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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보이첵', 숨막히는 희망과 절망의 또다른 해석을 보다

 

사다리움직임 연구소 <보이첵> ‘숨막히는 희망과 절망의 또다른 해석을 보다’
7월2일 아르코예술극장
연 출 : 임도완
출 연 : 권재원, 정은영, 임우철 등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은 독일의 게오르그 뷔흐너 (Georg Buchner)가 1836년 쓴 희곡 ‘보이첵’을 움직임 이미지극으로 재구성한 공연으로 2000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번 8월 ‘2007 에딘버러 프린지’에 참가하는데 특히 “페스티벌속의 페스티벌”이라 불리 우는 ‘오로라노바 극장’에서 공연되어 그 의미가 크다. 에딘버러의 ‘오로라노바 극장’은 세계적으로 최고의 신체연극, 현대무용 전문 프로그램을 자랑하는 극장으로 한국공연은 이번 <보이첵>이 처음이다.

- 균형 감각이 뛰어난 짙은 색감의 무대언어
민첩한 그들의 동작은 민첩하고 낭비가 없다. 마치 연한 먹물을 칠한 듯 그윽하게 극 전체를 물들인다. 그들의 입술은 언어를 잃었지만 수많은 말을 쏟아낸다. 모든 동작이 가볍지만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관객들은 그 극단적인 간명함에 매료되었다.
그들의 드라마틱한 음악은 반고전파와 현대의 중간에 있었던 19세기의 음악을 듣는 듯 하다. 하지만 그들의 몸언어는 바로크시대의 폴리포니(polyphony, 다성음악)의 선율들 같다. 돌림노래를 하다가도 곧 흐트러진 불협화음을 마음껏 펼쳐 보이기도 한다. 종종걸음을 걷고, 동물의 흉내를 내며, 억압의 공간에서 간사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들의 ‘멈춤’과 ‘숨김’과 ‘과장됨’과 ‘드러냄’은 주관적인 그들만의 언어로 재탄생되었다.
<보이첵>은 관객이 공감하는 감동은 많지 않다. 관객들은 극 속의 삶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보이첵>을 통해 짙은 ‘감동’ 대신 관객들에게 자유로움을 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에 대한 경의도, 복종도, 감탄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극 전체가 마치 영혼을 치유하기 위한 종교의식처럼 정돈되어 있지만 관객에게는 자유롭다. 이렇듯 그들의 무대언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얼굴로 수천 수만개의 ‘고요한 마력’을 무대가득 퍼뜨린다. 관객들은 미세한 티끌처럼 퍼진 그것을 폐속으로 들여 마신다.

- ‘의자’, 무엇보다 화려한 오브제
<보이첵>의 이들의 낡은 ‘의자’는 이상하게도 ‘군대’라는 극의 배경과 비슷한 이미지이다. 이들의 의자는 권력과 탐욕을 나타내기도 하며 유혹과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감옥으로 변했다가 인물의 타락한 내면을 거울이 되어 보여주기도 한다. 마음속의 소리는 현실과 격리되어 존재하고 이들의 ‘의자’는 허망한 무표정을 지을 뿐이다. 이렇듯 딱딱한 그들의 ‘의자’는 편히 쉴 수도 그렇다고 눈앞에 놓고 서 있을 수도 없는 ‘불편한 존재’이다. 감정이 극에 달한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의자가 말하는 소리를 듣는다. ‘약한 인간들, 이 의자에 앉아 잠깐 쉬도록 해!’

- 인간, 그 ‘절망’이란 인생에 마침표를 찍다
비뚤어짐은 교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뚤어짐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했던가? 그들이 만들어내는 ‘극단적임’은 묘한 인간성의 양면을 들여다보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판단하는 일은 관객에게 맡긴다. 사실 극에서 교훈을 강조하지 않는 것이 관객에게 더 많은 것을 남기는 법.
나약한 삶은 ‘완두콩’으로 정의되고 안일한 삶은 ‘대머리’와 ‘뇌졸증’으로 남겨진다. 이들의 피곤한 ‘기울어짐’은 똑바로 세울 수 없을 만큼 국수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이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유일무이한 삶의 이유인 ‘마리’를 죽이고 자신도 죽음을 선택한다. 고집스럽게도 잡고 있던 삶의 희망을 말이다. 희망과 절망은 서로 반대편에 있는 게 아닌가 보다. 항상 그 일부로써 존재하는 것. 우리에게 희망이란 늘 ‘충분하지 않다’와 ‘부족하다’의 중간정도로써 존재한다. 그렇기에 이들이 말하는 ‘절망’이란 삶의 덧없음으로써 그려지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 같다.


공정임 kong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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