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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손에 잡힐 듯한 사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괴테의 일기체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 슬픔’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경험에서 비롯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된 소설이다. 괴테의 경험적 요소와 소설 그 자체의 고전이라는 바탕 속에서 극단 갖가지가 만든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고전의 현재성과 인접예술의 융화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2000년에 초연된 이래 7년여 동안 다듬어지고 각색이 되어 무대에 올려졌는데 올해는 초연 멤버들이 다시 모였다. 초연 멤버가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설레게 하였으며 배우들 또한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훌륭한 뮤지컬 넘버와 탄탄한 연기력으로 관객과 배우가 함께 만족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 색깔 있는 캐릭터, 관객들을 몰고 다니다.
휴양차 발하임에 온 베르테르는 롯데를 보고 한눈에 사랑에 빠지고 이미 롯데의 약혼자인 알베르트와 계속 대립을 하게 된다. 이런 삼각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단순한 구도이지만 이 극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내가 베르테르, 롯데, 알베르트가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드라마에 몰입시킨다.
이 작품 속에서 롯데는 늘 상냥하고 소녀 같으며 약혼자 알베르트에게는 순종적이고 친절하다. 이런 18세기의 고전적인 여성인 롯데의 모습을 너무 가볍지 않게 잘 끌어내주었다. 알베르트도 때로는 베르테르에게 질투심을 가지지만 감정에 이끌리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가 되었다. 알베르트의 또 다른 내면은 롯데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알베르트는 이 두 양면성을 균형감 있게 드러냈다.
베르테르는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밖에 없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또한 따뜻한 사람이다. 그는 롯데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다가가기가 힘이 들어 주막에서 괴로워하고, 주막에 있는 일꾼들에게 위안을 받기도 한다. 배우 서영주는 베르테르가 가진 다양한 내면의 색깔을 눈빛과 목소리로 관객에게 잘 전달하였다. 베르테르의 따뜻함, 롯데를 향햔 사무치도록 격한 감정, 알베르트와의 관계 속에서 때로는 강폭한, 때로는 온화한 내면 세계를 관객과 호흡하면서 효과적으로 표현하였다.
1막의 마지막 장면에서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의 감미로운 노래와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서서히 암전 될 때 다리위에 서서 어딘가 멀리 바라보는 베르테르의 모습 속에서 인간의 근원으로 도달할 수 없는 저 너머 세계의 고요함이 무대를 뒤덮었다. 특히 2막의 마지막 장면에서는‘금단의 꽃’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다리위에 베르테르가 서 있다. 그 곡이 끝나고 한동안의 정적이 흐른 후 베르테르는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생의 마지막 소리를 토한다. 그 순간 객석에서는 아주 긴 정적이 흘렀으며 무대 위를 지나간 롯데와 베르테르의 추억 같은 이미지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 애잔한 바이올린 선율이 마음 깊숙이 파고들다
슬프고 비극적인 운명의 사랑을 암시하듯 마이너의 선율이 서곡부터 계속된다. 간간히 메이저의 선율로 가지만 그것은 다시 슬픔으로 가려고 하는 역할을 할 뿐이고 그 메이저 선율로 인해 오히려 애잔함을 더 깊게 느끼게 한다.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한만큼 멜로디는 간결하고 가볍다. 멜로디의 순차적인 진행이 어쩌면 너무 뻔하고 당연시되는 것일 수 있지만 고전적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나쁘지는 않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긴장이 감도는 장면은 피아노의 베이스와 점음표 리듬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비록 피아노 베이스였지만 그것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18세기 유럽의 귀족과 노동자 계급들이 등장하는 이 뮤지컬에서 노동자들이 모이는 시끌벅적한 주막은 여러 이야기를 오가고 흥을 돋우는 중요한 장소이다. 주막씬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우울하고 어두운 음악들이지만 실제 주막은 늘 활기로 넘친다. 어두운 이면에 밝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도 상냥했던 롯데가 살짝 언성을 높이는 장면에서는 바로크 스타일의 곡을 선보임으로써 관객들의 감정을 조금 절제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2막에서 베르테르가 질투심에 롯데의 방에서 총을 들었을 때의 피아노 베이스음은 그 긴장을 고조시켜 주었다. 많은 음이 필요치 않았고 하나의 음과 리듬을 가지고도 그 역할은 충분했다. 뒤이어 나오는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빠른 패시지, 이에 뒤질세라 베르테르가 한음 한음 힘주어 부르는 노래,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 클라이맥스를 이루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파가니니 스타일의 바이올린 기교가 살짝 엿보이고 베르테르의 노래 중에는 슈만의 독일 가곡 스타일이 보이기도 했다. 이렇듯 클래식과 뉴에이지를 넘나드는 장르의 통일성이 조금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음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장면에 맞는 다양한 음악과 감미로운 뮤지컬 넘버들은 공연 후에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극단 갖가지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괴테의 통시성과 뮤지컬의 동시성, 고전성이라는 것과 현대성이라는 것의 소통, 소설이라는 장르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융합 등 두 개의 축이 은유를 이루었고 수많은 의미를 파생시키는 작품이었다.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주모, 카인즈 등 조연들의 감초 같은 연기와 주연배우들의 완벽한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2007년 뮤지컬 중 손꼽히는 작품이라 평가할 수 있다.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와 주연배우들의 노래가 가장 이상적인 형태로 조화를 이루어 관객들에게 가장 긴 감동의 여운을 준 공연이었다.

백수진 기자 psj1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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