 향해 있다는 것이 객석에 일종의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또한 자신의 폭력적 면모로 결국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루시를 살해하기에 이르는 하이드는 관객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이 모든 극단적 욕망과 충동이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모습임을 알기 때문이다.

‘지킬앤하이드’는 인간의 이중성을 그려낸 애절한 스릴러라는 장르를 충실히 수행한다. 거기에 더해진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인간애는 비극으로 끝나는 결말 이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 배우가 연기하는 너무 다른 두 모습은 단지 무대 위의 연기로만 남겨지지 않는다. 극단적인 연기를 해내는 배우들의 역량은 물론 놀랍지만, 그것은 단순한 퍼포먼스나 볼거리가 아니다. 누구나 인간의 내면에 이중적인 면모가 있다는 깨달음이야말로 이 작품을 명작으로 만든다. 관객인 우리 자신들 또한 무대 밖에서 수많은 가면을 쓰고 지킬과 하이드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작품이 십년 넘게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 아닐까.

사진 제공_오디컴퍼니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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