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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리뷰:솔깃한 공연] 비극적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 속의 긴장감 뮤지컬 '사의 찬미'
  • 문소현 관객리뷰가
  • 승인 2017.10.11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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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의 찬미' 사진제공_(주)NEO

"유명 작가와 성악가, 현해탄에서 동반자살!"

1926년 8월 4일,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문구가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알려진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이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출발해 현해탄을 건너 부산으로 향해 가던 중 바다에 투신한 것이다. 이 사건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들었던 식민지 시대인 1920년대의 조선에서 정서상 충격적이었다.

윤심덕의 정사 사건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69년 개봉한 안현철 감독의 '윤심덕'(신성일·문희 주연), 1991년 개봉한 김호선 감독의 '사의 찬미'(장미희·임성민 주연)가 대표적이다. 특히 영화 '사의 찬미'는 1991년 한국 영화 흥행 순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뮤지컬 '사의 찬미' 사진제공_(주)NEO

윤심덕의 정사 사건은 영화에 이어 ‘사의 찬미’라는 동일 제목인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영화와는 다르게 사내라는 허구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뮤지컬 ‘사의 찬미’는 윤심덕 정사 사건을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에 초점을 두기보다 허구의 인물인 사내를 개입시켜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연출한다. 이 신원 미상의 사내가 김우진, 윤심덕 두 사람의 죽음을 부추겼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1921년 윤심덕과 김우진의 첫 만남에서부터 일본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관부연락선에서 두 사람이 투신하기 직전까지의 5시간을 담는다. 사내는 작품 전체에 긴장감을 조성하며 실질적으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는다.

이 작품은 조선 최초 소프라노였던 당시의 유명한 신여성 윤심덕과 전라도 거부의 아들이자 천재 극작가로 신극 운동을 주도한 김우진이라는 실제 인물들의 관계가 큰 축을 이룬다. 뮤지컬 '사의 찬미'는 주인공과 사내의 우호적인 첫 만남에서 점차 불안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이야기 흐름까지 시대적인 사실과 허구가 접목된 팩션 뮤지컬이다. 사내는 작품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여 같은 멜로디의 다른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작품 전체에 안정성을 가미한다. 극 시작에선 관객들에게 윤심덕, 김우진 정사 사건에 대한 환기를, 극 말미에선 두 사람의 정사 사건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며 극을 마무리한다.
 
역사적으로 매우 유명한 윤심덕 정사 사건에 사내라는 허구의 인물이 등장함에도 작품 곳곳에는 1920년대의 실제 시대상에 부합하는 점들이 보여 극 내용에 신빙성을 부여한다. 실제 윤심덕이 자살 전 녹음한 ‘사의 찬미’라는 노래가 극중 여러 번 등장하여 김우진과 윤심덕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나게 한다. 그 당시 두 남녀의 정사 사건 이후 이 노래는 유명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 윤심덕의 레코드사가 노래 ‘사의 찬미’를 히트시키기 위해 정사 사건을 꾸몄다는 설이 돌 정도였다.  ‘사의 찬미’ 유성기 음반을 소장한 신나라레코드는 1990년 유성기 복각 시리즈 45회전 LP로 이 음반을 재 발매했다. 현재 극소량만 남아있는 20년대 원반은 2015년 일본 야후 경매에서 5,000만 원이 넘는 금액에 낙찰되어 한국 대중가요 음반 중 최고가로 평가된다.

▲뮤지컬 '사의 찬미' 사진제공_(주)NEO

또한 1920년대의 시대상을 나타내기 위해 이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은 걸음걸이 하나 하나, 말투 하나까지도 신경썼다고 한다. 그 시대의 느낌이 나게끔 행동 하나하나를 바뀌는 것은 옛날 시대를 표현하는 작품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보는 관객들도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세계가 어느 시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개화기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 의상뿐 아니라 대사 톤, 손짓, 움직임까지 신경 쓴 배우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하지만 뮤지컬 ‘사의 찬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실제 있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 노래가 LP판을 통해 흘러 나오다가도 배우들이 상황을 노래할 때면 새로운 넘버와 윤심덕의 노래가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특히 극중 김우진이 사내와 같이 희곡을 쓰기로 하고 윤심덕을 처음 만나게 될 때 나오는 ‘도코찬가’라는 넘버는 그 당시에 유행하던 일본 엥까(일본 대중가요)풍으로 작곡된 밝은 느낌의 넘버다. 당시에 유행하던 음악 스타일로 넘버를 작곡해서 그런지 개화기 시대의 음악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지금 듣기에도 세련된 넘버가 탄생됐다. 또한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수의 넘버는 특정 선율을 강조하기보다 극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계속해서 흐르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영화에서 영화음악의 역할처럼 이 작품의 넘버들은 극에서 따로 튀지는 않지만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를 계속 흐르게 만든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정사 사건에 대해서는 이후 많은 추측이 있었다.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설, 사실은 죽지 않고 이탈리아에 살고 있다는 설 등 1930년대까지도 윤심덕에 관한 온갖 풍문이 만연했다. 그만큼 두 사람의 정사 사건이 몰고 온 사회적 파장이 컸음을 의미한다. 
뮤지컬 ‘사의 찬미’는 2017.10.29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문소현 관객리뷰가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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