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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깃한 공연: 관객리뷰] 연극 ‘엘리펀트 송’ 숨 막히는 대화 속에서 알게 되는 진실의 숨바꼭질11월 26일까지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공연
  • 문소현 관객리뷰가
  • 승인 2017.10.31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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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매료시킨 연극 ‘엘리펀트 송’이 대학로에서 다시 막을 올렸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토니상, 몰리에르 어워드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연기 천재라 불리는 자비에 돌란이 주연을 맡은 영화 ‘엘리펀트송’의 원작이다. 연극 ‘엘리펀트 송’은 정신과 의사 로렌스 박사의 실종을 둘러싸고 병원장 그린버그와 마지막 목격자인 환자 마이클, 그의 담당 수간호사 피터슨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극이다. 팽팽한 긴장감은 물론, 상처받은 소년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매혹적으로 드러낸다.

저명한 정신과 의사 그린버그 박사는 돌연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동료 의사 로렌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마이클을 찾는다. 정신과 환자 마이클은 이 사건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열쇠지만 알 수 없는 코끼리와 오페라 얘기만 늘어놓는다. 그린버그 박사는 진실을 담보로 자신의 진료기록을 절대 보지 못하게 하는 마이클의 게임에 점점 말려든다. 수간호사 피터슨은 그린버그 박사에게 그와의 게임을 조심하라며 여러 차례 경고하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이클과 위험한 계약을 맺는다.

첫째, 나의 진료기록을 보지 말 것. 둘째, 나에게 초콜릿을 줄 것. 그리고 셋째, 그 여자를 제외할 것. 과연 마이클이 던지는 아리송한 힌트 조각들은 그가 만든 미로를 빠져나갈 열쇠일까.

새로운 연출로 다시 태어난 연극 ‘엘리펀트 송’

연극 ‘엘리펀트 송’의 연출을 세 단어로 표현하면 빠른 속도와 긴장감,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작품에서의 대사는 하나하나 이유가 있다. 극 초반을 지나 중반, 거의 후반까지 관객들은 마이클이 그린버그 박사의 이야기를 듣는 듯 안 듣는 듯 교묘하게 다른 이야기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답답함을 느낀다. 끊임없이 던져지는 힌트와 복선을 통해 마지막까지 진한 긴장감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대사 하나만을 두고 보면 이해가 잘 안 되지만 극 전체로 보면 마이클의 허튼 농담과 사소한 제스처까지 다 이유 있는 짜임새를 갖추고 있다. 극은 빠르게 진행되는 마이클과 그린버그의 대화를 이어지는 듯 이어지지 않게 긴장감을 치고받으며 진행된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마이클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답답함과 짜증을 느끼지만, 결국엔 모든 실마리가 다 하나의 맥락이었음을 극 후반에 알 수 있다.

작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특별한 사건 없이 대화로만 한 시간 반 정도 끌고 가는 힘과 몰입감이 정말 대단하다. 마이클과 그린버그가 서로 긴장감 있게 대사를 주고받지만 사실상 그들의 대화 시간 동안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90분간 그 속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긴장 끝에 찾아오는 완화, 그리고 슬픈 공감이 극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약 두 시간을 긴장감 있게 끌어가는 대사와 특별한 사건 없이 대사의 향연인 대본의 짜임새가 놀랍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사실 줌인과 클로즈업이 되지 않는 무대극 특성 때문에 영화에서의 긴장감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영화보다 짧은 러닝타임과 장소 이동이 제한적인 무대극의 성격을 고려한 점이 보인다. 수간호사 피터슨과 그린버그 박사와의 관계나 그린버그 박사의 가정생활에 관한 정보 등, 극의 주요 흐름에서 불필요한 정보는 생략하고 그린버그와 마이클의 대화에 더 포커스를 뒀다. 이런 선택과 집중 덕분인지 연극으로 해석된 ‘엘리펀트 송’ 대본은 역시나 탄탄한 긴장감과 피날레로 감동까지 선사하며 감동 있는 매혹적인 스릴러 연극으로 자리 잡았다.

어린아이에게 유일했던 위로의 존재 ‘엘리펀트 송’은 긴박함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남자 주인공 마이클의 아픈 감정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관객은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의 향연 속에서 추리를 통해 그들이 각자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 가려고 한다. 결국, 어린 남자아이의 외로움을 이해하게 된다.

연극 ‘엘리펀트 송’은 오는 11월 26일까지 대학로 수현재 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사진제공_(주)나인스토리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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