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0.19 금 20:16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솔깃한 공연: 관객리뷰] 복수심이 만든 잔혹한 판타지, 연극 '2센치 낮은 계단'5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국립극단이 5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연출가 부새롬의 연극 '2센치 낮은 계단'을 선보인다. 작품은 신진 연출가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젊은 연출가'전 중의 하나다. 연극 '2센치 낮은 계단'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처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를 가족으로 둔 여섯 인물이 사건 이후 보이는 각기 다른 모습을 그린다. 어느 누군가는 고작 ‘2센치 낮은 계단’의 차이까지 계산하여 치밀하게 복수를 계획하고 어느 누군가는 복수의 과정을 끊임없이 상상한다. 

작품은 대다수의 연극과는 다르게 서사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지 않다. 각 사건은 ‘복수’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전혀 연관되지 않고, 여섯 명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한다. 다소 파격적인 설정이었지만 ‘복수심’라는 감정을 가지게 된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는 신선한 극이었다.

“연출가 부새롬의 의미 있는 실험극” 

복수심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연출가 부새롬과 여섯 명의 배우들이 과감하고 실험적인 무대를 꾸민다. 연출가 부새롬은 “정의를 이루어내기 위한 복수가 아니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는 피해자들이 끝나지 않는 악몽을 끝내기 위해 이루려는 복수심을 짐작하며 극을 구성했다”고 한다. 작품은 오프닝부터 충격적이다. 인물들은 각자 얼굴에 검은 봉지를 쓴 채 고통을 울부짖고 서로를 공격한다. 오프닝을 통해 그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누군가를 원망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3개의 면으로 된 무대를 적극 활용해 하나의 장면이 끝날 때쯤 새로운 장면의 인물들이 여러 방향에서 튀어나오고, 또 사라지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고 이야기를 새롭게 끌고 나갔다. 연극 '2센치 낮은 계단'은 기존 복수극에서 중심이 됐던 서사보다 상실감과 복수심이라는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면서 다소 산만할 수 있는 구성의 단점을 극복했다. 이에 연출가 부새롬은 "일련의 사건이나 복수의 행위가 아닌 복수를 준비하는 인물들의 심리에 집중하며 기존 복수극들과는 다른 결의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한, 작품은 개연성이 없는 각기 다른 6개의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냄에 있어 피해자 가족으로서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를 하던 배우가 다른 장면에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 명의 가해자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분절적인 6개의 사건을 구현해 등장인물 활용의 다양성을 높였다.
 

“복수를 하게 되는 마음의 여정을 따라가는 시간”

누군가가 복수심 때문에 복수를 계획하기까지 그 마음을 다 알 수는 없다. 작품은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이지 않을 수 있는 그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헤아려보고, 인물의 입장에서 ‘복수심’이라는 감정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김나볏 드라마투르그는 “이 공연이 복수를 권장하는 연극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는 건 꼭 피하자”고 했다. 우리는 작품을 통해 복수를 꿈꾸게 된 사람의 입장, 복수를 꿈꾸기까지의 과정, 복수를 하게 되는 결말까지 그 마음의 여정을 따라가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본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작품에서 각 인물은 가해자에게 잔인한 방법으로 복수하는 상상을 하며 이를 언어로 드러낸다. 극단적 복수심으로 빚어낸 폭력적인 언어들이 반복되는 장면에선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선명하고 날카로운 언어들이 복수심으로 산산 조각난 피해자들의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관객들 또한 따라가게 만든다. 언어적 폭력성이 계속 반복되면서 오히려 불편한 감정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피해자의 마음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복수심’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하고 어려운 감정의 여정에 대해 그린 연극 '2센치 낮은 계단'은 6월 1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_제공 국립극단

 

문소현 리뷰가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