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연일 매진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뒤늦게 배우들의 매력을 듣고 공연을 관람하고자 하는 관객들은 티켓을 구할 수 없어 커뮤니티를 통해 티켓을 사고파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8월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뮤지컬에도 선정된 바 있는 이 작품에서는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 의미심장한 돈키호테, '정키호테'
애초에 조승우에 가려 있었지만 공연을 보고 난 이후에 관객들은 정성화의 돈키호테에 관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며 서로의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예전에 작품을 할 때와 달라진 그의 음색에 모두 놀라워했다. 극 전체를 흡입하고 이끄는 것이 조금 부족하다는 평도 들려온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만큼이나 무게감 있고 안정감 있게 모든 뮤지컬 넘버들을 잘 소화해내었다. 특히 ‘이룰 수 없는 꿈’은 그의 역량을 한껏 발휘하여 저음의 풍부함을 가지고 고음 또한 힘 있게 폭발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발끝에서부터 감동을 끌어올려 주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조승우가 말한 것처럼 조승우를 보러 공연장에 왔다가 정성화의 팬이 되어 돌아갈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하지 않았나. 그만큼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성화였지만 이번 작품이 그 베일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뮤지컬 배우로서 큰 걸음을 내딛는 의미있는 기회가 되었다.
- 익살스러운 돈키호테, 조키호테
‘왜 조승우인가. 얼마나 잘하는 지 한 번 보자’라는 심산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도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그가 나오는 모든 뮤지컬은 매진이 되고 뮤지컬 배우로서 티켓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이다. 조승우의 돈키호테를 보노라면 그냥 세상의 시름을 잊고 재미있게 그 극에 빠져듦을 느끼게 된다.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 배우, 조승우이지만 정작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조승우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그는 극 안에 녹아있는 돈키호테이고 그와 어우러진 모든 다른 배우와 함께 극 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풍차와의 전쟁씬은 그의 익살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구부정한 칼을 뽑아들 때도 그 손동작 하나하나의 디테일함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고, 집시들과 춤을 추는 장면과 그냥 퇴장하는 장면에서도 조승우식의 표현이 하나씩 보일 때마다 관객들은 폭소했다. 조승우의 돈키호테는 극을 이끌고 또한 관객을 이끄는 그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역할이었다.
뮤지컬 넘버를 더 맛깔스럽게 표현한 정성화의 돈키호테, 작은 몸짓, 표정연기까지 관객에게 깊숙이 파고든 조승우의 돈키호테, 이들에 대한 찬사는 각자가 가진 능력과 노력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배우의 역량을 충분히 이끌어 내는 능력을 가진 ‘데이빗 스완’이라는 훌륭한 연출자의 힘이 컸다. 그의 뛰어난 연출력은 정성화와 조승우뿐만 아니라 조연들까지 극 속에서 완벽하게 살려 내어 우리는 한국배우의 무한한 능력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희망을 갖게 되었다. 좋은 배우는 좋은 작품과 연출을 만나서 최대한의 역량을 이끌어 낼 때 최고의 전성기를 맞는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로 정상을 지킨 조승우와 정상에 합류한 정성화. 그들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가 된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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