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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성의 The Stage 122]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유희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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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The bridge of Madison county)가 뮤지컬로 태어났다. 원작소설은 로버트 제임스 월러(Rovert James Waller)의 1992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20세기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1995년에는 주연과 감독으로 활약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프란체스카 역으로 매릴스트립이 열연하며 영화화되어 미국 영화 중 최고의 사랑이야기로 회자하곤 했다. 지난 2014년에는 마샤 노먼(Marsha Norman) 극본과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Jason Robert Brown) 작곡으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라 그해 토니 어워즈와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최우수 작곡상과 최우수 편곡 상을 받았다. 이어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2017년 4월 충무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원작처럼 미국 아이오아주의 한 마을에서 한적한 삶을 사는 평범한 주부 프란체스카가 촬영차 마을을 찾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작가 로버트 킨 케이드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격정적으로 노래한다. 기존의 화려한 미쟝센으로 포장한 대극장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게 서정적이고 휴머니티한 사랑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연극적인 기법과 영화적인 미쟝센, 그리고 때로는 수채화처럼 부드럽게, 때로는 한여름보다 뜨거운 불꽃 같은 열정으로, 때로는 탄식하고 어둠에 침잠하는 옥수수밭의 황혼처럼, 어느 순간은 고즈넉하게 스며드는 들판의 우울한 광시곡처럼 방심한 듯 처연하게 휘감기고, 정지된 흑백사진처럼 처연하게 짙은 커피 향 같은 감동으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3박 4일간 남편과 아이들을 일리노이 주의 박람회에 보낸 프란체스카 존슨은 현관 앞 그네에 앉아 아이스티를 마시며 저 멀리서 먼지 바람을 일으키며 다가오는 픽업트럭을 멍하니 바라본다. 트럭에서 내린 킨 케이드는 ‘로즈먼 다리’로 가는 길을 물어본다.

프란체스카는 그동안 잊고 있었던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진정한 여자로서의 자신을 만났고 로버트는 길 위에서 찍었던 수많은 애정 했던 사진들보다 길 위에서 진정으로 원하고 간절히 바라던 사랑하는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고, 자꾸 생각나고, 또 궁금했고, 그렇게 잊고 있었던 감성이 새록새록, 스멀스멀 기지개를 켜고 어느새 두 사람 다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오랜 시간 동안 프란체스카는 애써 감정의 싹을 삭이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끄러미 회상하며, 로버트는 멀리서 바라보고 기억하며 무심한 듯 한없이 그리워하며 그때 길을 물었던 것처럼 길 위에서 살다가 그렇게 간다. 하지만 이승에서 이루지 못했던 사랑의 꽃이 죽음과 함께 하나 되어 되 살아 났다. 화려하고 스펙타클한 무대, 강렬하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없어도 심금을 울리는 잔잔한 텍스트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멜로디와 음악으로 리드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어떤 작품보다도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물론 거기에는 배우들의 열연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배우 크린트이스트우드와 매릴스트립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캐스팅인 한국 뮤지컬계의 자존심 박은태와 옥주현이 작품의 중심에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표 배우로 성장한 그들의 절실하고 정성스런 연기와 노래는 깊은 관록과 내공에서만 실현되는 아우라와 함께 황홀한 음악적 브랜딩으로 작품의 완성에 방점을 찍어냈다.

사춘기에 있는 아들, 딸의 엄마에게 마치 꿈속처럼 뒤늦게 찾아온 새로운 사랑을 처연히 받아들이고 결국은 밀어내는 감정을 연기하고 노래하는 감정을 따라가는 관객들의 집중으로 때로는 숨이 막힐 듯 긴장되었다. 한 순간 선택해야만 하는 찰나의 상태에서부터 평범한 듯 어느새 회오리치는 듯 격정의 에너지를 더 깊게 절제하며 연기하고, 절창으로 절절히 응축해내는 프란체스카 역의 옥주현은 이제는 명배우로서의 반열에 올라 안정적으로 무르익었고 모든 감정과 가창을 딱 그만큼 적합하게 자연스럽게 컨트롤하며 절제한 듯 힘을 뺄 줄 아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것 같았다.

또한 운명처럼 다가온 사랑 앞에 자신을 제어하거나 부정하진 못했지만 자신과 사랑의 깊은 가치를 일깨워주고 찾아준 로버트 역의 박은태는 이제는 당당히 추앙받는 최고의 가창과 연기로 무대의 중심에 서서 그 존재감을 입증했다. 섬세한 듯 따듯한 음성과 배려, 발바닥에서부터 끌어내는 폭발적인 가창은 가히 명불허전이었다.

 

거기에 따듯하지만 코믹하고 감초 같은 역할을 능청스럽고 매끄럽게 구사하는 Marge 역의 김희원과 어리숙 해보이지만 사랑스럽고 순한 인간 내음이 폴폴나는 Charly 역의 김민수, Richard Bud Johnson 역의 이상현의 열연과안정적인 가창 그리고 Marian/Chiara 역의 유리아는 변신과 존재감으로 작품이 더더욱 풍성한 울림을 전한다.

평범했지만, 자애롭고 엄마의 자리를 책임지다 무심한 듯 찾아온 사랑과 자아에 대한 인식과 발견을 심도 있고 묵직하게, 진중하면서도 가슴이 저미는 두 사람의 감정 선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객석은 숙연해지기까지 하며 이내 여기저기서 훌쩍이며 먹먹한 가슴을 주체 못하고 낮은 탄식을 토해내게 한다.

유희성 칼럼니스트  he2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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