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친정엄마’, ‘친정엄마와 2박 3일’로 관객들이 눈물을 쏟게 한 고혜정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무대 위에 오른다. 가족 간의 사랑. 거미줄처럼 잘 보이지 않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이 감정의 실은 이번 작품 ‘여보, 고마워’의 스토리에도 치밀하게 얽혀있다.

결혼 10년차가 된 한 부부가 있다. 사업에 뛰어들었다 폭삭 망해서 6년째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남편과 잘나가는 대학 교수인 아내가 그들이다. 아들 구박하지 말라고 속을 긁는 시어머니와 이혼하라는 아내 친구들의 등쌀 속에서 이야기는 공감대를 자아낸다. 작가 특유의 삶에 대한 예리한 관찰은 감정선을 똥똥 튕겨내며 답답함과 통쾌함을 오가는 폭소를 자아낸다.

그러나 이야기는 긴 웃음 끝에 먹먹한 슬픔을 남겨둔다. 남편에게 선고된 암. 그 속에서 부부가 만들어가는 화해의 여정은 우리의 삶을 반추하게 한다. 겹겹이 쳐진 투명한 거미줄은 이슬이 내려앉을 때야 발견할 수 있다. 눈가를 촉촉이 젖게 하는 슬픔 속에서 관객들은 비로소 자신들의 마음에 쳐진 가족애를 볼 수 있게 된다.

배우 박준규와 김형범이 남편으로, 오정해와 신동미가 아내로 우리 이야기를 속 시원히 털어주는 연극 ‘여보, 고마워’는 10월11일까지 충무아트홀 블랙에서 공연된다.


백수향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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