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대사 없이 노래로 모든 언어적 표현을 대신하는 ‘송스루’ 뮤지컬이 많이 제작됐다. 프랑스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시구와 문학들이 많은 만큼 ‘송스루’ 뮤지컬은 당연한 형식을 가졌다.

게다가 이렇게 제작되는 뮤지컬의 넘버들은 사전에 공개되어 최신 음악 차트순위 쟁탈전을 벌일 정도다. 그만큼 공연 개막 이전에 선험적 인기를 얻는 것이 프랑스 뮤지컬의 흥행 공식이다.

프랑스의 뮤지컬은 뮤지컬 내부에서 분화되는 각 예술 장르의 입지를 각각의 성향대로 공고히 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뮤지컬에서 음악이 작품과의 유착성 이외에 독립된 음악 예술로서도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이 부분은 뮤지컬이 종합 예술로서(다양한 장르의 예술 복합체) 존재하는 장르인 만큼 이것을 다시 분화했을 경우에도 충분히 각각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프랑스의 뮤지컬에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용이 더욱 전문적으로 표현되는 것이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도 다작의 뮤지컬이 창작됐다. 뮤지컬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관객몰이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 웹툰 등을 모티브한 뮤지컬로 재창작한 작품들이었다. 그 중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무용을 기반을 두어 창작된 창작 뮤지컬을 꼽으라면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꼽을 수 있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의 넘버는 주로 락 스타일이 많다. 창작 뮤지컬에 주를 이루는 음악이 고운 소리로 말하는 듯한 선율로 가득한 것에 비하면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의 뮤지컬 넘버들이다. 이 작품은 젊은이들이 펼치는 아슬아슬한 사랑의 감정을 강렬한 락으로 최대한 끌어냈다.

주제의식을 증폭하기 위한 기폭제, 커플 댄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가 전하는 메시지는 커플 댄스로 더욱 강조된다. 독무 혹은 군무의 동작을 통해 작품의 분위기와 주제를 증폭시키는 기존 뮤지컬들의 표현방식과는 다르다. 작품은 남녀가 함께 추는 커플 댄스를 기본 틀로 활용해 사랑의 여러 감정과 느낌을 시각적으로 잘 표현했다. 이를 위해 쓰인 커플 댄스로는 라틴 댄스 종목인 살사와 탱고, 왈츠 등이며 조합된 안무가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수직적 연기공간의 활용이 가지고 온 생동감
캣츠비는 조건 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선과 진정한 사랑을 키워가면서도 과거의 연인 페르수를 잊지 못한다. 페르수 역시 오랜 연인 캣츠비를 버리고 결혼하지만, 결혼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캣츠비의 오랜 친구 하운드는 말도 안 되게 찾아온 사랑의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에서 인물들은 각자 사랑의 감정을 두고 자기 자신과의 갈등 속에 빠져 있다. 그렇기에 내적 갈등의 심리 상태나 그것들을 표현할 만한 요소가 많아야 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무대는 연기공간을 수직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방에 단을 하나 더 얹어 작은 벤치와 가로등이 있는 공간을 설치했다. 이는 인물들이 같은 시간, 같은 상황 속에서도 서로 다른 감정을 품고 있는 것에 대한 심리 표현을 가능하게 한 무대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준비된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가에 대한 방점
창작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이른바 ‘잘 차려진’ 밥상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음악적 색채의 분명함과 주제의식을 부각할 수 있는 안무 창작, 인물의 심리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기 위한 무대 디자인까지. 그러나 정작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가에 대한 드라마적 설득력은 준비된 재료들에 비해 약해 보인다. 주인공 캣츠비가 어떤 면에서 위대한지, 그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치정, 사랑, 배신의 감정 등을 관통하는 드라마의 유기적 흐름이 미약하다.

취업 준비생 캣츠비가 새로운 사랑을 찾고자 결혼 정보회사에 가입해 여자를 소개받는 부분과 소개로 만난 여자가 6년간 만난 여자보다 캣츠비에게 헌신해줌에도 캣츠비는 자신을 버린 페르수를 떠올리는 부분도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 두 번째 아내가 되는 줄 알면서도 부르독과 결혼한 페르수가 부르독과의 관계가 회복된 지점 캣츠비에게 돌아가는 명목도 설명되어야 한다. 인물들에게 벌어진 일들이 무엇은 되고 무엇은 되지 않는다고 규정짓자는 것이 아니라,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각각 인물이 겪는 내적 갈등 정도가 이 작품이 드러내는 메시지 전부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는 치밀하게 설계된 드라마가 펼쳐졌다면 완성도 높은 음악과 안무, 무대가 더욱 돋보였을 것이다. 캣츠비의 지독한 사랑, 그의 여인들, 하운드의 반복되는 사랑, 그리고 그의 운명의 고리, 어떤 위대함에 대한 이야기인가.

*위 기사는 뉴스테이지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나여랑 객원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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