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7.10 금 16:32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리뷰] 도시 사람들이 사랑하는 섬 제주, 연극 ‘제주일기’

제주에 가면 ‘나’는 사라진다.
‘제주에 간 나’만이 존재한다.

우리는 누구나 ‘비행기 타기’를 좋아한다.


우리 말 중에 ‘비행기를 태운다’라는 말이 있다. 크게 칭찬하여 칭찬받는 당사자가 매우 기분이 좋아지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비행기 타기’를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관광지인 제주 역시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고 간다. 제주는 아름답고 이국적이 풍경이 매력이지만 아마도 비행기를 타고 가기 때문에 더욱 사랑받는 관광지가 된 것 같다. 특히 삶에 지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면 이미 일상에서 멀어진 기분이며, ‘비행기 태운다’ 라는 우리 말처럼 비행기를 타면 마음에 설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의 수만가지 매력 중 하나는 누구나 제주에 가기 위해서 비행기를 타게 된다는 점이다. 초연 중인 연극 ‘제주일기’ 역시 작품의 시작과 끝을 제주 공항으로 설정하여 제주 여행이 가진 설렘의 감정을 앞과 뒤에 적절히 배치하였다,

 

제주 여행, 옴니버스 그리고 너, 나, 우리의 이야기


연극 ‘제주일기’는 보는 내내 제주를 여행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으로 무대를 채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은 영상을 통해 아주 사실적으로 표현되는데 대형 화면 세 개를 무대 전면에 이어 붙여 거대한 스크린이 만들어져 제주 곳곳을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장치 없이 영상과 조명, 배우의 움직임을 통해 대부분이 표현된다. 이렇듯 명소를 하나하나 보여주며 택한 방식은 역시나 옴니버스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사연으로 제주에 오고, 제주 곳곳의 매력을 발산하기 위한 너무도 당연하고 안정적인 선택이다.

 

제주하면 한라산

제주하면 빼놓기 서운한 한라산은 한라산 올레길 코스에 리본 달기 작업을 하는 소방대원들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이 장면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실제 한라산 영상이 배경이 되고 소방대원으로 등장한 배우들은 스크린 앞뒤를 걸으며 마치 실제로 산속에 가 있는 듯한 사실적인 구현을 한다. 관객은 마치 올레길을 함께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 부분은  서울에서 전직한 소방대원의 개인사가 대사로서 너무나 길게 표현되어서 지루한 느낌을 준다. 사고 현장에서 겪은 소방대원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는 꼭 제주가 아니어도 할 수 있어 보였다.

어쩌다 보니 제주, 어쩌다 보니 어른


길을 잃은 젋은이 둘의 ‘어쩌다 보니 제주’에 온 이야기에서는 사려니 숲을 배경으로 두 청년이 길을 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멈추는 게 제일 나빠, 흔들리면서 나아가는 거야.’ 라는 말을 화두로 두 젊은이가 길을 찾는 과정은 별다른 스펙터클 없이도 작품을 보는 젊은이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 장면이었다. 앞서 언급한 소방대원의 개인사는 정말 특정한 개인의 개인사로 보여지기 쉽고, 두 청년의 이야기는 모든 청년이 겪는 갈등과 고뇌가 부각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절, 선택, 그러나 제주 바다

제주의 푸른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었던 장면은 힐링용 드라마에 반드시 있을 법한 캐릭터인 실패한 가장의 자살 시도 이야기에서였다. 바다에 뛰어들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인물을 실제 영상으로 촬영한 뒤 상영하여 거친 바다와 파도 속에 갇혀 매일을 견디는 현대인의 고통을 대변하였다. 고기잡이를 가서 일 년째 소식이 없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해녀에 의해 구조를 받고 그녀의 도시락을 먹으며 용기를 얻는다는 설정이 진부하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자연과 닮은 소녀에 의해 위로를 받는 인물은 분명 도시에 사는 관객 모두의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나의 이야기, 너의 이야기,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


이 작품에서 발견한 재미있는 부분은 작가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아마도 제주 일기의 작가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작품을 통해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어디서나 무언가를 적고, 이런 노트거리들이 빼곡하게 차 있는 작가의 수첩은 작가들의 숙명이면서도 끊을 수 없는 자기 고립의 고리가 되기도 한다. 작품 속 인물로 등장한 작가나 실제 작가,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작가들은 수첩을 던져버릴까 말까 하루에도 수없이 고민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자신과의 갈등과 매일 투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이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자신의 고뇌를 인물로 치환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한 점이 인상 깊기 때문이다.

 

제주의 시간에 대한 갈증


제주가 힐링의 섬, 위안의 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좀 더 ‘제주스러운’ 이야기로 꽉 채웠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부분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관객의 공감을 사기에는 충분했으나, 제주 사람들, 제주 음식 등 제주의 시간에 대한 낮섬은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 더 큰 생동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후속 작품이 발표된다면 이런 제주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제공_(주)NEO 

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나여랑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